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다

1 상세

현재 사건이나 사실을 서술하는 뜻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로 형용사에는 '-다'가, 동사에는 '-ㄴ다' 또는 '-는다'가 붙는데, '맞다'는 동사이므로 '맞는다'로 쓰는 것이 문법에 맞는다. 한국어에서 동사는 어근을 그대로 사용하는 법이 없고 반드시 시제 보조사를 넣어서 쓴다.

  • 답이 맞다 (X) → 답이 맞는다 (O)
  • 네 말이 맞다 (X) → 네 말이 맞는다 (O)
  • 정말 그 주장이 맞다면 (X) → 정말 그 주장이 맞는다면 (O)
  • 너는 그 사람들과 잘 맞구나! (X) → 너는 그 사람들과 잘 맞는구나! (O)

문장을 동사로 끝낼 때, '나는 숙제를 하다', '나는 집에 가다', '나는 밥을 먹다'와 같이 쓰지 않고 언제나 '나는 숙제를 한다', '나는 집에 간다', '나는 밥을 먹는다'와 같이 쓰듯이, '맞다' 또한 동사이기 때문에 '네 말이 맞다'가 아니라 '네 말이 맞는다'로 쓰는 것이 원칙적으로는 맞는다. 다만 사전 등에서 기본형을 써야 하는 경우나 절대문('나무들, 비탈에 서다'와 같이, 신문 제호나 책 제목에 종종 쓰이는 문체)을 쓸 경우는 '맞다'로 쓰는 것이 문법에 맞겠지만, 일반적인 문장에서는 '맞는다'와 같이 써야 원칙적으로는 문법에 맞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네 말이 맞다'가 문법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는 듯하다. 100이면 99는 '네 말이 맞다'로 쓰는 것으로 보이며, '네 말이 맞는다'로 쓰는 사람은 정말 보기 드물다. 심지어 '맞는다'로 맞게 쓴 것을 보고 비문이라고 지적하는 사례도 보인다.

이와 같은 문제가 생기는 것은 이 항목에서 설명하는 단어 '맞는다'(네이버 사전 기준 1번째 항목)와 동음이의어이자 품사마저 똑같은 '맞다'(네이버 사전 기준 3번째 항목)라는 동사가 또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 우리말을 쓰는 화자 대부분은 '맞는다'는 "(너 자꾸 그러면) 맞는다 (be hit)."처럼 가까운 미래에 '(누군가에게) (얻어)맞게 된다'의 의미로 이해할 때가 많다. 이는 주어가 '사람'일 경우에는 '맞는다' 이 문서에서 설명하는 '말 육감 따위가 틀림이 없다'는 의미의 '맞다'(네어버사전 1번 항목)가 아닌 '외부로부터 어떤 힘이 가해져 해를 입다'라는 의미의 '맞다'(네이버사전 3번 항목)의 활용형으로 쓰는 것이 거의 굳어졌다는 의미이다.

다시 말해 '네가 맞다'라고 하면 -> 너의 말(또는 육감)이 틀림이 없다 로 이해하고 '네가 맞는다'라고 하면 -> 네가 외부로부터 어떤 힘이 가해져 해를 입고 있다 의 의미로 구분하는 식으로 아예 굳어져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문법 규범에 맞지 않기는 하지만 의미혼동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 두 '맞다'의 용법이 일상생활에서 매우 흔하게 쓰여 양자를 구분할 필요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의미 혼동을 막기 위해 '맞다(네이버 사전 1번 항목)'와 '맞는다(네이버 사전 3번 항목)'를 구분해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 맞는다는 증거로는 '맞다'(네이버 사전 1번 항목)를 '크기, 규격 따위가 다른 것의 크기, 규격 따위와 어울리다.'라는 의미로 쓸 때는 '맞는다'라는 표현이 별로 위화감이 없다는 데서도 증명된다. (예 : 반지가 손가락에 잘 맞는다) 이는 사람이 주로 주어로 쓰이는 위의 예와는 다르게 사물이 주로 주어로 쓰이기 마련인 이 의미로 쓸 경우에는 굳이 의미 혼동을 막기 위해 대중이 '맞는다'를 '맞다'로 바꿔 쓸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부정형 또한 '맞지 않다'가 아니라 '맞지 않는다'라고 쓰는 것이 원칙적으로는 맞는다. '나는 숙제를 하지 않다', '나는 집에 가지 않다', '나는 밥을 먹지 않다'와 같이 쓰지 않고 '나는 숙제를 하지 않는다', '나는 집에 가지 않는다', '나는 밥을 먹지 않는다'와 같이 쓰듯, '네 말이 맞지 않다'도 원칙적으로는 문법에 맞지 않는다.

  • 답이 맞지 않다 (X) → 답이 맞지 않는다 (O)
  • 네 말은 맞지 않다 (X) → 네 말은 맞지 않는다 (O)
  • 정말 그 주장이 맞지 않다면 (X) → 정말 그 주장이 맞지 않는다면 (O)
  • 너는 그 사람들과 잘 맞지 않구나 (X) → 너는 그 사람들과 잘 맞지 않는구나 (O)

국립국어원에서는 이러한 근거로 '맞다'를 동사로 보고 있고, 주요 답변 모음에서도 '맞다와 '틀리다'의 활용형에 대해 다루고 있다. 2003년에도 '맞다'의 (잘못된) 쓰임에 대한 지적이 있는 것으로 보아, '맞는다'를 쓸 자리에 '맞다'를 (잘못) 쓰는 것은 상당히 오래된 현상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맞다, 게보린!"이나 "맞다! 보라색 맛 났어!"처럼 '맞다'를 감탄사처럼 사용하는 예도 있다. 이로 인해 젊은 세대들에겐 '맞다'가 깊게 각인되어 있다. 맞춤법 검사기 기능이 있는 아래아 한글에서도 '맞다'에는 빨간 줄이 그어지지 않지만, '네 말이 맞다' 자체는 문법에 맞지 않는 것이지 맞춤법에 맞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맞춤법 검사기가 잡지 못하는 것이다.

'맞다'가 동사뿐만 아니라 형용사로도 인정된다면 '네 말이 맞다'도 문법에 맞는 말이 되겠지만, 아직까지는 '맞다'가 형용사로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네 말이 맞다'는 원칙적으로는 문법에 맞지 않는다.

다만, '맞다'와는 달리 '알맞다'와 '걸맞다'는 형용사이므로 '알맞는다', '걸맞는다'로 쓰면 틀린다. 즉, '맞는 답', '알맞은 답'이 문법에 맞는다는 것. '맞은 답'이라면 과거에는 정답이었으나 현재는 정답이 아닐 수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형용사 '신기하다'를 '신기한 물건'과 같이 쓰고 '신기하는 물건'과 같이 쓰지 않듯, '알맞다' 또한 형용사이기 때문에 '알맞는 답'은 문법에 맞지 않는다.

다만, 사전에는 '맞다'가 동사로만 나와 있지만, 실생활에서 '맞다'가 동사인지 형용사인지는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다. '네 말이 맞다'와 '그 말이 맞다면'을 맞는 것으로 본다면, '맞다'는 형용사이다. 그러나 '맞는 답은 무엇인가?'와 '이게 맞는지 모르겠다'를 맞는 것으로 본다면, '맞다'는 동사이다. 만약 '맞다'가 동사라면 위에서 서술한 것과 같이 '네 답이 맞는다'로 써야 하지만, '맞다'가 형용사라면 '맞는 말'이 아니라 '맞은 말'로 써야 한다(참고: 신기하는 현상(X), 신기한 현상(O)). 그리고 '반지가 손가락에 맞다/맞는다'와 같이 '맞다'와 '맞는다' 모두 딱히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쯤 되면 동사인지 형용사인지 정말 며느리도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국어 화자들이 '네 말이 맞는다', '그 말이 맞는다면'과 같은 표현을 어색하게 느끼고 '네 말이 맞다', '그 말이 맞다면'과 같은 표현을 자연스럽게 느끼는 만큼, 국립국어원이 '맞다'의 품사와 활용형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맞다'는 아래 서술된 '있다'(존재하다), '없다'와 마찬가지로 본래는 형용사인데 관형사형만 다른 형용사와는 다르게 '-ㄴ/-은'(예: 신기한 현상(O), 신기하는 현상(X); 좁은 길(O), 좁는 길(X))이 아니라 '-는'을 취하는 단어일지도 모른다. 만약 이 견해가 맞는다면 국립국어원이 '맞다'의 품사를 동사로 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할 수 있다.

2 원인

이러한 현상이 생기는 것은 한국어에서 동사와 형용사의 구분이 애매하기 때문이고, 문장을 끝맺는 엔딩이 그 경계를 더 애매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문장 규범 문법에서는 동사와 형용사를 명확히 구분하고 있고 사전도 동사와 형용사를 명확히 구분하고 있지만, 한국어는 전통적으로 동사와 형용사를 명확히 구별하지 않았고, 아직도 동사와 형용사의 중간적 성질을 띠는 단어들이 여럿 있다. 크다/큰다, 늦다/늦는다 등이 동사로도 형용사로도 쓰이는 것[1]과 형용사 '있다'(존재하다), '없다'의 관형사형이 다른 형용사들과는 달리 '있은', '없은'이 아니라 동사처럼 '있는', '없는'이 되는 것도 이 현상을 잘 보여 준다.[2] 그래서 이 현상은 '맞다'뿐만 아니라 다른 용언에서도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실제로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에서는 이러한 문제로 언어 덕후들 사이에서 키배가 벌어진다.

'틀리다'도 동사이기 때문에 '네 답이 틀리다'가 아니라 '네 답이 틀린다'가 맞고, '다음 중 틀린 것은?'이 아니라 '다음 중 틀리는 것은?'이 원칙적으로는 맞는다. 생각해 보면, '다음 중 맞은 것은?'이 아니라 '다음 중 맞는 것은?'이라고 하면서 '다음 중 틀리는 것은?'이 아니라 '다음 중 틀린 것은?'이라고 하는 것도 모순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국립국어원 또한 이 현상에 대해 다룬다.

'웃기다'도 동사이기 때문에 '이거 정말 웃기다'가 아니라 '이거 정말 웃긴다'가 원칙적으로 맞고, '나를 웃기는 사진'과 '나를 웃긴 사진'은 의미가 다르다. '나를 웃기는 사진'이라면 현재 나를 웃게 만들고 있는 사진 또는 볼 때마다 나를 웃게 만드는 사진이라는 뜻이고, '나를 웃긴 사진'이라면 과거에 나를 웃게 만든 사진이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나를 웃긴 사진'은 '나를 웃기는 사진'의 줄임 표현으로 인식된다. 그리고 과거를 표현하고 싶다면 '나를 웃겼던 사진'이 대신 사용된다. 사람들이 '나를/우리를 웃기는 사진'에서 '나를/우리를'을 생략해 '웃기는 사진'으로 많이 쓰다 보니 '웃기다'에 본뜻인 '웃게 하다'(동사)뿐만 아니라 '재미있다'와 비슷한 뜻(형용사)이 더해졌고, 이러다 보니 '웃기다'는 '그는 사람들을 잘 웃긴다(= 웃게 한다)'와 '웃긴(≒ 재미있는) 사진'과 같이 동사로도 형용사로도 쓰이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웃긴 지명'이 아니라 웃기는 지명맞는다. '웃기다'를 '웃게 하다'로 풀어서 쓴다면 '웃게 하는 지명'으로 쓰지 '웃게 한 지명'으로 쓰지 않는 것을 생각해 보자.

'모자라다' 또한 동사이기 때문에 '그 사람은 모자라다', '모자란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은 모자란다', '모자라는 사람'이라고 해야 원칙적으로는 맞는다. '지능이 떨어진 사람'이 아니라 '지능이 떨어지는 사람'이라고 하듯, '모자란 사람'이 아니라 '모자라는 사람'이라고 하는 것이 원칙적으로는 맞는다.

'알맞다'와 '걸맞다'가 형용사라서 '맞다'도 형용사로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현대 한국어 문법이 유럽에서 태동한 언어학의 동사와 형용사 개념을 가져와 거기에 맞춰 놓은 것이라 발생하는 일이기도 하다. 영어를 예로 들자면, 한국어에서 동사와 형용사의 경계는 영어처럼 딱딱 맞아 떨어지지도 않고 문법적으로 유사하게 작동한다. 가령 영어 원어민은 본능적으로 형용사, 동사, 부사, 전치사 등의 어순을 기억하고 구분지어 나열하면 그만이고 그 규칙에 매우 익숙하다. 그러나 한국어 원어민은 동사와 형용사가 꽤 유사하게 작동하고 특히 조사가 유연하게 붙을 수 있기 때문에 품사간의 엄격한 경계가 흐릿해질 수 있다. '맞다/맞는다'의 경우를 보아도 실제로는 "답이 맞지 않는데?" 식의 표현도 일반적으로 사용된다는 걸 알 수 있다. 사실상 혼용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그렇다고 한국어에서 동사와 형용사의 구분이 없다는 건 아니다. 맞다와 비슷한 뜻을 지니는 형용사 '옳다'를 떠올려보고 '네 말이 옳다'와 '네 말이 옳는다'(???)를 생각해보면 분명 뭔가 구분되는 게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결국 여기서 나열된 문제들이란 한국어 화자들이 동사와 형용사의 고유 문법 규칙을 혼용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는 한국어 화자들이 한국어 단어를 배워 나갈 때 동사와 형용사를 엄격히 구분하여 배우지 않기 때문이다. 달리 생각해 보면 한국어라는 고립어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한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시궁창인데, 현대 한국어는 규범 문법으로 돌아가는 언어이기 때문에 '네 말이 맞다'는 아무리 많이 쓰여도 엄연히 틀리는 표현이다. 물론 언어가 빠르게 변해 가는 건 비단 한국어뿐만이 아닌 모든 다른 언어들도 마찬가지라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건 규범 문법 체계가 아주 잘 잡혀 있는 영어도 마찬가지이고, 때로는 틀린다고 알려진 표현이 기존 문법의 애매함을 해결하는 경우도 있다.
  1. 실제로 '크다'는 '키가 크다'와 같이 형용사로도, '키가 큰다'와 같이 동사로도 쓰일 수 있고, 형용사일 때와 동사일 때의 의미가 다르기 때문에 - 동사로서의 '큰다'는 성장을 일컫는 말로 ("그 '요즘 애들'이 커서 된 게 나거든?"이란 말에서 물리적으로 크기가 커졌다는 걸 언급하는 의미는 어디에도 없다) 아예 형용사의 '크다'와 전혀 의미가 다른 사실상 동음이의어다 - 형용사로도 동사로도 사전에 실려 있으며, '키가 크다'와 '키가 큰다' 모두 문법에 맞는다. '늦다'도 마찬가지다(예: 발걸음이 늦다 / 약속에 늦는다).
  2. 그러나 '사건이 있은 지 15년'과 같은 예외가 있고, '없다'는 20세기 초까지 '없은'으로 활용된 역사가 있으며(물론 당시에는 발음대로 적었기 때문에 '업슨'으로 적었다), '없는'이 '없은'보다 역사가 오히려 짧다. 그리고 '있는', '없는'의 과거형을 '있는', '없는'으로 쓰는 것도 같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