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스페리아

Suspiria[1] (1977)

이탈리아공포 영화. 지알로 계통의 호러 거장 중 한 사람으로 유명한 다리오 아르젠토가 감독을 맡은 작품으로, 지금까지도 아르젠토의 대표작으로 유명하다.

주인공인 미국인 소녀 '수지 배니언'이 독일의 유서깊은 국제 무용 기숙사 학교인 『탬 학교』에 들어가게 되면서 영화가 시작되는데, 선천적으로 민감한 체질의 수지는 학교 주변에서 일어나는 불가사의한 살인사건에 어떤 초자연적인 힘이 작용하고 있음을 깨닫고는 그 비밀에 대해 파헤치려고 한다. 이런저런 단서를 찾아 헤메던 수지는 발레 학교를 처음으로 설립한 사람이 그리스 출신의 악명높은 강력한 마녀이며, '검은 여왕'이란 이명으로 유명한 '엘레나 마르코스'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커다란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 대략적인 줄거리.

내용만 보고 있으면 추리물이나 어드벤쳐물을 연상케 하지만, 실제로는 다리오 아르벤토 본인의 특유의 독특하고 미장센이 매우 강하게 두드러지는 영화로, 판타지 오컬트 장르의 호러 영화에 가깝다. [2] 화려한 색감과 조형미를 자랑하는 화면과 선홍빛깔의 잔혹한 살인 장면 등을 비롯한 온갖 파워풀한 연출이 특징으로, 다리오 아르젠토의 강점인 미장센과 서스펜스의 연출능력이 최고조에 달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덕분에 호러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지금까지도 그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명작 호러 영화 중 하나로 손꼽힌다.

물론 다리오 아르젠토의 영화가 대개 그렇듯이, 화려한 화면과 강렬한 살인씬에 중점을 두다보니 시나리오의 전개 자체는 매우 허술하다는 단점이 지적되고 있다. 영화 중간중간에 삽입된 살인장면은 시나리오 전개상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것이 대부분인 눈요기거리에 불과할 뿐더러, 특히 힘을 쭉 빠지게 만드는 결말부는 허망하기 짝이 없어 보는 사람을 어이없게 만든다(…). 다리오 아르젠토 본인도 이런 지적이 다소 찔렸는지 80년대에 발표한 또다른 대표작인 페노미나에서는 나름대로 강렬한 시나리오를 선보이기도 했다.[3]

다리오 아르젠토는 이 영화의 아이디어를 여자친구 다리아 니콜로디 [4]가 들려준 이야기에서 얻었다고 한다. 여자친구의 할머니가 소싯적에 기숙사제 학교에 들어갔는데, 그 곳에서 흑마술을 가르친다는 괴담을 듣고선 공포에 휩싸여 한밤중에 몰래 빠져나왔다는 것인데, 실제로 본작에서도 흑마술로 사람을 살해하며 명예와 부를 축적하는 마녀와 학교의 교직원들이자, 그녀의 추종자들이 최종 흑막으로 등장한다. 이와 같은 기본적인 뼈대 위에 그림 형제의 고전 동화에서 채용한 여러가지 장면을 섞어 넣으면서 결과적으로 학교괴담풍의 스토리에, 암흑동화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서양판의 여고괴담이라 해도 무방할 듯. [5]

당시 이탈리아에서 마구잡이로 제작되던 호러 영화의 OST를 담당해온 고블린(Goblin)의 강렬한 음악으로도 유명하다. 실제로 고블린이 담당한 음악은 영화 자체의 을씨년하고 음침한 분위기를 잘 살려주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으며, 특히 메인 테마곡이 유명한 편.

한편 이 영화를 시작으로 다리오 아르젠토와 다리아 니콜로디는 마녀가 등장하는 마녀 3부작을 계획하게 된다. 그에 따라 아르젠토는 1980년에는 인페르노를, 2007년에는 눈물의 마녀를 각각 감독하였으나, 하나같이 서스페리아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이 다수였다.

또 이 영화는 상당히 국제적인 환경(…)에서 제작된 것으로도 유명하다. 실제로 이 영화에는 미국, 이탈리아, 독일 등지의 배우들이 한데 섞여 있는데 이들은 자신의 대사를 각기 자국어로 외웠다고 한다. 영화를 편집하면서 영어 혹은 이탈리아어로 더빙하기는 하였지만, 덕분에 배우들의 연기도 다소 어색하였고 과장되어진 부분이 엿보인다. 상대방의 대사를 잘 알아듣지 못했기 때문에 미리 각본의 내용을 통째로 외우거나 그 억양과 몸짓으로 뜻을 파악하고 다음 대사를 쳐야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6]

약 40여 년 만에, 2017년 개봉을 목표로 리메이크 버전의 제작이 확정되었다. 감독은 틸다 스윈튼 주연의 아이 엠 러브로 유명한 루카 구아다그니노가 맡았다. 주연배우로 틸다 스윈튼과 다코타 존슨[7]이 확정.[8]
  1. 탄식, 한숨을 뜻한다.
  2. 지알로엔 속하진 않는다. 지알로엔 초현실적인 요소가 거의 개입하지 않기 때문.
  3. 실제로 다리오 아르젠토는 강렬한 영상미에 비해서 시나리오나 스토리 면에선 매우 부족하고 취약하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나이가 들어도 이런 문제는 개선이 되질 않았으며, 결국 연출 감각이 무디어진 말년에는 이렇다할 흥행작품을 내놓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하는 원인이 되었다.
  4. 배우이자 각본가로 유명하다.
  5. 사실 다리아가 기획에 참여한 아르젠토 영화는 다른 아르젠토 영화들과 달리 분위기가 다르다. 좀 더 오컬트적이고 화려한 맛이 강한 편.
  6. 한찬 전성기를 구가하던 60년대 말~80년대 초의 이탈리아 호러 영화는 이렇게 다국적 스텝들이 제작이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다.
  7.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여주인공.
  8. 두 배우 모두 감독의 최신작, 비거 스플래쉬에서 이미 출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