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정 아니다
事情判決
1 개요
행정소송에서 원고의 청구가 이유가 있으나, 처분 등을 취소하는 게 현저히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아니하다고 판단한 경우 법원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재판을 말한다.
2 내용
행정소송법 제28조에서는 '원고의 청구가 이유가 있으나, 처분 등을 취소하는 게 현저히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아니하다고 판단한 경우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것이 사정판결이다. 피고인 행정청에서는 당해 처분 등을 취소하면 공공복리에 현저히 반한다는 사실을 거증할 책임을 지며 법원은 본안심리를 한 후, 사정판결로서 기각판결을 한다.
이 때 판결의 주문에는 당해 처분등이 위법하다는 사실과 함께[1], 원고에게 적당한 구제방법도 명시한다. 따라서 원고는 손해배상, 국가배상 등을 청구하여 구제를 받을 수 있다. 본안판단에서 위법성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다른 요건상 문제가 없다면 비교적 용이하게 국가배상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2] 사정판결의 경우는 아래에도 언급되지만, 당장 소송비용의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반드시 사정판결이라는 것을 언급한다.
시험 문제에서는 '기각'을 '각하'로 자주 바꿔서 물어보는 경우가 많은데, 본안심리를 해야만 사정판결을 내릴 수 있으므로 기각이다.
이게 무슨 개소리야라고 할 사람들을 위해서 좀 쉽게 예를 들어서 설명해보면 이런 식이 된다.
A 시에 거주하는 시민 B는 자기가 가진 땅 주위에 공공건물이 들어서게 되었다는 것을 듣게 되었다. 그러면 토지수용에 대한 보상이 있기 때문에 보상이 얼마나 나올까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토지수용 및 보상공고가 나오지 않아서 '내 땅은 수용되지 않았구나'라고 생각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수천억짜리 건물이 들어섰는데, 건물과 그 부지 및 도로가 B의 땅을 지나가고 있었다. A시의 실수로 B에 대한 토지수용 및 보상처리를 하지 않고 넘어간 것이다. B는 A시의 행정에 대해서 엄청나게 분노했기 때문에, 보상도 필요없고 위법확인 및 건물철거와 원상회복 소송을 제기했다고 가정하자. |
이 경우라면 어떻게 되는가하면, 법대로만 하자면 B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의 사유지를 불법 수용해서 그 자리에 올라간 건물 및 시설을 불법건물이기 때문에 토지 소유자의 의사대로 철거해야 한다. 그런데 이러면 어마어마한 국고손실 및 관련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법원은 법대로 하면 니말이 맞기는 한데, 니 말을 들어주면 피해가 너무 커서 안되겠다라고 하면서 원고의 소송을 기각하는 것이다. 이 경우, A시는 B에게 만일 법적으로 토지를 수용했을 때에 해당되는 보상금 및 추가적인 이자 등을 지불하고, 소송비용 역시 피고 부담하게 된다. 소송 비용은 기본적으로 패소자가 법적 책임에 의거해서 분배되는데, 사정판결의 경우는 법적으로는 원고 승소이지만 현실적 이유로 기각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송 비용을 원고에게 부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로 든 B의 경우는 좀 극단적인 예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사정 판결이 나오는 가장 흔한 경우가 바로 도시계획이나 국고주도 거대토목사업 등이다. 2015년의 예를 들자면 부산광역시 남구 대연동의 재개발관련 행정소송에서 관리처분 계획을 위반하였으나 수천호 아파트가 건설되어서 이미 분양이 완료되었음을 이유로 해서 사정판결이 나온바 있다.
이처럼 법적으로는 불법이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효력을 인정하는 것이기 떄문에 행정소송 중 취소소송만 인정하며, 무효등확인소송과 부작위위법확인소송에서는 인정하지 않는다. 행정심판에도 이와 똑같은 제도인 사정재결을 두고 있다.
판례는 법치주의, 특히 법적 안정성의 원리에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에 요건을 엄격하게 보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학자들 사이에서는 사정판결의 화해적 기능에 주목하면서 사정판결을 확대하자는 주장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