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옥

賈寶玉

중국 고전소설 홍루몽주인공. '보옥'이라는 이름은 태어날 때 입에 옥을 물고 있었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장안의 4대 귀족인 가(賈)씨 집안의 영국부 차남인 가정 대감과 왕부인의 아들이다. 조모로는 사태군이 있으며, 형제는 누나인 가원춘과 이복동생인 가탐춘,가환이 있다. 그 외에 원래 형인 가주가 있으나 일찍이 요절하였다. 대관원에서의 거처는 이홍원이며, 호는 이홍공자. 본래는 가보옥이 이런 호를 지었다는 서술이 없었지만, 나중에 교주본에서 임대옥의 권유로 거처인 이홍원의 이름을 따서 이런 호를 지었다는 내용이 덧붙여지게 된다.

전생에는 본디 태허환경 적하궁의 신영시자였다. 또한, 제 1화에서 나오는 대황산 무계애 청경봉 아래에 있던 신령한 바위의 화신이다. 본디 여와씨가 하늘을 보수하기 위해 대황산 무계애에서 단단한 돌 삼만 육천오백한 개를 단련했는데, 이 가운데 삼만 육천오백 개만 쓰고 남은 하나는 이 산의 청경봉 아래에 버려놓았다고 한다. 여와씨의 손길로 신령한 힘을 갖게된 돌은 자신 혼자만 하늘을 보수하는 일에 쓰이지 못하고 버려진 것을 매우 부끄럽게 여겼다. 그러다가 마침 그곳을 지나던 망망대사묘묘진인이 나누는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되고, 속세를 경험해보려는 마음이 생기게 된다. 이에 망망대사가 법력으로 그 돌을 통령보옥으로 만들어 인간세상으로 내려보내는데, 이것이 가보옥이 태어날 때 입에 물고 있었던 옥이다.

태어날 때 옥을 물고 태어났으며, 상당히 늦둥이인지라[1] 집안에서는 응석받이이다. 하지만 외모가 매우 수려해서 녕국부, 영국부 집안 어른들 모두에게 사랑받는다. 그중에서도 특히 조모인 사태군의 사랑을 독차지하는데, 오죽하면 가보옥 이외의 손주들은 모두 아오안일 정도. 가씨 가문의 자식들 중에서 사태군에게 가보옥만큼의 사랑을 받은 인물은 모친이 일찍이 요절해버려 어쩔 수 없이 영국부에 얹혀 살게된 임대옥 뿐이다.[2] 사태군이 가씨 집안의 최고 어른이자 실세이기에 집안에서 가보옥을 어떻게 해보려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 다만 유일하게 부친인 가정대감을 두려워하는데, 그나마도 가정이 관직에 있어 집에 있는 일이 자주 없고, 보옥을 어떻게 하려 해도 사태군의 비호가 워낙 심해서 그다지 효과는 없다.

외견이 매우 수려한게 특징인데, 기본적으로 외모가 뛰어난 가씨 가문의 공자들 중에서도 특히나 두드러진다. 거기다 집안인 가씨 가문은 금릉 4대 가문 중에서도 최고로 손꼽히는 명문가이기 때문에 다른 귀공자들도 가보옥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한다. 하지만 이런 외견과는 다르게 성격이 상당히 4차원적이다. 입신출세같은 세속적인 것들에는 흥미가 없으며, 그 정도가 극심해 거의 오물을 대하는 수준. 또한 여성은 깨끗한 것이고, 남성은 더러운 것이라 여겨서 어울리는 것도 남성이 아닌 여성들(특히 집안의 친족들) 하고만 어울려 놀려고만 한다. 남성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어울리는 남성들도 유상련, 장옥함, 진종 같이 자신과 비견할 수 있는 외모의 소유자들 뿐이다. 거기다 굉장히 변덕스러운 기분파라서 행동거지를 종잡을 수가 없다.

또한 공부를 매우 싫어한다. 부친인 가정 대감이 현재 집안에서 유일한 관직에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가정은 어떻게든 보옥 역시 과거를 보게 하여 관직길을 걷게 하려 하지만, 정작 보옥 본인은 입신출세 자체를 오물 대하듯이 하기에 작중에서 보옥이 공부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다만 전생에 신선이었기 때문인지 글솜씨 자체는 비슷한 나이대의 다른 귀공자들과 비교해도 월등히 뛰어난 편. (환심을 사려는 행동일 가능성도 있지만) 가끔씩 선비들의 부탁으로 글귀를 지어주는 경우도 종종 있다. 가정 역시 보옥이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항상 호통치지만, 정작 실력을 확인할 때는 내심 보옥의 글실력에 놀라기도 한다.

이런 성격 때문인지 친족 여성 형제들과만 어울리며, 그중에서도 특히 임대옥과 매우 친밀하다. 임대옥과 가보옥의 인연을 '목석지맹(木石之盟)'이라 한다. 전생에 신영시자가 강주초에게 감수를 뿌려주어 선녀가 될 수 있게 도와줬는데, 그 강주초의 화신인 강주선녀가 인간계로 내려와 환생한 것이 임대옥이다. 자세한 내용은 임대옥 문서를 참조. 이런 전생의 인연 때문에 작중에서 임대옥과 가보옥은 첫 만남에서 서로 이미 알고있었던 사이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실상 임대옥이 가보옥의 진정한 짝이며, 그만큼 작중에서 임대옥과 주로 엮이는 경우가 매우 많다.

초반부터 임대옥과 그림자와도 같은 사이라고 말해질 정도로 찰싹 붙어다녔지만, 설보차가 등장하면서 조금씩 고리가 어긋나기 시작한다. 가보옥은 원래 성격상 모든 형제자매를 똑같이 대한다. 그중에서도 임대옥은 다른 형제자매들보다 외모,학식 등의 모든 부분이 뛰어나고, 매우 독특한 매력을 갖고 있다.[3] 거기다 가보옥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할 수 있었기에 다른 형제들보다 훨씬 더 친밀한 관계였다. 하지만 여기에 설보차라는 임대옥과 상반대는 매력을 가지면서도 대옥과 비견할만한 여성이 나타나자 자연스럽게 그쪽으로도 눈길이 가는 것. 대옥과 보차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이 작중의 주요 스토리이다.

작중에서는 여러 여성들 사이를 오가면서 이리저리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인다. 굉장히 많은 여성들과 썸씽이 있는데, 여주인공인 대옥과 보차를 제외하고도 사상운,설보금,묘옥을 비롯한 금릉십이차의 대부분의 여성들과 엮인다. 시녀들과의 관계는 훨씬 더 복잡해서 작중 등장하는 어지간한 시녀들과는 한번 이상 썸씽이 있을 정도. 특히 시녀들 중에서도 습인, 청문과 매우 각별하다. 다만 대옥과 보차가 다른 여성들보다 워낙 월등하게 뛰어났으며, 보옥이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성은 처음부터 대옥이었기 때문에 중반쯤을 기점으로는 대옥에게만 한줄기인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대옥이나 보옥이나 워낙 성격이 변덕스럽고 의심이 많아,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확신을 못해 의심하여 삽질만 반복한다. 어쩌다 가보옥이 분위기를 잡고 뭔가 말하려고 하면, 정작 본인은 가슴이 너무 벅차올라서 아무말도 못하고(...) 결국은 대옥이 부끄럽다고 도망가는 일이 다반사. 다만 작중에서 보이는 모습이나 어른들이 대옥을 대하는 태도들을 보면 사태군은 원래 대옥을 보옥의 짝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듯 하다.

하지만 가씨 가문의 가세가 점차 기울어가고, 후반부에 보옥이 통령보옥을 잃어 정신줄을 놓게되자 사태군은 대옥을 버리고 보차를 선택한다. 그리고 대옥은 보옥의 배필로 보차가 정해졌다는 소식에 좌절하여 병이 악화되어 요절한다. 정작 보옥 본인은 어른들에게 "대옥을 배필로 정했다."는 거짓말을 듣고 혼자 기뻐하고 있었다(...). 결국은 마지막까지 서로 삽질만 반복한 셈. 어찌어찌 통령보옥을 되찾고 보옥이 정신을 차리지만, 막상 정신을 차려보니 대옥은 요절해있고 가문은 풍비박산이 나있었다. 결국 보옥은 이런 속세에 미련을 버린다. 마지막으로 과거급제함으로서 부모님에게 못다한 최소한의 효도를 다하고, 출가하는 것으로 소설의 끝을 맺게 된다.
  1. 장녀인 원춘과 10살 넘게 차이난다. 형수인 이환이 해당시사에서 꽤나 연장자라는 것을 고려하면 형이었던 가주와도 상당히 나이차가 많은 듯 하다.
  2. 그나마도 후일 가보옥을 위해서 임대옥을 버리는 길을 택한다.
  3. 설보차를 제외하면 작중에서 임대옥과 비견할 수 있을만한 여성이 없을 정도이다. 해당시사도 실상 보면 대옥과 보차 둘만의 싸움으로 보일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