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블

Ansible.

각종 SF소설에 등장하는 단어로, 초광속 통신 장치를 의미한다.

각종 통신정보도 일단은 파장(빛)이다 보니, 전달되는 데 일정한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100광년 너머의 상대에게 통신을 전하면 그게 전달되기까지 최소 100년, 답신이 오기까지 200년. 이렇게 된다면 각 집단은 중세 이전의 구대륙과 신대륙 이상으로 서로 고립된 셈이 되어 통합된 정부를 구성하기는 커녕 교류조차 제대로 하기 힘들게 된다. 가끔 이런 고립되어 발전한다는 사실 자체가 세계관의 핵심인 경우도 있긴 하며 대체로 우주개발 초기를 다룬 작품이거나 하드 SF인 경우가 많다.

만일 초광속 여행이 가능한 세계관일 경우 통신 정보는 초광속으로 이동할 수 없으나 물질로 된 우주선은 초광속 여행이 가능하므로 직접 정보를 전달해주는 '연락선'에 의지해 교류하는 모습도 나온다. 이런 경우 인근 지역 간의 통신에 수 주 정도가 걸리게 되므로 성간 국가라는 것이 존재할 수는 있으나 그 체제는 오히려 파발 제도 등에 의해 유지되며 지방 분권적인 고대 제국과 유사하게 된다.

즉 항성 간의 실시간 통신이 없으면 스페이스 오페라에 자주 등장하는 중앙 집권적이고 지역간 교류가 활발한 성간 제국의 모습을 구현하기가 어렵다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가상의 아티팩트가 바로 앤서블인데, 공간적 거리에 관계없이 '동시'에 통신이 가능하도록 해 주는 기구이다.[1][2]

미국의 SF작가 어슐러 K. 르 귄헤인 연대기에서 창안한 것이 시초이다. 워낙 편리한 개념이었기에 이후 많은 SF작가들이 이 개념을 차용해 쓰기 시작했고, 지금에 와서는 이쪽 동네에서 일반명사 취급받으며 쓰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영도가 <카이와판돔의 번역에 관하여> 및 이하 단편들에서, 듀나대리전에서 차용했다. 여러모로 동인설정과 비슷한 느낌.

앤서블 개념을 차용함으로써 만들어지는 '대화는 실시간으로 가능하지만 직접 그곳으로 가려면 엄청난 시간 지연을 감수해야 한다'라는 설정은 꽤 매혹적인 것이어서, 르 귄은 헤인 시리즈 곳곳에서 이 설정에 기대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사족을 붙이자면 미국의 SF작가 로버트 A. 하인라인의 <시간의 블랙홀>에서도 비슷한 설정이 나온다. 거기서는 앤서블 같은 기계가 아니라 소수의 쌍둥이들이 종특으로 텔레파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는데 이것이 공간을 초월한다. 즉 인간 앤서블이라는 말씀이다.

아울러 Warhammer 40,000인류제국에서는 황제의 영혼과 연결된 아스트로패스라는 사이커들이 황제의 영혼을 통해 은하의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교신을 나눌 수 있도록 설정되어 있다.

양자 얽힘을 이용해서 정보를 전달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면서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그것이 일어났습니다. 다만, 이 것은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불가능하지만, 상대성 이론에 틀린 점이 있다면[3]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양자 얽힘이 거리에 무관하게 작동한다는 것은 사실이며, 이 것은 빛보다 빠른 것은 없다는(심지어 정보 전달도 빛보다 빠를 수 없다) 상대성 이론을 부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쉽게도 그렇지는 않다. 양자 얽힘이 빛보다 빠른 건 사실이지만 문제는 그 정보는 쓸 수 없는 정보이기에 여전히 상대성 이론이 유효하다는 게 아직까지는[4] 주류인 견해이다.
  1. 사실 이 '동시성'이란 것은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없다. 이것조차 광속 및 관측자들의 관성계의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이러면 너무 절망적이니까 허용할 수밖에.
  2. 하지만 양자스핀을 이용한 EPR통신기라면? E!P!R! 이론상 양자스핀만 관측이 용이하다면 디지털 기술을 바로 적용할수있다.안타깝지만, 현재 과학이 밝혀낸 바는 이론이든 실재든 간에 양자 스핀으로 유의미한 정보는 전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절대로. 빛보다 빠른 건 정보라도 전달될 수 없다. 우주에서 빛보다 빠른 건 우주라는 시공간 자체가 팽창하는 속도 뿐이다.
  3. 물론 뭐가 틀렸는지 아직 모른다. 가정일 뿐.
  4. 당연하지만 과학은 언제나 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