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단어의 의미를 그대로 해석하면 의식의 외부가 의식의 방향성을 결정하고 주관의 외부가 주관의 방향성을 결정한다는 유물론적 관점에 변증법을 도입해 그 안에서 지속적으로 대립과 투쟁이 일어나고 있으며, 그것은 더 큰 종합을 향해 나아간다는 관점이다.
개념 자체는 그래서 그렇게 특이한 것이 아닌데, 예를 들어 종이의 발명이 관료제의 발전을 더 촉진하냐 상용문자의 일원화가 관료제의 발전을 더 촉진하냐는 문제를 두고 생각해 보았을 때, 어떤 것이 더 우선적인 변수가 되어 실체에 직접적으로 작용하게 되는 지는 각각의 대립된 조건들 사이의 대립과 투쟁의 결과물로서 변증법적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발견과 이들이 전개한 논리 자체는 굉장히 보편적인 것이었는데, 이는 순수하게 변증법적 유물론이라는 개념이 인간의 의식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제반 조건을 파악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기 때문이었다.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저서 자연변증법에서는 뉴턴의 기계적/자연적 유물론을 한층 더 발전시킨 유기적/사회적 유물론이라고 칭한다.
2 사적 유물론과의 관계
문제는 이것을 사적 유물론historical materialism으로 들여와서 필연성으로 환원시켰을 때 발생했다. 일견 당시에는 특출난 것으로 보일 수는 있었어도 이상할 건 없었던 개념을, 당위로서의 필연성으로 이끌어낸 레닌에 의해 공산당 독재를 합리화하는 도구로서 사용되었던 순간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 지를 알지 못하면서 그것을 하게 되는 절망적인 상황에 놓이는 경험에 이르게 되었던 것이다. 그 원인은 다음과 같다.
역사의 발전을 실체로서 파악하는 것까지가 변증법적 유물론의 기본 개념이었다면, 이 기본 개념을 확장시키면서 이것을 그럼 이용해보면 어떨까 하는 발상이 출현하게 되었는데, 그러면서 동시에 공산주의라는 매우 오래된 기원을 가진 개념을 끌어오게 되었다. 공산주의 항목을 보면 알겠지만 그 역사는 고작 수 백 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대 세계에서부터 진행되어 오던 매우 원시적인 사고 방식 중 하나였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진행된 많은 대안 공동체 운동들은 공산주의적인 모티프에 기반해 이뤄졌는데, 그 기원은 기독교가 탄생했던 시점까지 거슬러올라간다.
민주주의가 그랬던 것처럼 공산주의 또한 활용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해볼 수도 있겠지만, 민주주의가 처음부터 완전하게 거듭나는 것을 불가능한 목표지점으로 삼아 교조화를 막은 것[1]에 비해 마르크스-레닌의 공산주의는 그렇지 않고 처음부터 완결된 원리와 법칙성을 가진 것으로 시작했다.
역사의 발전 단계를 유물론적으로 해석한 사적 유물론은 생산성의 증대에 의해 종국에는 모든 인간이 자기가 필요한만큼 가져가고 능력만큼 생산하는 공산사회로 귀결한다고 보았는데, 이 결론 자체는 특이할 것이 없으나 이를 당위로서 여기고 곧바로 현실정치에 대입 시키는 것이 가능하다고 여기면서 법칙성을 교조화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당위가 되면 절대권력이 출현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결말이었는데, 일당 독재를 지속해왔던 공산국가의 공산당은 사적 유물론에 맞추어 역사의 진행단계를 일일이 판단하려고 들었고, 이것이 옳다고 여기면서 그걸 하려고 했다.
요컨대 당이 하는 일은 절대 옳다는 신념은 바뀔 수가 없는 기본 전제였던 것인데, 문제는 이것이 맞는지 틀린지를 판단할 방법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무엇이 되었건 틀린 것이 될 수 없었고 당 지도부의 결정 아래에서 이뤄진 일들은 자신들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우선적으로 배제하게 만들었다. 현실적이지 않은 해결책을 마구잡이로 밀어붙여도 그걸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당의 지도부에서 자기들이 뭘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었다. 올라오는 보고에 근거해 개혁이 잘 이뤄지고 있다고 판단했는데, 당이 옳은 것인데 그 당이 틀렸다고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잘못된 것이기 때문에 무슨 문제가 생겼을 때 그걸 곧이곧대로 이야기할 수가 없었던 것.
정리하자면 변증법적 유물론은 사적 유물론을 만들어냈지만, 사적 유물론은 보편적으로 보이는 법칙성을 교조화함으로써 실패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3 성과
변증법적 유물론의 영향은 현재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 이는 변증법적 유물론이 코페르니쿠스적인 발상의 전환이었기 때문이다. 인간 사회가 인간 개개인의 자유의지와 자아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이루고 있는 힘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고, 그로인해 근대적인 여러 기초학문 분야의 성립과 발전에 지대한 공여를 할 수 있었다. 현대의 인문학, 특히 고고학, 인류학, 비교문화이론은 반드시라고 해도 될 정도로 변증법적 유물론을 그 전제에 깔고 있으며, 기업이 사회의 발전에 관여하는 형태에 대해서도 방향성을 제시한다. 특히 20세기에 이르러 소비사회가 만들어지고 나서부터 소비자의 행동 패턴을 설명하기 위한 많은 관점들이 도입되었는데, 시대가 발전할 수록 원형으로서의 변증법적 유물론은 보이지 않게 되어가고 있지만 그 모든 관점의 기초에는 물질적인 조건이 현실을 결정짓는다는 변증법적 유물론을 깔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 알다시피 민주주의는 견제의 원리를 깔아두고 있으며, 이상은 존재하되, 완성될 수는 없음을 전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