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차별

용어 그대로 가격을 차별해서 받는 행위의 총칭

완전 경쟁 시장에는 무한대에 가까운 공급자와 수요자가 존재하므로 공급자가 수요자의 개별 수요 정보를 알 수 없다. 따라서 개별 공급자는 시장 균형 상태에서 나타나는 균형 가격 하에 원하는 만큼 공급할 수 있으며 그 외의 가격에서는 공급이 불가하거나, 공급을 포기하게 된다. [1]

그러나 생산자가 소수이거나 혹은 독점인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업의 수가 줄어들수록 이들이 시장 수요에 대한 더 정확한 정보를 알게되는데, 극단적으로 독점 시장의 경우 자사 상품의 수요 정보가 곧 시장 전체의 수요와 같기 때문에[2] 해당 상품에 대한 정확한 시장 수요를 알게 된다. 이러한 시장 수요 정보를 바탕으로 자사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가격 혹은 수량을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인 독과점 시장의 균형 달성 과정이다.

그러나 독과점기업은 보통 시장 전체의 수요 정보만을 알 수 있을 뿐 개별 수요자들의 수요 정보는 알 수 없다. 이러한 개별 수요자들의 수요 정보를 간접적으로 혹은 직접적으로 알 수 있다고 가정하고 출발하는 것이 가격 차별 전략이다.

보통 가격차별은 1급, 2급, 3급으로 나뉘는데 3급에서 1급으로 갈 수록 더 악랄한 이윤이 증가하는 형태로 볼 수 있다.[3]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각 급간을 나누는 기준은 개별 수요자들의 수요 정보를 어떤 형태로 알고 있는가이다

1급 가격차별의 경우 공급자가 모든 수요자 개인의 수요 정보를 알고 있다고 가정한다. 이 경우 공급자는 개별 수요자의 지불 의사와 동일한 가격을 책정하여 이를 개별 수요자에게 판매하게 되고, 이를 통해 이윤을 극대화한다. 이 경우 일반적인 소비자잉여인 (지불 의사 - 구매 가격) 은 지불 의사=구매 가격 이므로 0이 되고, 이 부분은 전부 생산자잉여로 돌아가게 된다. 일반적으로 독점 시장에서는 완전 경쟁 시장에 비해 균형 공급량이 적지만, 1급 가격차별 하에서는 개별 수요자의 지불 의사가 생산 비용과 같은 수준까지 공급하므로 균형 공급량은 완전 경쟁 시장 하의 균형 공급량과 같아지게 된다. 또한 완전 경쟁 시장에 비해 균형 공급량이 줄거나 늘어 발생하는 자중손실은 0이 된다. 따라서 사회 전체의 잉여는 완전 경쟁 시장과 동일하며 이는 사회 후생을 손실시키지 않는 측면에서 독점 시장에 비해 바람직하나, 수요자에게 돌아갔어야 할 잉여 전체가 생산자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분배의 공정성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2급과 3급 가격차별의 경우 수요자 개별 정보를 모른다는 가정 하에서 간접적인 방식을 통해 수요자의 정보를 예측하는 방식의 가격차별이다. 2급의 경우에는 수요량 구간에 따른 가격의 차등을 두어 수요자가 스스로 최대 지불 의사를 표명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이 경우 모든 수요자의 개별 정보를 알아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만 (수요량 구간을 무한대로 분할해서 각각의 가격을 책정해야 하지만, 이는 불가능) 수요자가 스스로 공급자가 생산자잉여를 극대화하도록 설정한 가격 구간 하에서 소비하게끔 유도할 수 있다면 이는 단순 독점에 비해 이윤과 생산량이 증가하게 된다.

3급의 경우 수요량이 아닌 수요자의 특성에 따른 임의적인 구분을 하여 가격차별을 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학생이라는 특정 가능하고 가격 탄력성이 다른 그룹에 비해 유의미하게 다른 그룹을 묶어서 다른 가격을 책정하는 학생 할인이 있다.

이러한 모든 가격차별에는 두 가지 기본 가정이 필요한데, 하나는 위에서 이야기했던 공급자가 수요자의 특성 (특히 가격탄력성) 을 구분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소비자 간의 재판매가 불가능해야한다는 점이다. 만약 재판매가 가능하다면 낮은 최대 지불 의사를 가진 사람이 낮은 가격에 물건을 사서 높은 최대 지불 의사를 가진 사람에게 그 사람의 최대 지불 의사보다 약간 낮은 값에 팔아버리면 서로가 이득을 볼 수 있고, 따라서 높은 최대 지불 의사를 가진 사람이 공급자에게서 상품을 구매하지 않게 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가격차별에 실패한 것으로써, 이러한 변수를 통제할 수 있어야 가격차별이 가능해진다. 대학 원서의 경우 해외판 국내판을 나누어서 재판매가 불가하도록 만든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것이 가격차별의 조건을 만족하기 위해 구분해 둔 것이다.
  1. 균형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상품에 책정할 경우 소비자는 그보다 낮은 균형가격에 무한대에 가까운 공급을 받을 수 있으므로 해당 공급자의 상품은 팔리지 않게 된다. 또한 균형 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선택하는 경우 무한대의 수요가 발생하지만, 애초에 완전 경쟁 시장에서 장기 균형 가격은 생산에 따른 경제적 이윤이 0인 지점이기 때문에 이보다 더 낮은 가격을 선택한다면 당연히 경제적 이윤은 (-) 가 되고,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게 되므로 공급자는 이러한 가격에 판매할 아무런 유인이 없다.
  2. 시장 수요는 해당 상품에 대한 수요자의 지불 의사와 같다. 독점 시장이 말 그대로 공급자 혼자서 해당 상품을 판매하는 형태이므로 독점 기업은 자사의 상품에 대한 수요자의 지불 의사가 곧 해당 상품군에 대한 시장 전체의 수요자의 지불 의사가 된다.
  3. 2급과 3급의 경우 이러한 기준에서 조금 애매한 위치에 서 있는데, 확실한 것은 1급 가격차별이 여타 가격차별에 비해 높은 이윤을 보장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