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인(고은이 모델이라고 한다)의 7~80년대 동안의 행보를 다룬 소설. 법조계에 종사하는 인물인 서술자에게 '악령'이라고 지칭되는 그 시인은 일상 속에서 망나니나 다름 없이 행동하면서도 자신을 포장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대외적으로는 진보적인 지식인으로서의 페르소나를 갖고 행동한다. 그러는 와중에도 기회가 올 때마다 주변에 있는 여자들을 건드리고 다니는 등 추잡하고 방탕한 생활을 하고, 결국엔 스스로 진보운동을 펼친 사람이었으면서도 더 이상 진보 인사로서 자신을 포장할 필요가 없어지자 사회의 안정적인 기득권이 되어서 여생을 보낸다.
이문열은 '이 작품을 보면 어떤 시인의 행보가 연상되겠지만 그를 개인적으로 공격하는 작품이 아닌 80년대의 시대상을 담아내는 작품으로 봐달라'고 했지만 민족문학작가회의에서 항의가 들어오자 결국 이 작품을 자신의 작품 목록에서 내려놓는다. 원래는 이문열 중단편 전집 5권(표제작은 '아우와의 만남')에 수록되어 있었지만 지금 유통되고 있는 저 단편집에서는 이 작품이 실려있지 않다. 이문열은 나중에도 어느 지면에서 '나는 그 시대의 한 특이한 개성을 소설적으로 형성화했을 뿐, 특정 인물을 공격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항변했다.
- ↑ 뻔히 보이건 어쩌건 당신을 공격할 의도는 없었다고 작가가 말하면 뻔히 공격당한 사람 입장에서는 작중의 자기 모습이 실제와 다르다고 말할 수가 없어지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