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死灰復燃
꺼진 재가 도로 불탐. 이미 기세를 잃고 사그라들었다고 생각했던 무언가에 다시 불이 붙어 부활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復는 '다시 부'로, 부활 할 때 그 부이다. '회복'할 때의 '복'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의미상으로 권토중래와 비슷하다. 권토중래가 실패한 고사를 안타까워하며 노래한 것에서 유래했다면, 이건 정말로 부활에 성공한 예.
원전은 사마천의 사기 《한장유열전(韓長孺列傳)》[1]으로, 다음과 같은 훈훈한 이야기이다.
전한의 어사대부 한안국(韓安國)이 법을 범해 몽현(蒙縣)에 있는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이를 본 옥지기 전갑(田甲)은 그가 실각했으므로 다시 높은 자리에 오를 일이 없으리라 여기며 한안국을 놀려대곤 했다. 그러나 한안국은 모욕당하면서도 크게 화를 내지는 않고 돌려서 이렇게 말했다.
"꺼진 재라고 꼭 다시 불이 붙지 말라는 법이 있나(死灰獨不復然乎)."
언젠가 자기가 출옥해서 지위를 되찾을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전갑도 바보가 아니니 당연히 무슨 말인지 의미를 알기는 했지만 설마 그럴 리가 없다 여겼는지 이에 대답하기를,
"그럼 오줌을 갈겨 꺼버리마(然卽溺之)."
이후 형기가 끝나고 출옥한 한안국은 고향이기도 한 양(梁)의 내사(內史)로 발탁되어 갔다. 정말로 다시 고관대작의 자리에 오른 것. 그걸 듣고 제 발 저린 전갑은 옥지기 일을 버리고 도망쳤고, 한안국은 그를 수배하면서 다시 옥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일족을 멸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 엄포에 놀라 한안국 앞에 출두한 전갑은 웃옷을 벗으며 크게 사죄했다. 한안국이 그 꼴을 보고 웃으며 한마디하고 별 문책 없이 전갑을 보내주었다.
"어디 그 오줌이나 싸 보게. 자네와 같은 소인배는 벌 줄 가치도 없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