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lker
안드레이 타르콥스키의 두번째 SF영화로,(첫번째 SF는 솔라리스) 1979년작. 여기서 스토커는 살금살금 기어가는 것과, 안내자를 의미한다. DVD 타이틀 사진의 물가를 걷고 있는 들개의 모습이 유명하다. 스트루카츠키 형제의 소설 '노변의 피크닉'[1]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2]
어느날 운석이 떨어져서 엄청난 구역이 생성되는데, 정부에서는 여기를 못들어가게 한다.[3] 하지만 학자와 작가는 자신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 스토커에게 부탁하고, 스토커는 그들과 함께 구역으로 들어간다.
총격전 같은게 나오긴 나오는데 주인공들에게 일방적으로 쏘는거다. 어떤 금지된 구역으로 들어가는 세 남자의 이야기. 구역 바깥에서 구역으로 들어갈 때 철도를 통해 가는데, 이 때의 롱테이크는 아주 유명하다. 타르콥스키 영화답게 롱테이크와 흑백화면이 많이 쓰이며, 문제의 구역에 들어가면서 컬러로 전환된다. 금지된 구역에 얽힌 의도를 두고 소련 영화계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아야 했다. 반대로 해외에선 엄청난 찬사를 받았다. 1년 가까이 걸린 로케이션을 끝내고 필름 현상에 들어갔는데 그만 필름이 손상되어 모든 분량을 새로 촬영해야 했던데다, 촬영지가 심각하게 환경이 오염된 폐공장 등지여서 만드는 동안 감독에게 큰 어려움을 안겨준 작품이기도 하다. 결국 이 영화는 타르코프스키가 러시아에서 찍은 마지막 영화가 되고 말았다. [4]
앞서 언급된 초반의 철도 진입 장면은 몇십분에 해당하는데, 애초에 타르콥스키 감독은 자신의 영화가 대중들을 위한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일반 관객들은 이 지루한 씬이 나오는 와중에 극장을 나가버리거나 잠에 빠질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한다.[5] 그리고 이 장면 이후가 본격적인 영화의 시작이고 잠들지 않고 깨어있는 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솔직히 재밌는 영화라고 보긴 어려우나 관람을 하고 나면 예술적으로나 사색적으로 가치가 있어 대부분 인정하는 영화. IMDB에서 10점만점에 8.2점, 로튼 토마토에서도 크리틱 10점 만점에 8.2점에다 신선도가 100%고 관중지수도 5점 만점중에 4.4점에다가 94%로 호평이다.
터키 영화 우작에선 등장인물이 이 영화를 보고 있다. 사실 영화 자체는 대한민국에선 '잠입자'란 제목으로 알려졌다. 영화 내용상 그 뜻도 적절하긴 하다. 일본 애니메이션 녹색 전설 란(1992)도 이 영화 영향을 받았다고 제작진이 밝힌 바 있다.
스투르카츠키 형제는 이 영화의 설정을 가지고 스토커란 소설을 지었다고 한다.
명성과 달리 꽤 오랫동안 제대로 된 홈 비디오 매체가 나오지 못한 영화기도 하다. 그나마 나온 것도 필름 상태가 좋지도 않은데다 화질도 엉망이기로 유명했다. 그러다가 타르코프스키 영화 판권을 소유한 루시코 측에서 디지털 복원 작업을 했다고 한다.
1 스토커 시리즈와의 관계
훗날 게임인 스토커 시리즈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는데, 스토커 시리즈에 영향을 준 설정을 보자면 다음과 같다.
- 구역(zone)은 항시 변한다. 마치 유기체처럼.
- 존의 경계선(cordon) 부근을 군대가 지키고 있으며, 군대는 구역을 싫어한다.
- 군대가 지키고 있는데 무언가를 찾기 위해 몰래 들어가는 사람들이 계속 있다.
- 존은 군데군데 함정을 숨기고 있으며, 스토커는 그런 함정을 너트를 던져 찾는다.
- 존의 중심지로 갈수록 위험하다.
- 위험한데도 사람들을 유혹하는 무언가가 있다.
- 구역의 중심에는 소원을 들어주는 존재가 있다는 소문이 돈다.
-
구역은 미쳤다
다만 위에서 차용된 설정들은 영화에서만 기인한 게 아닌 부분이 있다. 원래 'stalker'(러시아어 : ловчий)에는 '수렵꾼', '사냥꾼'을 뜻하는 의미가 있었다. 원작 소설(1972)과 영화(1979)가 유명세를 타면서, 이후 출입금지된 지역을 몰래 들어가서 사냥, 탐험하거나 물건을 가져다 파는 등의 일을 하는 사람들을 스토커라고 칭하게 됐다고 한다.[6] 그러나 이후 체르노빌 사건이 생기자 체르노빌 오염 지역이 거대한 구역(zone)이 되면서 실제 소설이나 영화와 같은 환경이 발생하게 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금지구역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간간히 계속 있었고 체르노빌 존에 들어가는 이들을 대상으로 스토커로 부르게 된 것이다.
때문에 스토커의 게임 설정은 이미 현실과 접목된 상황들이 생각외로 많다. 명백하게 원작과 영화에서 차용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은 너트를 던져 함정을 찾거나 소원을 들어주는 자와 같이 주로 zone과 관련된 SF적인 아이디어들, 그리고 영화에서 보여준 시각적 이미지와 분위기 등이다. 물론 영화의 설정이나 분위기, 위험구역과 그와 관련된 이야기에 관한 모든 것을 앞서 다뤘으므로 크게는 대부분의 모티브를 가져왔다고 말할 수 있다.
제작진도 이 점을 의식하고 있는지, 스토커 클리어 스카이의 주인공 스카(스토커)는 이 영화 주인공을 맡은 알렉산드르 카이다노프스키의 외형을 기반으로 모델링했다. 명백한 오마쥬.
2 등장인물
- 스토커 : 돈을 받고 ZONE의 중심부로 사람들을 안내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7] 아내와 딸이 있다. 위험한 ZONE으로 들어가는걸 아내로부터 만류받지만 이미 삶의 일부가 된 ZONE으로 들어가는 일을 그만둘 수 없는 인물.
- 스토커의 아내
- 스토커의 딸 : 스토커가 ZONE에 드나들면서 영향을 받아서인지 하반신 불수로 태어났다. 영화 마지막에 테이블에 놓인 컵 세개를 시선만으로 움직여 떨어트리는 염력을 발휘한다[8][9]
- 작가 : 영감이 다 떨어진 퇴물작가. 영감을 얻기 위해 ZONE으로 여행을 떠난다.
- 교수 : 과학자. ZONE을 연구하고자 연구 장비를 챙기고 들어왔다. 사실 연구 장비는 훼이크고 소원을 들어주는 ZONE이 누군가에게 악용되는걸 막고자 20킬로톤짜리 폭탄을 가지고 온것. 하지만 스토커의 방해로 폭탄을 터트리는데 실패한다.
- 멧돼지
- ↑ 영문판 제목은 로드사이드 피크닉
- ↑ 스트루카츠키 형제는 러시아의 유명한 SF소설가들이다. 안타깝게도 국내에 번역된 작품은 거의 없다. 영문으로 번역된 몇몇 작품은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는 편.
- ↑ 사실 그 전에 군대를 보냈는데, 군인중 한명도 돌아온 사람이 없다! 그래서 저 구역에 못 들어가게 하는것. 스토커 시리즈에 나오는 우크라이나 내무군처럼 구역을 싫어한다.
- ↑ 이후 타르코프스키는 프랑스로 망명했고 노스탤지아는 이탈리아에서 찍었고, 희생은 스웨덴에서 찍었다.
- ↑ 혹시라도 영화를 잘못 알거나 뭔지 모르고 보러왔으면 더 알수 없는 이야기 보면서 괴롭기 전에 그냥 자거나 그만 보고 나가라는 감독 나름의 배려. 별 의미는 없는 지루한 신을 앞에 끼워넣는 이런 배려(?)는 솔라리스(영화)에서도 써먹은 방법이다.
- ↑ 소련은 체르노빌 사건 전에도 수많은 원전 사고가 있었고 더불어 비밀기지나 비밀연구단지 등으로 인한 민간인 출입금지 구역이 많았다. 원작 소설조차 이러한 배경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 ↑ 물론 불법이다.
- ↑ 이 장면에 대해서는 스토커의 딸이 정말로 초능력을 발휘한건지 아니면 스토커의 집 근처를 오가는 열차의 진동 때문에 컵이 움직인건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위스키가 따라진 컵의 액체 표면이 그대로인걸 볼때 진동 때문은 아닌것 같다.
- ↑ 참고로 컵 세개는 술에 쩔어사는 작가(위스키가 든 컵), ZONE과 떨어져 살수가 없는 공허한 삶을 사는 스토커(아무것도 없는 빈컵), 실속없는 과학 지식만 배운 교수(잡동사니가 들어가 있는 컵)를 상징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