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마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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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설명

공포스런 상상력과 경험을 지닌 애거서 크리스티가 창조한 탐정(?)

새하얀 머리카락과 푸른 눈동자, 발그레한 뺨의 온화하고 친절해보이는 할머니라는 듯. 풀 네임은 제인 마플(Jane Marple)이고, 노처녀이기 때문에 '미스 마플'이라고도 불린다. 일본어나 한국어 번역에서는 '마플 양'이라고 옮기기도 하는데, 단어가 쓰이는 맥락을 고려하면 '마플 여사'가 보다 적절하다고 할 수 있겠다. (당시에는 결혼하지 않은 여성은 무조건 '미스'였고 '미즈'라는 말이 없었으니까.)


빅토리아 여왕 시절 분위기를 평생 간직하고 살았다. 세인트 메어리 미드 마을에 살고 있으며, 본인의 말에 따르면 마을 토박이라고[1]. 언제나 뜨개질거리를 가지고 다니면서 뭔지 모를 편물을 뜨고 있다. 분홍색 털실은 그녀의 트레이드마크[2]. 겉보기엔 그저 평범한 시골 할머니지만, 오랜 경험으로 터득한 인간관과 편견 없이 상대를 꿰뚫어보는 통찰력의 소유자다. 사실 이 통찰력은 세인트 메어리 미드라는 마을이 생각보다 꽤 끔찍한 사건이 시골마을 치고 많이 일어난 덕에 배운 것들. 대표적인 안락의자형 탐정. 보통 어떤 사건이 발생하거나 혹은 그에 대해 알게 되면, 이걸 자기가 살고있는 세인트 메어리 미드 마을에서 벌어진 비슷한 사건과 연관해서 추리한다. 가령 '옛날 우리 마을에 이런저런 사건이 벌어진 일이 있는데, 요번 일도 그때랑 비슷한 거 같구나. 그러니까 범인은 누구누구일 거야' 이런 식이다. 조용한 시골마을을 표방하지만 세인트 메어리 미드는 생각보다 엽기적이며 천재적이며 기괴하며 광적인 범죄들이 일어난다. 온갖 범죄의 온상 세인트 메어리 미드 [3]

처음엔 다들 이상한 할망구라고 비웃지만[4], 나중에 보면 그로 인해 진상이 밝혀져 다들 데꿀멍. 사실 이 마을에는 마플과 비슷한 노처녀들이 많이 살고 있고, 추리력은 없지만 그녀들의 정보력은 장난이 아니다. 또한 미스 마플은 품위 있으면서 상대를 잘 배려하는 태도 덕분인지 인망이 높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이 더 속을 잘 털어놓는 면도 있는 듯. 동네 사람들 살림살이는 온통 다 꿰고 있다.[5]

가족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이 된 적 없다. 부친이 종교인이었고 언니가 있었으며, 첫사랑에 실패했다는 정도의 언급만 슬쩍 나오고 만다. 다만 조카인 레이먼드 웨스트가 자주 등장한다. 처음엔 젊은 청년으로 등장해서 미스 마플의 놀림감이 되는 경우가 잦았지만, 점점 나이를 먹으면서 인기 작가로 성장, 나중엔 미스 마플을 자신이 돌봐 줄 정도로 발전한다. 마플은 이 조카를 유독 귀여워하는 면모를 보여 준다.

영국 드라마판 '마플' 시즌1 4화에서 자신의 생일이 7월임을 언급하는 장면이 나온다.

같은 동네 사는 돌리 밴트리와는 절친. 마플과는 달리 약간 푼수끼가 있지만 호흡이 잘 맞는 편이다.

셜록 홈즈로 대표되는 과학주의/합리주의적 탐정관과 대척점에 있는 직관주의/구성주의(constructivism)적 탐정관을 가지고 있어(역사적 맥락의 재구성, 증거를 구성해내는 내러티브 등), 묘하게도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계열의 방법론을 이야기할 때 자주 언급되는 탐정이기도 하다. 작중에서 사건해결의 단서로 제시되는 것도 감정, 인간관계, 교류나 소통, 탐욕 등이 중점이 되기 때문에 더 부각되는 면도 있다. 체스터튼의 브라운 신부와 비슷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크리스티 본인의 말에 따르면, 자신의 할머니가 마플의 모델이었는데, 할머니의 입버릇은 "얘야, 너희들은 사람을 너무 잘 믿는구나. 나라면 절대 안 믿는단다."였다고.

대놓고 자기가 상류층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에르큘 포와로와 비하면 서민적이라, 이쪽을 더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아무래도 추리할 때 과거의 경험과 연관시켜 추리를 설명하다 보니, 몇 가지 유형으로 사람 구분한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추리소설가 캐릭터 아리아드네 올리버가 쓴 소설 속 인물이라는 설이 있다. 근거는 작중 아리아드네 올리버가 "서재의 시체"라는 소설을 썼고, 4년 후에 크리스티도 마플이 등장하는 "서재의 시체"라는 소설을 썼다는 건데, 두 작품이 제목만 같은 건지 내용도 같은 건지 알 수가 없으니 마냥 단정 지을 순 없다. 또한 크리스티 본인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으며, 위키백과를 포함한 아가사 크리스티 관련 정보를 봐도 마플의 이야기들이 극중극이라는 언급은 없다.

일본탐정 만화인 《명탐정 코난》 30권에서 탐정들이 모여 추리대결을 펼치는 에피소드에서, '센마 후루요(千間降代)'로 오마쥬되기도 했다.

2015년 1월 30일 영국 ITV 드라마 'Agaths Christie's Maple'에서 제인 마플을 연기했던 여배우 제럴딘 매큐언(Geraldine McEwan)이 향년 82세로 타계했다고 유족들이 밝혔다. 작년 10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투병중이었었다고. #

2 2차 창작물들

에르퀼 푸아로처럼은 아니지만, 많은 여배우들이 연극, 영화에서 마플 역을 맡았다. 마거릿 러더퍼드(Margaret Rutherford), 조앤 힉슨(Joan Hickson, 1984년- 1992년), 앤절라 랜즈베리(Angela Lansbury)[6], 이타 에바(Ita Ever)등이 연기했다. 이 중에서 조앤 힉슨판 TV시리즈와 앤절라 랜즈베리가 연기한 영화판 "깨진 거울"은 1980~90년대에 EBS를 통해 방영됐었다. 참고로 당시 힉슨판 TV시리즈에서 마플은 박민아, 랜즈베리 주연은 이경자.

2004년 이후에도 영국 ITV 드라마 <Agatha Christie's Marple>로 다시 한 번 만들어졌는데, 총 5개 시즌으로 제작되었다. 1~3시즌은 제럴딘 매큐언(Geraldine McEwan), 2010부터 방영된 4~5시즌에서는 줄리아 매켄지(Julia McKenzie)가 각각 열연을 펼쳤다. 두 배우의 각기 다른 캐릭터 해석 때문에 각각 독특한 인상을 풍긴다. 매큐언은 마플의 온화하면서도 친근한 분위기에 중점을 두어 외유내강형의 캐릭터를 선보였고, 반대로 매켄지의 경우는 행동력 있으면서 강인한 탐정적인 면을 중점적으로 묘사했다. 같은 방송사의 <Agatha Christie's Poirot>처럼 중견배우들과 당시엔 상대적으로 무명이었지만 지금은 유명해진 배우들의 모습을 확인할수 있다. 전자의 경우엔 엘리엇 굴드, 그레타 스카치, 데렉 자코비, 티모시 달튼 등이 있고, 후자의 경우에는 베네딕트 컴버배치캐리 멀리건 등이 있다.

각 시즌별로 각기 다른 감독이 작품을 맡았지만, 전반적으로 원작의 캐릭터 구성이나 내용에 개연성을 두고자 노력해온 부분이 돋보인다. 원작에 비해 마플 여사는 전체적으로 훨씬 활동적인 인물로 적극적으로 사건에 동참한다. 추리도 단순히 들어서 해결하기보다는, 본인 스스로 자기 자신의 추리를 검증해보거나 맞춰보기도 하는 등 전반적으로 탐정적인 면이 돋보이는 게 특징.

이렇게 들으면 사실 작품이 지나치게 무겁게 들릴 만도 한데, 사실은 곳곳에서 날카로운 영국식 유머나 풍자가 돋보여서, 지나치게 가볍지도 않으면서 흥미진진한 부분이 많다. 특히 미스 마플이 각 에피소드마다 커플 메이커로 맹활약하는 탓에, 다른 시점으로 보면 또 훌륭한 로맨스물. 마무리될 때마다 범인이 잡혀감과 동시에 곳곳에서 행복한 커플들의 훈훈한 모습이 보인다. 물론 솔로들은 볼 때마다 염장이 갈기갈기 찢기는 기분이다만

2004년에는 NHK-TV에서 명탐정 포와로와 마플(名探偵ポワロとマープル)이라는 작품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기도 했다. アガサ・クリスティーの名探偵ポワロとマープル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들을 다루는 내용으로 포와로와 마플이 대면하지는 않는다. 일본 애니라는 매체 특성상 수수하지만 우아한 미노년으로 등장하며 주인공 메이벨을 지지해준다. 지인들 사이에서는 그 추리력 명성이 높은 모양.

3 출연작 목록

제목은 모두 해문출판사 기준.

  • 목사관 살인사건(The Murder at the Vicarage, 1930)
  • 예고 살인(A Murder is Announced, 1950. 황금가지판은 '살인을 예고합니다.')
  • 주머니 속의 죽음(A Pocket Full of Rye, 1953. 황금가지판은 '주머니 속의 호밀')
  • 움직이는 손가락(The Moving Finger, 1943)
  • 화요일 클럽의 살인(The Tuesday Night Club, 1927. 단편집. 이 제목은 미국에서 바꿔 붙인 것이고, 영국 원제는 미스 마플의 13 수수께끼)
  • 서재의 시체(The Body in the Library, 1942)
  • 마술 살인(They Do It with Mirrors, 또는 Murder with Mirrors, 1952)
  • 버트램 호텔에서(At Bertram's Hotel, 1965)
  • 패딩턴발 4시 50분(4.50 from Paddington, 또는 What Mrs. McGillicuddy Saw!, 1957)
  • 깨어진 거울(The Mirror Crack'd from Side to Side, 또는 The Mirror Crack'd, 1962)
  • 카리브해의 비밀(A Caribbean Mystery, 1964)
  • 복수의 여신(Nemesis, 1971): 카리브해의 비밀의 후속작. 3부작 예정이었지만, 작가의 죽음으로 완결되지 못했다. 내용상으로는 이 작품이 가장 나중.
  • 잠자는 살인(Sleeping Murder, 1940년경에 이미 쓰였지만 출판은 1976년): 미스 마플의 마지막 사건.
추가바람
  1. 시골마을에 평생 눌러 살았다는 게 그녀의 입버릇이지만, 실제로 보면 툭하면 런던이나 다른 지방으로 떠나고, 외국으로 나가는 일도 여러 차례 있었다
  2. 다만 이것은 마플 관련 작품이 영상화되며 생긴 클리셰. 예고 살인에서 뜨개질 하는 나오는 모습이 나오기는 하지만, 트레이드마크로 쓰일 정도로 많이 나오지는 않았다. 나이 들어서 뜨개질이 힘들어졌다는 언급은 있었지만
  3. 여담이긴 하나, 작든 크든 간에 사람들이 뭉쳐서 오래 살다보면 별의별 일이 다 일어나는 건 사실이다. 작은 사회 항목을 참조. 하지만 실제 마스마플 나오는 것을 보면 범죄의 수준이 상상을 초월한다. 아무리 크든 작든이라지만 평범한 범죄가 아닌 극악무도스러운 범죄가 일어난다는 것은 다소 말이 안된다.
  4. 마을에서 제일 악독한 할망구라고 욕하는 사람조차도 있다
  5. 물론 전성기 때 한정, 2차 대전 이후가 되면, 통 사람들에 대해 알 수가 없다고 불평을 많이 한다
  6. 피터 유스티노프가 에르퀼 푸아로로 출연한 영화 《나일강의 죽음》에서는 오터번 부인 역을 맡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