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동전기 건담 W/스토리와 주제

1 스토리

신기동전기 건담 W 본편은 혁명-전쟁-평화라는 3구도를 기반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오퍼레이션 메테오가 시작되기 전에 이미 전쟁은 있었으며, 시대는 억지로 봉합된 평화로 접어들고 있었다. 그리고 이 평화는 모순을 이기지 못하고 오퍼레이션 메테오로 이어진다.

바로 혁명의 시작이다.

건담의 파일럿 5명과 5기의 건담은 콜로니를 지키기 위해, 지도자 히이로 유이의 사망에 대한 복수를 국지전으로 수행하기 위해 지상에 강하한다. 이들은 각지에서 OZ의 군사기지를 파괴하면서 지구 VS 콜로니의 대립구도를 OZ VS 건담으로 축소한다.

하지만 OZ의 모략에 빠져 다섯 명의 건담의 파일럿은 콜로니의 적으로 선포되고, 이들은 싸울 의미를 잃어버린다. 한편으로 OZ는 지구의 패권을 잡은 이래, 확전 금지 방향 노선을 잡은 트레이즈 파와 패권 주의의 롬펠러 파로 쪼개진 상태였다.

지구에 영합하고 패권주의에 동화된 콜로니는 무장 일변도를 걷고 있었고, OZ의 세력 판도 역시 패권주의로 흐르고 있었다. 인간 주도의 전쟁을 기계 중심의 게임으로 변질시키는 모빌 돌[1]을 부정하던 트레이즈는 끝내 판도를 바꾸지 못하고 유폐를 자처하고, 콜로니의 광대한 자원과 롬펠러 재단의 자금력을 기반으로 한 전쟁의 시대가 막을 연다.

한편, 실용성 중시로 흐르는 시대에 회의감을 느끼는 젝스 마키스는 OZ에서 탈퇴하고, 시대의 흐름을 바꾸려고 시도한다. 건담의 파일럿들 또한 자신들의 상황을 타개하려고 노력한다. 이들에게 하나의 가능성을 보인 것이 완전평화주의를 주창하는 생크킹덤이지만,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이상론이었기 때문에 건담의 파일럿들은 이에 공감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 사상이 패권주의의 현실 속에서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롬펠러는 완전평화주의를 주창하는 리리나의 정치적 가치와 위험성에 주목한다.

건담의 파일럿은 콜로니의 패권주의를 막지 못하고, 그들이 걸었던 마지막 희망인 완전평화주의를 주장한 생크킹덤은 롬펠러 재단에 의해 다시금 붕괴한다. 젝스 마키스와 건담의 파일럿은 미쳐가는 시대 앞에 무력감과 절망을 느낀다. 모빌 돌로 점칠된 전장에서 인간은 밀려나고 있었고, 압도적인 힘만이 자리한다. 때문에 건담의 파일럿과 젝스는 자신의 신념만을 믿은 채 이 시대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리리나도 마찬가지였다.

리라나는 전쟁의 시대였기 때문에 공감을 얻은 이상론인 완전평화주의로 롬펠러 재단에 지지세력을 얻었고, 이를 예상하고 있던 트레이즈는 그녀의 역할이 끝났다고 고하고 그녀를 세계통일국가의 여왕의 자리에서 내린다. 그리고 스스로 세계통일국가의 총수가 된 트레이즈는 전쟁의 시대에 막을 내릴 패자의 역할을 자처하고자 전장에 나선다. 직후 화이트팽의 지도자에 올라 우주요새 리브라까지 탈취하는데 성공한 젝스, 아니 밀리아르도 피스크래프트는 피스밀리온과 리브라를 지구로 낙하하여 지구를 괴멸시키는 작전을 선택한다.

세계국가의 원수인 트레이즈 크슈리나다는 모빌 돌이 배제된 구식 부대를 이끌고 화이트 팽과 대립. 그리고 스스로 밀리아르도 피스크래프트에게 이 전쟁의 의의를 묻는 의미의 결투를 신청하지만 거절 당한다.(이 부분은 젝스 마키스 참조) 결국 양측의 분쟁을 막고 그들이 강자로서 주는 평화를 부정하기 위해 개입한 5명의 건담 파일럿들이 개입하고 화이트팽과 OZ는 격렬한 전투끝에 공멸[2]하고 말았고 지구는 간신히 위기를 모면하는 것에 성공한다.

트레이즈는 밀리아르도가 아닌, 건담의 파일럿 창 우페이에게 패배하여 전사한다. 세계국가는 이 전쟁에서 패배했음을 선포한다. 남은 것은 화이트 팽과 건담. 하지만 밀리아르도가 원하는 것은 승리가 아닌, 인류의 성장이라는 대의였고 콜로니가 지구와의 평화 노선을 선택했음에도 싸우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히이로는 끈질긴 집념과 강한 의지로 밀리아르도를 설득하고, 마침내 그를 최후의 깨달음으로 이끌어낸다. 밀리아르도는 전쟁의 억제가 될 피해보다 평화를 추구하는 개개인의 순수한 의지가 더 중요함을 깨닫고, 리브라의 중핵을 폭파하며 폭염 속으로 사라진다. 히이로는 지구에 강하하는 리브라의 파편을 최후의 일격으로 막아내면서, 시대는 평화로 접어든다.

하지만 프로즌 티어드롭에서도 인류는 아직 완전한 해방을 이루지는 못한다.

2 작품의 주제

흔히 이 작품의 주제가 완전평화주의라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일부만 맞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의 본 주제는 전쟁 - 평화 - 혁명으로 이어지는 반복되는 역사의 윤무로부터의 해방이다. 이를 이룩하기 위한 메세지가 인류 자체의 정신적인 성숙이고, 완전평화주의는 가장 직접적이고 이상적인 수단에 불과하다.

그러나 역사의 윤무를 벗어나기 위한 이데올로기로서 완전평화주의는 작품 내에 중요한 사상으로 직접적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그 방식은 제각각이지만 작품 내 주요 인물인 건담 파일럿 5인방, 리리나 도리안, 트레이즈 크슈리나다, 밀리아르도 피스크래프트 모두 완전평화주의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시할 수 없는 작중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비록 완전평화주의는 작품 내에서 등장인물들 다수가 부정적으로 바라보며 일부는 조롱하기까지 하고 게다가 완전평화주의를 주창한 리리나 피스크래프트 역시 완전평화주의의 극단적인 이상론에 회의감을 품고 있으나 작중 주요 인물들의 사상적 지점은 각자의 방식으로 완전평화주의를 이루어 역사의 윤무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작품의 부족한 완성도와 전달력 때문에, 그리고 완전평화주의의 극단적인 이상론 때문에 이것만이 인상에 남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완전평화주의가 이루고자 하는 진정한 이상인 역사의 윤무에 대한 해방과 그에 대한 투쟁은 건담 파일럿들의 싸움을 통해 간접적으로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3]

한 마디로 건담W은 다른 어느 작품보다 이데올로기 적인 주제에 강하게 얽매이고 있으며 각 등장인물마다 완전평화주의로 대표되는 이데올로기를 자신의 방식대로 해석하여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건담W은 다른 건담의 미래적 묘사보다 복고적이고 귀족적인 19세기적 분위기를 풍기는 묘사가 많은데 귀족적인 분위기가 남아 있으면서도 20세기를 뒤흔들 이데올로기가 발흥하던 시대적인 상황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극을 정치적, 사상적 주제에 근접시키려고 한다, 이를 통해 역사 속에서 투쟁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성찰과 이를 실현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평화의 결단을 표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1 역사의 윤무에서 해방되지 못하는 이유

소설판에 따르면 인류가 전쟁에서 해방되지 못하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극소수의 권략자들이 기득권을 위해 대의를 표방하여 권력투쟁을 반복하기 때문으로, 이것이 가능한 건 대다수의 인류가 지도자로부터 주어지는 수동적인 평화에 만족하기 때문이라 해석하고 있다. 때문에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강력한 지도자가 존재해야 하는데, 강력한 지도자는 권력투쟁에서 승리했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으며 이들 지도자들은 기득권 유지를 위해 대의를 표방한 권력투쟁을 반복하게 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지도자들에 의해 수동적으로 평화가 주어지고, 또한 수동적으로 전쟁에 휘말리게 되는데 이를 끊기 위해서는 인류 자체가 능동적으로 평화를 쟁취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할 필요성이 요구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인류 자체가 정신적으로 성숙되어야만 하는데, 작품 시작 내에서 인류는 아직 정신적으로 성숙되지 못한 상태이다. [4]

더욱이 기득권자가 있고 이 기득권 싸움이 있으면 기득권을 노리는 이들과 또한 착취당한 피해자가 존재하는데, 이 양자 중에서도 극단적인 이들은 기득권 쟁탈이나 보복을 위해 무력항쟁을 추구하게 되고, 기존의 기득권자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다시금 전쟁을 반복하게 된다.

따라서 소수의 권력자들에 의한 평화는 자기 모순을 이기지 못하고 혁명을 일으키며, 혁명은 이내 전쟁으로 확대된다. 전쟁은 유혈 끝에 평화를 불러오지만, 소수의 권력자가 주는 평화는 다시 혁명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즉, 끝없는 역사의 윤무 엔들리스 왈츠이다.

3 키워드 투쟁

신기동전기 건담W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투쟁이다. 이해득실을 위한 투쟁. 복수를 위한 투쟁. 사상을 위한 투쟁. 이상을 위한 투쟁. 평화를 위한 투쟁 등등. 목적 자체보다 투쟁으로 표현되는 인간의 굴종으로부터의 저항, 이것이 건담W의 진정한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작중 모든 인물들은 욕망을 위해서 투쟁하며 이상을 위해 투쟁하고 자신을 위해 투쟁하며 남을 위해서 투쟁하고 평화를 위해서 투쟁한다. 이 투쟁이란 건담의 파일럿처럼 최전선에서 싸우는 이들에 한정되지 않는다. 생크킹덤의 리리나 피스크래프트도 완전평화주의를 이루기 위해, 롬펠러 재단과 투쟁한다.

건담W에서는 이 투쟁이라는 키워드가 유난히 부각된다. 트레이즈 크슈리나다는 전쟁을 혐오하면서도 인간의 투쟁하는 자세를 존중하고 사랑했고, 밀리아르도 피스크래프트는 최후의 장면에서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투쟁하겠다는 결론을 내린다.

전쟁을 혐오하면서도 투쟁하는 인간의 모습의 아름다움. 콜로니 김나지움에 전학한 히이로 유이가 듀오 맥스웰의 이름으로 한 발표문에서도 인간은 왜 싸우는가? 투쟁하는 인간이 아름다워보이는 것은 사실이다.라는 말로 투쟁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콜로니의 버림을 받고 고립된 상태에서도 계속 투쟁한다. 그 때의 히이로는 투쟁하기 위해 투쟁하는 상태였다. 이 때 그는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싸우겠다. 그 리리나보다도라는 말로 자신의 심정을 토로한다.

그래서 작중에 AI로 인해 움직이는 모빌 돌은 인간에게서 투쟁 의지를 빼앗아가는 악에 가까운 존재로 묘사되는 것이다. 투쟁 의지야말로 인간세계를 변화시키는 도화선인데, 그런 투쟁 의지가 사라진 세계에는 다만 압도적인 힘 아래 유지되는 굴종이라는 거짓된 평화 속에서 스스로 파멸하기 때문에 건담 파일럿들과 리리나 등등은 어떤 방식이로든 그에 투쟁 의식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었던 것이다.

엔들리스 왈츠에서 내린 결론은 인류 뿐만이 아니라 인간 개개인이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투쟁하는 것이다. 결국 건담W는 작품 내내 투쟁을 긍정한다. 한편으로 인간의 본성 중의 하나가 투쟁임을 긍정한다. 전쟁-평화-혁명의 윤무는 이를 증명한다.

허나 그렇다면 인간은 왜 싸우는가? 무엇과 싸워야 하는가? 투쟁이 본능인 인간은 결코 완전한 평화를 손에 넣을 수 없는가? 이러한 의문에 있어 건담W가 내린 결론은 평화를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완전평화주의로 대표되는 칸트가 아닌, 투쟁과 새로움을 창조하려는 니체에 가까운 사상을 지향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1. 5명의 박사는 전쟁은 어리석지만 전쟁에서 흘리는 피는 무의미하지 않다. 인간은 거기서 배움을 얻기 때문이다.라고 표현한다. 그렇기에 전쟁을 숫자놀음으로 전락시키는 모빌 돌에 대단히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2. 실제로는 지구권통일연합을 대표하는 OZ쪽이 먼저 항복을 선언했지만 화이트팽도 전투로 기반을 다 잃었을 뿐더러 지도층은 리브라와 함께 전멸. 밀리아르도 피스크래프트는 행방불명되어 자연스럽게 와해되었다.
  3. 이는 EW에서 이데올로기로서의 완전평화주의에 앞서 인류 개개인의 평화에 대한 투쟁을 호소하면서 개선된다. EW이 건담 W을 완성했다는 평가는 여기서 나온다.
  4. 극중 21화에서는 OZ의 감언이설에 넘어간 콜로니 사람들이 자신들을 위해 일해온 위너가를 배신, 살해하였고 이는 (제로 시스템의 영향이 컸다해도) 카트르가 윙건담 제로로 콜로니 파괴행위의 원인을 제공하게 된다.또한 엔들리스 왈츠에서는 도로시 카탈로니아가 시민들을 '개가 흔드는 꼬리'로 비꼬아 자극, 시민들이 반 마리에이아를 주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