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개
어슐러 K. 르 귄의 SF 소설. 헤인 연대기에 속하는 작품이다. 1976년 출간되었다. 지구에서는 희귀해진 목재를 구하기 위해 인간들은 애스시(Athshe)를 식민지로 삼아서 숲을 무분별하게 벌목한다. 또 초록색 털이 나있고 몸집이 작은 애스시 인들을 '크리치'라고 부르며 거의 노예처럼 부려먹는다. 남을 죽이는 방법을 모르는 애스시 인들은 인간을 '유멘'이라고 부르며 두려워하기만 할 뿐이었는데, 지휘관 데이비드슨에게 아내를 잃은 셀버라는 애스시 인이 기지에 불을 지르고 인간을 죽이는 사건이 벌어진다.
시차 없이 동시에 대화할 수 있는 통신기계 앤서블이 등장하기는 하는데 작품 전체의 내용이 애스시 인과 인간 사이의 갈등에 관한 것이라 외부 세계와 대화하는 용도인 앤서블의 비중은 크지 않다.
<세상을 가리키는 말은 숲>이라는 다소 시적인 제목은 애스시 인의 언어로 '애스시'가 숲을 뜻하는 동시에 세계를 뜻하기 때문이다. 애스시 인이 숲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다. 식민주의를 비판하는 동시에 인종차별, 성차별, 환경파괴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식민지 행성에서 인간과 원주민의 관계를 다뤘다는 점에서는 영화 아바타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평가되고 있다.
2 등장인물
- 셀버
애스시 인. 원래 애스시 인들은 꿈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1] 인간과는 수면 사이클도 다르고 게으르게 비쳐진다. 하지만 셀버는 똑똑하고 의지가 있어 인간에게 충실한 노예 생활을 한다. 그 이유는 갇혀있는 아내를 구하기 위해서. 하지만 그 아내는 지휘관 데이비드슨에게 강간 후 살해당하고, 데이비드슨을 공격하려다가 얼굴에 흉한 상처를 입었다. 절망에 빠진 셀버는 애스시 인들을 이끌고 인간을 공격한다.
- 돈 데이비드슨
인간. 기지의 지휘관이다. 유럽계 아프리카인으로서 인종차별, 성차별이 심한데다가 폭력적이다. 애스시 인과 인간 사이에 한 차례 갈등이 있고나서 식민지 정부는 노예로 데리고 있던 애스시 인들을 풀어주고 휴전 상태를 유지하는데, 그때 데이비드슨은 명령 불복종하고 다른 기지로 가서 애스시 인들을 공격한다. 그러나 이 행성에서 인간은 2000명, 애스시 인은 300만명(...) 결국 자기를 따르는 55명의 남자들과 뉴자바 기지에 틀어박히게 된다.
애스시 인을 '크리치'라고 경멸하면서 다 잡아죽일듯 하다가, 결국 마지막에는 포위되어 살려고 바닥에 눕는다.[2] 여러 모로 인간 말종의 스멜.
- 라즈 류보프
인간. 애스시 인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전문가이다. 셀버를 만나 우정을 쌓고 서로의 언어를 가르쳐준다. 애스시 인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대하고 비교적 도우려고 했기 때문에 원주민들의 마을에 초대받기도 한다. 데이비드슨이 자신에게 달려든 셀버를 죽이려고 했을 때 류보프가 끼어들어 말렸고 상처투성이의 셀버를 치료해서 도망치게 해줬다. 이 일 때문에 인간들 사이에서는 크리치를 너무 옹호한다며 괴짜 취급을 받고 데이비드슨과의 사이가 엄청나게 나빠진다.
데이비드슨이 군인이라면 류보프는 문화인류학자다. 류보프가 애스시 인을 관찰하는 과정이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는데 이는 어슐러 르 귄의 아버지가 저명한 문화인류학자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둘의 가치관 차이와 대립이 이 소설의 주제를 보여주기도 하며, 군인 vs. 과학자라는 구도는 다른 SF 작품에서도 많이 보여진다. 슈퍼맨의 조엘과 조드라든가.
작품 후반부의 애스시인들의 반격이 조직되는 과정에서 셀버의 역할을 생각하면 인간 입장에서는 그야 말로 공대 내부의 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상술한 애스시 인들에 대한 유화책으로서의 강제노동자 해방 조치의 경우도 이때 풀려난 인간 기지 내부 사정에 밝은 애스시 인들이 이후의 공격에서 인간 기지에 대한 역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아이러니한 부분. 이는 나쁜 놈들만 죽어나가고 비전투원들은 무사히 지구로 돌아가던 아바타와는 달리 작중 인간 기지 습격장면에서는 학살에 가까운 민간인 피해가 있었음을 직간접적으로 묘사한 점 등 과 더불어 작품의 내러티브를 단순한 악한 억압자-선하고 불쌍한 피억압자 구도에서 벗어나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