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嫗化狐
노구화호란 그 이름 그대로 늙은 할머니로 둔갑하는 요호, 혹은 여우로 둔갑하는 할머니 요괴를 가리킨다. 갖가지 요술을 배우고 기이한 일을 배운다거나 잔꾀를 써서 세상에 삿된 일을 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사람 모습일 때는 노인임에도 남녀 모두 호감을 가질 정도로 아름답고 피부가 뽀얗다고 한다.
미인이란 점이 강조된 점을 보면 할머니라는 단어가 옛날에는 단순히 나이든 여성이 아닌 일종의 존대로 쓰여졌단 설이 생각나는데 사전에서도 할머니의 뜻 중에는 부모의 어머니와 같은 항렬(行列)에 있는 여자를 통틀어 이르는 뜻도 있다.
조선시대 "성호사설"에 의하면 여우가 사람으로 변하는 모습을 네발과 두발로 번갈아 뛰다보면 어느새 두발로 뛰는 인간의 형태가 되어있다고 한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501년 백제에서 목격되었다고 한다.
二十三年 春正月 王都老嫗 化狐而去23년(서기 501) 봄 정월, 왕도(王都)에서 노파가 여우로 변하여 사라졌다. - 《삼국사기》백제본기 동성왕조
여우로 변하는 노파라는 점에서 새우니="서구할미"가 연상되는 요괴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한 글에서는 동해의 서구할미는 여우나 고양이로 변신할 수 있으며 미인으로 변신해 남자를 홀리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다. 일설에 오래된 여우가 괴물 같은 노파로 둔갑해 삿된 일을 벌이는 것이란 내용도 실려 있다. 사실 이 노구화호가 사람과 여우 중에 어느쪽이 본래의 모습인지는 불명확하다.
노파로 변신한 여우의 설화로 불여우 항목에 올라와 있는 소금장수와 불여우가 있다. 우연히 여우의 둔갑을 본 소금장수가 그 뒤를 밟아 어느 집에 무당으로 변장해 들어간 여우를 작대기로 때려 죽인다는 내용이다. 그 노구화호가 일으킨 일은 그 집의 딸을 요술로 앓게 해 돈을 갈취하려는 것이었다. 좀 더 자세한 판본은 소금장수와 욕심쟁이 친구라는 설화로 여기선 백여우로 나온다.
그런가 하면 여우는 나오지 않지만 용모가 반듯하면서도 몇사람 분의 일을 빠르게 해치우는 신비로운 노파가 식모로 들어간 집에서 대우가 점점 안좋아 지자 결국 귀신의 본색을 드러내며 그 집을 망하게 한 설화가 있다. 마귀가 된 선비 집 할머니
그런가 하면 홍콩할매귀신처럼 아이들에게 공포로 다가오는 공동묘지 여우할멈이 있다. 무덤가에 살며 밤이면 여우에서 할멈으로 변신해 여자와 아이들을 잡아다가 희롱하고 시체를 파먹는 말 그대로 호러 캐릭터. 잘 보면 직접적인 연결의 언급은 없어도 아이들의 돌림병인 장티푸스가 계속 언급되어 여우할멈과의 관계를 암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