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차 솔베이 회의 때 있던 아인슈타인과 보어의 논쟁에서 비롯된 사고 실험이다. 아인슈타인은 이 사고 실험으로 양자 역학의 문제점을 제기했으나, 보어는 오히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사용하여 사고 실험에서도 불확정성 원리가 성립함을 증명함으로서 양자역학의 방어에 성공한다.
1930년 제 6차 솔베이 회의에서 아인슈타인이 제안한 사고실험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한 면에 조그만 구멍이 뚫린 상자가 하나 있다. 상자의 내부에는 시계가 놓여 있고, 이 시계는 구멍을 열고 닫는 셔터와 연결되어 있다. 우선 상자의 내부를 광자로 가득 채운 후 광자의 무게를 측정해둔다. 그다음, 지정된 정확한 시간에 셔터를 열었다가 광자 하나가 상자를 빠져나갈 만한 시간이 지나면 곧바로 셔터를 닫는다. 물론 이 시간 간격은 아주 짧겠지만, 우리의 시계-셔터 조절 장치는 극도로 정밀하여 셔터가 열린 상태로 있던 시간 간격을 정확히 잴 수 있다. 이제 상자의 무게를 다시 측정하여 앞에서 측정한 무게에서 빼면 무게의 차이를 알 수 있고, 여기에 특수상대성이론의 E=mc²을 이용하면 상자에서 빠져나간 광자의 에너지를 정확히 계산할 수 있다. 자, 이로서 우리는 상자에서 빠져나간 에너지와 광자가 방출되는 데 걸린 시간을 둘 다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 이것이 아인슈타인의 반론이었다. 그 자리에 있던 레온 로센펠드는 보어의 반응을 다음과 같이 회고한다.
`보어는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아인슈타인의 설명이 끝났는데도 보어는 이렇다 할 반론을 제기하지 못했다. 그날 저녁 내내 보어는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침통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건 사실일 수 가 없어, 사실이 아니어야 한다고, 아인슈타인이 옳다면 물리학은 끝장이야.....’그러나 그는 틀린 구석을 찾을 수 가 없었다.`
그날 밤 보어는 반론을 생각하며 밤을 새웠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보어는 해답을 찾아내었다.
보어는 사람들의 앞에서 칠판에 그림을 그렸다. 그것은 아인슈타인이 제안한 사고실험을 구현하는 가상의 개요도였다. 이 그림에서 상자는 용수철에 매달려 있고, 상자의 옆면에는 뾰족한 바늘이 달려 있어서 지지대에 새겨진 눈금을 가리키도록 되어 있다. 단, 실험을 시작하기 전에 상자에 미세한 추를 달아서 저울의 초기 눈금이 0이 되도록 맞추어 놓는다. 물론 상자 안에 있는 시계는 정밀한 장치를 통해서 셔터와 연결되어있다.
이제 미리 정해놓은 정확한 시간에 셔터를 열어서 광자 한 개를 방출 시킨 후 다시 셔터를 닫는다. 그러면 상자는 전보다 가벼워졌을 텐데 처음에 더했던 미세한 추를 그보다 조금 더 무거운 추로 바꾸어 저울의 눈금을 다시 0으로 맞춰놓는다. 미세한 추의 무게는 무한정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 그러면 두 개의 추의 무게 차이는 광자가 방출되면서 감소한 질량에 해당하며, 이로부터 광자 하나의 에너지를 계산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아인슈타인도 동의하는 내용이다.
여기서 보어는 광자가 방출되기 전, 그러니까 첫 번째 무게 측정이 이루어지던 시점으로 관심을 돌린다. 상자 속의 시계는 미리 정해놓은 시간이 되면 미세한 장치를 통해 셔터를 열도록 설치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시계의 바늘을 직접 읽을 수가 없다. 시계를 보려면 상자와 바깥 세계 사이에 광자가 교환되어야 하고, 이는 곧 에너지가 교환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자의 무게를 측정할 때에는 알맞은 무게의 추를 선택하여 눈금이 0이 되도록 맞춰야 한다. 그런데 눈금을 읽는다는 것은 바늘의 위치를 측정한다는 뜻이고 ,이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바늘과 눈금에도 빛을 쪼여야 한다. 그렇다면 보어가 예전에 펼쳤던 논리(상보성원리)에 의해 제어할 수 없는 운동량의 변화가 일어나서 상자의 운동량이 불확실해진다.
이것이 어떻게 무게에 영향을 주는가? 제어할 수 없는 운동량이 상자에 전달되면 상자는 예측할 수 없는 도약을 일으킨다. 임의의 한 순간에 상자와 눈금의 상대적 위치는 하나의 값으로 고정되어 있지만, 관측이 진행되는 시간동안 결코 적지 않은 상호작용이 빛을 통해 교환되면서 상자는 위아래로 움직이게 된다. 이런 경우에 눈금을 정확히 읽고 싶다면 바늘의 평균 위치를 알아야 하는데, 다들 알다시피 평균값은 오랫동안 관측하여 데이터가 쌓일수록 정확해진다. 즉, 관측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상자의 무게를 더욱 정확히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는 위치의 평균을 구하는 과정이 모두 끝난 후에 셔터가 열리도록 시계를 설치해야 한다.
보어가 카운터를 날린 것은 이 시점이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중력 안에 있는 시계는 무중력 상태에 있는 시계보다 느리게 간다. 그런데 지금 상자는 중력 무중력상태에 있는 시계보다 느리게 간다. 그런데 지금 상자는 중력 안에서 예측할 수 없는 패턴으로 변하고 잇다. 따라서 셔터가 열린 시간에는 불확정성이 들어가고, 이 값은 눈금의 평균을 내는 데 소요된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소요된 시간이 길수록 광자의 에너지는 정확히 측정할 수 있지만, 에너지가 방출된 시간은 그만큼 불확실해진다.
보어는 이 실험에서 광자의 에너지의 불확정성과 시간의 불확정성을 곱한 값이 항상 플랑크상수 h보다 크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아인슈타인의 실험에서도 불확정성원리는 여전히 성립했던 것이다.
[출처 : 퀀텀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