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의 2007년 영화.
배우가 자진해서 메소드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영화가 그걸 하도록 만든다
헤어조크는 영화를 메소드하게 합니다
베트남 전쟁이 무대인 영화로, 베트남/라오스에서 포로로 잡힌 미군 전투조종사 중 최초로 탈출에 성공했던 해군 대위 디에터 뎅글러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바로 이 디에터 뎅글러를 연기한게 크리스찬 베일. 전쟁포로의 깡마른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무려 20Kg을 감량했다. 참고로 이 영화 전후로 찍은게 배트맨 비긴즈와 다크 나이트다. 근육 - 말라깽이 - 근육을 반복했단 소리.
줄거리는 파일럿 디에터 뎅글러가 라오스에서 격추당해 전쟁포로가 되고, 열약한 수용소 생활을 하다가 결국 탈출하나 베트남의 정글에서 생존 서바이벌을 벌이는 이야기. 구더기를 먹는 장면도 나온다. 사실 그런 내용은 크게 중요하지 않고, 헤어조크 팬들 사이에선 그냥 감독이 베트남의 정글을 찍고 싶어서 찍었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한다(...)
헤어조크 감독은 이미 1997년에 디에터 뎅글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디에터는 날아야 한다(Little Dieter Needs To Fly)를 찍은적이 있다. 꼭 10년만에 같은 소재로 이번에는 극 영화를 만든 셈. 이 영화중 대사이기도 하다. 다른 포로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조종사가 되었는지 알려주는 장면이다. 디에터가 어렸을때 독일에 살았을때 2차대전 중이라 연합군 폭격기와 전투기들이 날라다니는데 그때 연합군 조종사가 저비행을 하는데 그 조종사와 눈을 맞춘것. 디에터는 그때부터 "little Dieter needs to fly.[1] 라고 말한다. 참고로 크리스찬 베일 아역 시절 [2] 영화에서 똑같은 장면이 나온다는걸 생각하면 어떤면으로 보면 배우개그 이다.
영화 속에서는 디에터 뎅글러를 위주로 극을 구성하다보니 포로들이 디에터를 포함해 7명인 것을 6명으로 줄였다거나 여러가지로 사실과 다른 사항들이 많이 있는데[3], 그 과정에서 유진 드브루인이 실제에 비해 심히 찌질하게 그려졌다. 유진의 경우는 영화 속에서 모든 걸 체념한 채 찌질거리는 모습만 보여주는데, 실제로는 디에터와 다른 계획으로 이리저리 충돌했다고는 하지만 매우 적극적으로 탈출을 계획하고 동료 태국 출신 포로들에게도 영어를 가르치는등 친절했던 인물이며, 오히려 디에터가 독일 억양(디에터는 2차대전 시기 독일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온 이민자다) 때문에 포로들과 친해지기가 힘들었다고. 실제 디에터와 함께 수감되었다가 탈출에 성공한 태국 출신 포로 피시디 인드라닷의 증언에 기초하여 여러가지 사실과 다른 점을 지적한 웹페이지가 있을 정도.[4] 감독은 영화를 만들 당시에는 유진의 영웅적인 행적에 대해 미처 몰랐기 때문에 영화를 이렇게 찍었다고 한다. 뭐, 사실관계의 왜곡 때문에 크게 분노한 유족과 달리 팬들 입장에서는 티모시 E. 업햄을 연상시키는 제레미 데이비스의 연기 덕에 배우개그 하나 거하게 뽑았다(...)
마지막에 정보기관스러운 검은 양복 입은 놈들이 왜 등장하나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는데, 극중 등장하는 포로들중 대부분이 에어 아메리카를 탔다가 떨어진 이들이다. 그런데 에어 아메리카는 바로 항공사로 위장하여 활동했던 CIA의 비밀 항공작전 담당조직이다. 즉 동료 포로들은 넓은 의미에서 CIA 관계자였던 셈. 디에터에게서 베트콩이나 파테트라오에 대한 정보를 캐내고 CIA의 정보가 새어나갔는지도 알아봐야 했기 때문에 CIA가 와서 병석에 누운 디에터에게 질문공세를 펼친다.. 그런데 항공모함에서 헬기 타고 날아온 동료들이 그런 CIA에게 엿을 먹이고 디에터를 납치해서 항공모함으로 데려간다(...)[5] 마지막에 갑판 엘리베이터를 내려온 헬리콥터에서 내리자 제독 이하로 항공모함 내의 전 승조원이 모여서 디에터를 환영해주는 엔딩이 인상적.
시간이 나면 보도록하자, 전체적으로 배우들의 연기나 극의 흐름이 굉장히 인상깊게 남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