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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도형 중 하나는 '부바'고, 다른 하나는 '키키'라고 하자. 어느 쪽이 부바이고 어느 쪽이 키키일까?
위키니트 여러분도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물론 정답은 없다. 다만 대부분은 다음 각주와 같이 대답했을 것이다. [1]
시시해 보이는 실험이지만 상당히 중대한 의미를 갖는 것이, 페르디낭 드 소쉬르가 정리한 언어학의 전제 중 하나인 기의와 기표의 결합관계는 자의적이다는 전제에 본격으로 위배되기 때문.
언어의 자의성이라는 건, 쉽게 말해서 하얀색의 이미지 그 자체와 '하얗다'라는 단어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하얗다'라는 글자를 보고 하얗다는 색깔이 떠오른다면 그것은 당신이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Album[2], 白, White, blanc[3]... 이 모든 단어가 전부 같은 색을 가리키는 단어라는 것을 아무런 사전지식 없이 알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관련해서, 셰익스피어는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장미는 어떤 이름으로 불러도 향기로우리라'라는 명언을 남긴 적이 있다.
그런데 이 두 도형은 어떤가? 도형에 '키키' '부바'라는 이름이 쓰여져 있는 것이 아닌데도 많은 사람들이 키키라는 이름과 뾰족함을, 부바라는 이름과 둥글둥글함을 연관짓는다. 즉 기표(이름)과 기의(대상)의 관계가 완전히 자의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부바는 입을 오므리고 부드럽게 발음하기 때문에 둥글둥글 부드럽고, 키키는 센 소리가 나기 때문에 뾰족뾰족한 것이 비슷하다고 우리의 뇌가 인식하는 것. 뇌과학자 라마찬드란은 여기서 생각을 확장하여, 인간이 최초로 사용하던 단어가 이런식으로[4] 탄생했을 것이며 이를 통해 여러 단어의 발생을 짐작할수 있다는 가설을 세운다.[5]
물론 이것은 자의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지 반드시 이러한 법칙에 따른다는 얘기는 아니다. 뾰족한 걸 부바라고 부르고 둥근 걸 키키라고 부르는 언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부바라는 단어를 뾰족함과 연관지을 것이다. 소쉬르의 명제가 함의하는 바는 기의와 기표의 결합은 자의적이더라도 그것이 사회적으로 정해진 이상 개인이 바꿀 수는 없다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사실 엄마, 아빠란 단어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던 효과인지도 모른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태어나자마자 인지하게 되는 두 "사람"을 부를 때, 거의 모든 언어권에서 여성 부모는 양순 비음(한국어의 ㅁ 발음)이, 남성 부모는 양순 파열음(한국어의 ㅍ 발음)에다가 가장 간단한 모음을 조합한 들어있는 단어로 부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