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명(소설)

Ordeal by innocence

1958년 발행된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에르퀼 푸아로제인 마플도 등장하지 않는다.

살인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추리소설이기도 하지만, 사건을 대하는 관련자들의 복잡한 내면묘사가 뛰어난 심리소설이기도 하다.

1 줄거리

자산가이며 자선가인 레이첼 아가일. 아이를 낳을 수 없었던 그녀는 고아들을 입양하여 아낌없는 모성을 베풀지만, 어느 날 밤 부지깽이로 머리를 맞고 살해당한다.

유력한 용의자로 양아들인 재코 아가일이 지목되고, 그는 평소의 행실과 사건 당일 돈 문제로 어머니와 말다툼이 있었다는 정황 때문에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되어 재판을 기다리던 중 감옥 안에서 사망한다.

그리고 사건 발생 2년 후(작중 시점), 아서 캘거리라는 학자가 아가일가(家)를 찾아온다. 아서는 사건이 발생했던 시간에 자신이 재코 아가일을 차에 태웠었다는 결정적인 알리바이를 뒤늦게나마 증명한다.

이로써 재코의 결백은 증명되었지만, 고요하고 평화롭던 집안에는 불신과 불안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2년 전 사건은 정황상 외부의 소행이라고 볼 수 없었기에 살인이 가능했던 것은 집안사람들 외에는 없었다. 결국, 재코가 범인이 아니라면 이제 다른 가족 구성원 중에 살인범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내놓은 자식이었던 재코가 범인으로 지목되었을 때, 아가일가 사람들은 충격을 받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가 살인범이라는 사실은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재코가 사망한 현재는 ‘살인범’을 용서하고 참극으로 인한 상처를 가족애로 극복해나가고 있던 참이었다.

그러나 모두 끝난 것 같이 보였던 사건은 갑자기 나타난 아서로 인해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가족들은 공포에 빠져 서로 의심하고, 재코의 알리바이를 증명한(즉, 이로써 평화로운 집안에 혼란을 부른) 아서를 원망하기까지 한다.

누명을 썼던 가족 일원의 결백이 증명되었으니 다른 가족들이 기뻐하리라 기대했던 아서는 이들의 반응에 불편함과 불쾌감을 느낀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자신으로 말미암아 야기된 혼란에 대한 책임의식을 느끼고 2년 전 사건의 진상을 조사한다.

2 등장인물

아서 캘거리(Arthur Calgary) : 지질학자. 2년 전 사건 당일에 재코와 만났지만, 개인 사정으로(후술) 사건의 증인이 되지는 못했다. 이후 우연히 이 사건을 알게 되고 아가일가로 찾아와 진실을 밝힌다. 이 소설에서 탐정의 역할.

레이첼 아가일(Rachel Argyle) : 2년 전 살인 사건의 피해자. 세계 여러 곳의 가난하고 불쌍한 아이들을 입양하여 친자식처럼 길렀다.

레오 아가일 (Leo Argyle) : 레이첼의 남편. 비서인 그웬다와 재혼을 앞두고 있다.

메리 듀란트 (Mary Durant) : 아가일가의 맏딸.

마이클 (Michael) : 아가일가의 큰아들

재코(Jacko) : 아가일가의 둘째 아들. 반듯하게 자란 다른 남매들과는 달리 불량한 인물이었다. 2년 전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몰렸을 당시 끝까지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였고 감옥에서 폐렴으로 사망했다.

헤스터(Hester) : 아가일가의 둘째 딸. 재코의 결백을 밝혀준 아서에게 당신이 오히려 원망스럽다는 반응을 대놓고 표출한다.

티나(Tina) : 아가일가의 막내딸.

필립 듀란트 (Philip Durant) : 메리의 남편. 장애인으로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사건에 흥미를 느끼고 개별적으로 조사한다.

그웬다(Gwenda) : 레오의 비서.

커스틴 린드스톰 (Kirsten Lindstrom) : 아가일가의 가정부

3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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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 부인은 자식들에 대한 사랑이 지나친 나머지 남편인 레오와는 껍질뿐인 부부가 되어버렸다. 또한, 자식들에 대한 레이첼의 애정은 일방적인 것으로 자식들은 집착에 가까운 애정공세를 족쇄처럼 느끼고 있었다.

레이첼 부인의 자선과 사랑은 지극히 권위적이고 독선적인 것이며 결국 자기만족이 아닌가 하는 불만이 가족 구성원 전원에게 있었다. 레이첼 부인에 대해 반항심과 살의를 느끼고 있었던 것은 재코만이 아니었다. 그것을 노골적으로 표출한 사람이 재코였을 뿐.

이렇게 가족들의 숨겨 두었던 속내가 서서히 드러나는 와중에 범인과 범행 동기가 결국 밝혀진다.

범인은 가정부인 커스틴이었다.

2년 전 레이첼 부인을 살해한 그녀는 재코가 유력용의자가 되며 용의선상에서 벗어났지만, 아서의 등장으로 사건이 원점에서 재조사되자 불안감을 느낀다. 커스틴은 집안 내부의 조사로 진실에 접근하려는 필립을 살해했으나 결국 아서에 의해 모든 범행이 드러난다.

그리고 그녀가 레이첼을 살해했던 이유는 재코의 사주였다.

재코는 커스틴을 유혹하여 레이첼을 살해하도록 하고 자신은 그 시각에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재코에 대해 누군가를 직접 죽이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그렇게하게 만드는 부류라는 평은 이 복선이었다.

하지만 재코의 알리바이를 증명해주어야 했을 아서는 공교롭게도 재코와 헤어진 직후 사고를 당해 그날의 기억을 잃었다. 게다가 재판이 진행될 당시에는 연구차 남극에 있었기에 기억을 떠올릴 계기도 없었다.

방탕한 재코가 자신을 이용했을 뿐이란 것을 뒤늦게 알아차린 커스틴은 그를 위해 자수할 것을 포기했고 이로서 재코는 아이러니한 누명을 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