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神僧
북박스에서 발매된, 정구의 퓨전무협소설.
1부의 시간대는 명초,몽고의 칩입과 백련교의 침공으로 두번이나 초토화되어 본질을 잃고 점점 쇠락해가는 소림의 마지막 학승인 주인공 정각의 인생역경을 다루며, 2부는 사생아로 태어난 정각의 아들이 고수가 되기위해 겪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2 장점
당시에 나온 신무협중에서도 수작이다. 주인공이 무공으로 부와 명예를 얻을 생각으로 소림사로 갔는데 알고보니 무승이 아니라 학승이더라는 설정이나 그가 겪는 역경이나 갈등에 대한 묘사는 당시에는 찾아 볼 수 없는 참신한 것이었다. 그런 주인공의 묘사 또한 매우 뛰어난 작품으로 경박하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세속적이지만 탐욕스럽지 않고, 비겁하고 구차하나 약자의 고통을 외면할 정도로 독하지도 못한 극히 인간적인 주인공은 여타 작품의 인물들과 비교해보아도 입체적이고 매력적이다. 뿐만 아니라 주인공 외의 인물도 동기와 심계가 뚜렷하다.
주인공과 세력, 인물 간 파워밸런스 조절도 깔끔한데 주인공의 무력이 급격하게 높아지는데도 갈등 관계에 있는 적이 넘사벽으로 강하거나, 적대 세력이 늘어나면서 주인공은 항상 수세에 처하고 이러한 구조 덕분에 전체적인 작중의 긴장감이나 구도가 무너지지 않으며 주변 인물의 파워 인플레이션도 적은 편이다.
2부는 정각이 남긴(본인은 몰랐지만) 사생아가 주인공이 된 이야기로, 2부 치고는 분량도 적고 (7권 분량) 스토리 자체도 정각이 겪었던 역정에 비해 더 암울한데, 전작에서 긍정적인 성격의 정각이 그것을 희석시킨데 비해 2부의 주인공인 정각의 아들은 끝맺음이 확실하고 더 냉정한 편이라 인기가 덜하다. 하지만 1부의 주변인물들의 뒷이야기를 알수 있고, 1부에서 뒤로 갈수록 묻히던 강자들이 부각되어 나름 의미가 있다. 예를 들면 구파의 종사들은 1부에서는 신주이십이성vs정각과 절세신마라는 구도 때문에 활약할 거리가 별로 없었으나, 2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이 인간들이 일을 벌인다.
정구는 강호와 치사하고 더러운 면, 인간의 악의와 본성을 희화하지않고 그려내는 상당히 시니컬한 관점을 가진 작가다. 15권 마지막에 단편으로 들어간 강호의 암계에 걸려 강호의 비인간성을 깨닫고 절망하는 무림초출 제자의 이야기가 정구의 세계관을 가장 함축해서 보여주는 이야기였던 듯 싶다.
등장 인물들은 하나같이 내심 불평불만, 현실적이며 냉소적이다. 양판소에 흔히 있는 중2병스러운 냉소적인 주인공이 아니다. 주인공부터 엑스트라까지 모조리 다 속셈과 비틀린 내심이 있고 그것이 얼기고 설켜서 사건과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일부러 단순화된 감동 따위 던져주지 않는다. 오욕칠정이 거세된듯한 고전 무협들의 비인간적인 영웅상들을 철저하게 비웃는 듯한 인간 군상극이다. 신승 1부에서는 철저하게 정각과 절세신마의 일대기 위주로 전개되기 때문에 초반 외에는 이것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 편이었지만, 주인공이 바뀐 신승 2부에서는 정구의 세계관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작가의 색을 읽기에는 2부가 오히려 더 좋은 작품이었다.
2부를 지탱하는 커다란 줄거리가 절세신마에 짓눌려 자신들의 시대를 열지 못한 절대고수들의 컴플렉스였을 지경이니…….[1] 신승 1부에 대한 아쉬움으로 사족을 덧붙이거나, 전작 빨로 팔아먹으려고 낸 2부는 아니다. 섹드립만 참으면 2부도 꽤나 수작이다. 사실 섹드립은 1부가 훨씬 많으니, 1부의 섹드립을 거슬리지 않게 봤다면 2부를 봐도 상관 없다.
3 단점
그러나 위의 이야기는 사실 거의 무협편에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결말에서 주인공은 차원이동으로 판타지세계로 넘어가는데, 독자들 사이에서도 1부 무협편은 평가는 좋지만 판타지편에 들어와서는 그냥 지금까지 생고생한 주인공이 불쌍해서 쓴 보상편에 가까워서 평이 좋지 않고, 차원이동전 주인공이 이미 절대고수였는데 판타지세계에는 내공심법도 없어서 파워밸런스가 망했다. 로마시대에 터미네이터가 나타난 수준.
게다가 주인공 정각의 행동이 지나치게 무개념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나 갑툭튀한 음유시인 엔리오 또한 비판의 대상이다. 전체 스토리는 나름 호평이나 세부 전개가 조금 그래서 괜히 사족을 덧붙였달까. 그래도 판타지편이 1부 15권 중에서 4권 정도라서 양이 적어 다행.
정구 본인도 판타지편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는지, 나중에 자신이 쓴 '불의 왕'에서 등장인물 중 한명이 '잘 나가다가 괜히 판타지로 건너가서 망한 소설'에 대해서 지나가는 투로 말한다. 물론 자기 소설에 대한 내심의 토로.
4 등장인물
- 신승(무협소설)/등장인물 항목 참조.
- ↑ 이는 후반부에 정각의 동료인 철두가 자세히 설명하는데,설명하는 철두 자신도 그 컴플렉스에 시달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