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노 이론

특정 국가에서 발생한 정치적 변혁이 인접 국가로 확산될 수 있다는 이론. 냉전시대 당시 공산주의의 확산을 경계하면서 제기된 것에 기원을 둔다.

도미노가 한 개의 도미노를 쓰러뜨리면 연쇄적으로 주변의 도미노들이 모조리 쓰러지듯이 특정 국가가 공산화 되면, 인근의 국가들도 연쇄적으로 공산화되어 버린다는 이론이다.

이 말의 유래는 1954년 미국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존 포스터 덜레스 국무장관이 주장한 것으로 냉전시대 미국 외교의 근간이 되었다. 한마디로 그 나라 공산화 되는 거 내비두면 다른 나라들도 다 공산화 된다니깐? 그러니까 우리가 개입해서 그걸 막아야해라는 논리를 전개하는 데 이용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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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전쟁 이후로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등이 잇달아 공산화 되면서 이 이론이 사실로 나타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에 와서는 과연 이 이론이 맞았는가 대해서 논란이 있다. 동남아시아의 경우는 캄보디아까지만 공산화되고 그 이상을 막아낼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이 베트남에서 10년 넘게 군사력을 행사한 덕택이라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미국이 각국의 실정을 제대로 헤아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공세를 퍼부은 게 오히려 공산화를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보는 시각도 만만찮다. 사실 미국의 베트남 개입이 깊어진 1960년대 중반 까지만 하더라도 캄보디아, 라오스는 여전히 못사는 신생 독립 후진국이었지만 한바탕 난리를 겪고 들어온 폴 포트니 하는 또라이들이 난리치고 나라는 가난한 영농국가 전역이 고엽제 밭이 되는 등 그 이후보다는 비교도 안되게 안정적이었던게 미국이 판을 황당하게 키워 놓은 베트남 전쟁의 여파가 퍼지면서 공산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결과와 과정 모두 따지고 보면 도미노 이론 자체는 현실이 되었지만, 이 상황을 만든건 미국 자신인 자가충족적 예언이 되어버렸다고 보는게 맞다.

세계 2차대전 이후, 이데올로기, 즉 경제적 체제와 정치적 이념을 바탕으로 한 자본주의/민주주의 대 공산주의/사회주의간의 냉전이 극대화 되게 된다. 도미노 이론이 적극적으로 주류 이론으로 미국 외교의 근간이 되었던 것은 바로 베트남 전쟁이다. 도미노 이론은 미국과 소비에트 연방 사이의 전쟁이었지만 실질적인 전쟁은 그들의 동맹국들이 치루는 대리 전쟁(Proxy War) 양상으로 주로 이루어지게 되는데 대표적인 전쟁이 한국전쟁(6.25전쟁), 베트남 전쟁,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전쟁등이다. 이는 핵무기 경쟁을 하던 미국과 소련이 전면적으로 나서서 전쟁을 할 경우, 핵전쟁의 위험을 서로 잘 알았으며 이를 감당할 수 없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았기 때문이다. 핵무기가 상호확증파괴, 즉 전략무기라는 점이 여기서 증명된다.

도미노 이론은 지정학적 시각에서 발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예컨대, 중국이라는 큰 공산주의 국가가 북한을 통해 한국을, 베트남을 통해 인도차이나 반도를 공산화 한다는 것이다. 베트남의 공산화가 저 멀리 떨어져있는 남미의 어느 국가의 공산화와는 관련이 없다. 그러므로 미국은 주위 공산주의 국가로부터 동맹국들을 살려내기 위해 아등바등 국력을 쏟았다. 베트남 전쟁은 출구전략이 부재하여 많은 희생만 만들고 결국 공산화를 허용했다.

또한 한 나라에서 무슨 일이 생겼다고 해서 당장 근처 나라들에도 영향을 미친다라는 건 논리적인 비약이라는 의견도 있긴 하다. 베트남이 공산화 되었지만 근처의 미얀마등은 공산화가 아니라 독재화가 되었으며 태국은 그대로 입헌군주제를 유지해나갔다. 그러나 근처 나라에서 어떤 일이 생기면 지리적 인접성 때문에 영향이 미치는 걸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한때는 공산주의를 경계하던 이론인 것이 1990년대초 동유럽 공산주의 정권들이 차례로 붕괴되면서 도미노 현상이 증명되었다고 하는 시각이 있고, 2011년에 와서는 튀니지에서 시작된 재스민 혁명이 인근 국가들은 물론 아랍권 전체로 번지면서 아랍권 민주화의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데서도 인용되곤 한다.

한반도에 적용시키자면 베트남의 공산화 등으로 공산주의 확대의 기세가 절정에 달했던 1970년대에는 한국이 "우리가 베트남 다음 차례인가?"라는 두려움에 시달렸지만, 냉전이 공산주의 진영의 패배로 막을 내리고 중동을 비롯한 세계 각 지역의 권위주의 체제가 차례로 몰락하고 있는 오늘날에는 오히려 "다음에는 북한 정권이 붕괴할 차례"라는 식의 주장이 유행처럼 회자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