▲"Parental Advisory" 라벨 |
PARENTAL ADVISORY / EXPLICIT CONTENT
부모의 주의 요망 / 노골적인 내용
요약하면 '이거 과격한 음악임. 만약 애들이 이 음악 들으면 부모 책임 ㅇㅇ'
미국에서 발매하는 음반 중에 욕설, 성적인 표현, 특정 인종을 비하하는 단어 등의 매우 과격한 내용을 담은 매체에 붙는 표시다. 기준은 '욕설, 폭력, 섹스, 약물 중독에 대한 묘사' (1995년), '인종차별, 호모포비아, 여성혐오를 비롯한 모든 혐오발언과 혐오행위' (2011년 추가됨). 카세트, CD, DVD에 더해 디지털 다운로드 매체까지 전방위에 붙어 있다. 'explicit'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상당히 넓어서, 어떤 쪽이든 아무튼 극단적이거나 욕설이 들어가 있기만 하면 붙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한국의 '19세 미만 청취 불가'와 비슷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이 다르다. 자세한 내용은 후술.
그 유래는 1984년 발매된 동명영화의 사운드트랙이자 프린스의 기념비적인 음반인 Purple Rain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음반에 5번트랙으로 실린 'Darling Nikki'는 잡지를 보면서 자위하는 섹스광의 이야기로 한마디로 프린스의 노골적인 섹스어필을 잘 보여주는 가사였다.(...) 문제는 하필이면 민주당 앨 고어 상원의원의 부인인 티퍼 고어가 딸과 함께 음악을 듣다가 이 노래 가사에 충격을 받은 것이다.
티퍼 고어는 미국 정치인들의 아내들을 불러 모아서 학부모음악조사센터(PMRC, Parents Music Resource Center)를 세우고, 폭력과 섹스어필로 가득한 대중문화가 청소년들을 망치고 있다면서, 대대적인 문화규제를 주장하였다. 여기에 대권을 꿈꾸고 있던 앨 고어가 여성 표를 노리고 이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면서 의회에서 프랭크 자파 같은 아티스트를 증인으로 소환해서 청문회를 열고 온갖 야단법석을 떨었다. 이후 불편한 진실 캠페인을 하면서 이미지가 좋아히긴 했지만 이 당시만 해도 앨 고어의 이미지는 빼도박도 못할 좌파 꼰대. 당시 공화당 쪽에선 제임스 베이커 재무장관의 아내인 수전 베이커가 주도적으로 나섰다. 한마디로 여야를 가리지 않고, 높으신 분들의 부인들께서 나서서 국가적 규모의 치맛바람을 일으킨 것이다. PMRC의 활동에 반발해서 RATM은 1993년 롤라팔루자 무대에서 올누드 시위를 하기도 했다. 사진은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 항목에서 볼 수 있다.
여기에 뮤지션들이 민주사회에선 있을 수 없는 검열제도라면서 반발하고 나섰다. 당연히 미국같은 경우 표현의 자유와 같은 자유권적 기본권을 가장 중시하는 나라다 보니 아무리 정치권에서 압박을 해도 좀처럼 합의가 되지 않았다. 이때 1990년경 미국 레코드 산업 협회(RIAA, Recording Industry Association of America)에서 내놓은 중재안이 바로 'PARENTAL ADVISORY' 마크였다. 말하자면 일종의 자기검열인데, 발매되는 모든 종류의 음반에 대해 RIAA가 심사, 그중 과격한 내용이 있다고 판단되는 앨범에 이 마크를 붙이는 것. 2011부터는 영국 레코드 산업 협회도 이와 동일한 제도를 실시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19금' 마크와 가장 다른 점은 'PARENTAL ADVISORY'는 정부주도의 검열이 아닌 RIAA의 자기검열이라는 것. 즉 아주 원칙적으로 말하면 청소년이 PARENTAL ADVISORY가 붙은 앨범을 판매하거나 구매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고, RIAA측에서 이미 한 차레 검열을 해서 눈에 잘 보이게 큼지막한 딱지를 붙여놓은 매체를 청소년이 감상했다면 그것은 다름아닌 부모의 책임이라는 맥락이다. (미국에서는 이런 사건도 아동학대로 본다) 자유권의 나라 미국다운 발상이라고 해야 할 듯.
물론 그 효용성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말이 나오고 있지만 아무튼 소위 학부모단체와 음반사가 절충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해결책이었기 때문에 이후 사실상 표준적인 제도로 자리잡았다. 미국의 힙합앨범이라면 80프로 이상 확률로 이 마크가 붙어있다. 과격한 록 음악도 마찬가지고... 사실 'shit'이나 'fuck'이라는 단어가 한 번 들어갔다고 해서 음반 전체에 딱지를 붙여버리는 것에 대해 불만도 많지만 일단 자기검열을 넘어버리면 정부규제라는 것을 음반사측도 알기 때문에 만만하게 봐주지 않는듯. 웹툰의 노컷 캠페인과 예스컷 캠페인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이쪽은 망했지만
- ↑ 약간 오해의 소지가 있는데, 비욘세 본인이 흑인이니 이 가사는 인종차별은 아니고 그냥 쌍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