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드 왕자와 페리 바누 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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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nce Ahmed and the Fairy Pari-Banou

1 개요

아라비안 나이트에 나오는 이야기들 중 하나로, 아메드 왕자와 페리 바누 공주라는 제목으로 알려지기도 한 이야기이다.

2 줄거리

옛날 어느 왕에게는 세 왕자와 아름다운 공주가 있었는데, 세 왕자는 모두 이 공주와 결혼하고 싶어했다. 이에 왕은 세 왕자 중 가장 잘난 왕자에게 공주를 주기로 했다. 그래서 왕자들에게 자기 가치를 증명할, 가장 가치 있는 물건을 하나씩 찾아오라고 했고 세 왕자는 그날 이후로 해어져서 세상을 떠돌다가 각각 하늘을 나는 양탄자(첫째 왕자), 아무리 멀리 있는 것도 지척에 있는 것처럼 볼 수 있는 망원경(둘째 왕자), 그리고 무슨 병이든 낫는 사과(셋째인 아메드 왕자)를 얻어 왕궁으로 돌아가고자 했다.

그러다가 둘째의 망원경을 통해 왕궁을 살피던 세 왕자는 공주가 중병에 걸리고 말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세 왕자는 서둘러 첫째의 양탄자에 몸을 실어 급히 왕궁으로 돌아간다. 이후 막내 아메드 왕자의 병을 낫게 하는 사과를 먹여 공주는 되살아나지만, 세 왕자의 물건들 중 어느 하나가 가장 잘났다고 하기도 힘든 상황이어서[1], 왕은 가장 멀리까지 화살을 쏘는 왕자에게 공주를 주는 것으로 규칙을 바꾸고, 세 왕자는 이에 찬성한다.

가장 먼저 첫째 왕자가 화살을 쐈지만, 이어서 화살을 쏜 둘째 왕자가 더 멀리 화살을 날려버려서 첫째는 일단 둘째에게 진 셈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화살을 쏘게 된 이는 아메드 왕자였는데, 아메드 왕자가 쏜 화살은 너무 멀리 날아가버렸고 아메드 왕자는 그걸 쫓으러 말을 타고 멀리까지 가버린다. 그러나 한참을 기다려도 아메드 왕자가 안 돌아오자(...) 왕은 결국 둘째 왕자를 최종승자로 간주하고 둘째와 공주를 결혼하도록 해주고, 첫째 왕자는 공주와의 결혼이 실패로 돌아가자 은둔해서 수도승이 된다. 해탈했냐


한편 화살을 쫓아간 아메드 왕자는 어떤 동굴 안으로 들어간 후에야 자신의 화살을 찾아낼 수 있었는데, 그 동굴 안에서 아주 아름다운 여자를 만난다. 여자는 자신이 페리 바누 요정이라고 소개하면서 자신이 아메드 왕자를 여기까지 오도록 유도한 장본인이라고 알려준다.[2] 아메드 왕자는 아름다운 페리 바누 요정을 보고 반했고, 페리 바누도 그에게 호감을 보인 끝에 그들은 결혼해서 행복한 신혼을 누린다.

그러나 그가 떠나는 걸 싫어하는 페리 바누 덕에 아메드 왕자는 오랫동안 동굴 안에만 있다가 어렵사리 페리 바누 요정에게 허락을 얻어내고 왕궁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페리 바누 요정에게 자신에 대한 자세한 사실들과 동굴의 위치를 말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왕궁으로 돌아간 아메드 왕자는 자신이 오랫동안 실종되어버렸다는 것(...)과 아무리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아버린 덕에 공주의 남편이 자기 작은형(둘째 왕자)로 정해졌다는 것, 큰형은 은둔하는 수도승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며, 이후 왕궁에서 왕과 알현해 그간 있던 일들을 간략하게만 설명해준다.[3] 그러나 신하들은 아메드 왕자와 결혼했다는 여자의 신원에 대해 미심쩍다고 생각해 아메드 왕자의 아내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캐야 한다고 말하고, 왕은 이에 마법사를 시켜서 아메드 왕자의 뒤를 밟게 한다.

왕의 명을 받아 아메드 왕자의 뒤를 몰래 따라간 마법사는 어찌어찌해서 페리 바누 요정이 사는 동굴 안으로 들어가 페리 바누 요정을 만나고, 거기서 잘 대접받는다. 그러나 마법사는 왕에게 돌아와서 자기를 잘 대접해준 페리 바누 요정을 나쁘게 말하면서 그녀에게 무리한 부탁을 해 보라는 식으로 왕을 설득하고, 이에 왕은 넘어간다.

왕은 왕궁으로 다시 온 아메드 왕자를 불러다가 페리 바누 요정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처음에는 자신의 군대가 모두 들어갈만한 큰 천막을 구해오라고 하며 그렇게 하지 못하면 벌을 내리겠다고 협박한다. 이에 경악한 왕자는 힘없이 아내인 페리 바누 요정에게 돌아와 이에 대해 하소연을 했는데, 뜻밖에도 페리 바누 요정은 그런 천막 하나 주는 건 문제 없다면서 정말로 왕의 군대가 모두 들어갈만큼 크게 펼쳐지는 마법 천막을 준다. 음? 게오바?

이후 왕은 무서운 사자가 지키는 생명의 물을 떠오라던가, 쟁반 위로 가득 금을 실은 노예 여러 명을 대려오라는 등의 무리수급 부탁을 하지만 페리 바누 요정은 왕자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부탁에 대해 하소연할 때마다 걱정 말라면서 왕이 가져오라고 부탁한 것들을 모두 내주는 능력을 선보인다(...)

이쯤되면 페리 바누 요정의 능력을 인정하고 둘의 사이도 인정해줄 법 한데, 왕은 끝내 나쁜 마법사의 설득에 넘어가 키가 50을 안 넘고, 수염의 길이는 90을 넘고, 200kg이나 되는 무거운 몽둥이를 들고다닐 수 있는 사람을 찾아와라 라는, 말도 안 되는 부탁을 하고, 이에 아메드 왕자는 그런 사람이 어디있겠냐면서 완전히 절망한다.

그러나 페리 바누 요정은 왕자님이 찾아와야 하는 그 사람은 바로 우리 오빠 샤이바르다라고 말하며, 샤이바르와 자신은 같은 친부를 두었지만 생판 다르게 생겼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페리 바누 요정은 샤이바르는 아주 난폭한 성격이지만 다른 사람의 부탁을 거절하는 성격은 아니며, 결정적으로 자기 오빠니까 자기가 당신(아메드 왕자)를 도와달라고 부탁하면 흔쾌히 도와줄 것이라고 말하고, 아메드 왕자는 이를 듣고 당신의 오빠라면 나와도 가족이니 나도 그를 좋게 보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페리 바누 요정의 요청으로 인해 그 자리에서 나타난 샤이바르는 왕의 요구사항에 딱 들이맞으면서도 정말 무섭게 생긴 사람이었다.[4] 그는 여동생으로부터 아메드 왕자의 사연을 듣고 자기 매부니까 그와 함께 가주겠다고 한다. 그렇게 아메드 왕자는 샤이바르와 함께 왕궁으로 향한다.

왕궁에서 아메드 왕자를 기다리던 왕은 샤이바르의 흉흉한 생김새를 보고 저도 모르게 얼굴을 돌려버리는데, 이 행위에 기분이 대단히 상한 샤이바르는 누가 말릴 새도 없이 왕을 때려죽이고, 왕에게 무리한 부탁을 시키도록 유도한 못된 마법사는 물론 페리 바누의 신원을 의심했던 간신들도 때려죽인다. 이후 선량한 줄 알고 일부러 살려둔 재상과 남은 신하들에게 아메드 왕자를 왕으로 추대하라고 협박하며, 거절할 시 이 나라의 모든 사람을 왕과 마법사처럼 죽게 만들어주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일이 이렇게 되니 당연히 사람들은 아메드 왕자를 왕으로 추대할 수밖에 없었고, 아메드 왕자는 동굴 안에 있던 페리 바누 요정을 왕궁으로 불러 정식 왕비로 인정한다. 아메드 왕은 작은형님인 둘째 왕자 부부에게 후한 보상을 하고, 첫째 형님도 왕궁으로 부르고자 했다.

그러나 이미 수도승이 된 첫째 왕자는 내 기쁨은 오로지 여기서 조용히 수도하는 것 뿐이며, 소원이 있다면 그것은 앞으로도 조용히 수도하는 삶을 살 수 있는 것 정도이다라고 말하며 왕궁으로 돌아오길 거절해, 아메드 왕은 그의 마음을 이해하고 첫째 형을 그냥 가만히 놔둔다. 그리고 정식 왕비가 된 페리 바누 요정과 함께 잘 먹고 잘 사는 해피 엔딩.

어떤 판본에서는 샤이바르가 왕을 때려죽이지 않고 그냥 혼쭐내주는 선에서 끝나며, 아메드 왕자는 동굴로 돌아가 페리 바누 요정과 잘 먹고 잘 사는 해피 엔딩을 맞는 식으로 끝난다.

3 여담

잘 보면 페리 바누 요정은 정말 상당한 능력자이다. 한 나라의 군대 모두가 들어갈 천막도 가지고 있고, 쟁반에 금을 가득 실은 노예 여러 명을 보낼 수도 있고, 동굴 안에 휘황찬란한 궁전까지 갖추고 있는 등...아메드 왕자가 직접 모험한 내용이라고는 페리 바누가 알려준 방법대로 생명의 물을 길어온 것밖에 없었고, 왕의 나머지 부탁들은 페리 바누 요정이 다 해결해주었다.

그리고 매번 무리한 부탁을 해대는 시아버지에게상당히 짜증이 솟을 법한데도 그런 내색 한 번 안 하고 그걸 꼬박꼬박 다 들어주는 걸 보면 정말 대인배 인걸지도...

덤으로 아메드 왕자도 늘상 페리 바누에게 무리한 부탁을 하는게 미안했는지 언제나 왕에게 무리한 부탁을 받아올 때마다 페리 바누 요정에게 미안하다는 의사를 꼭 드러낸다.

덤으로 초반에 나오는 양탄자/망원경/사과 이야기가 그 부분만 뚝 잘라서 공주를 고치는 세 형제 이야기가 되었다고 추측되기도 한다.[5]
  1. 셋째의 사과가 없었다면 공주는 죽었을 태지만 둘째의 망원경이 없었으면 공주가 아프다는 사실조차 몰랐을 것이며, 첫째의 양탄자가 없었다면 셋이 돌아오기 전에 공주가 죽어버렸을 수도 있었기 때문
  2. 즉 그녀가 의도적으로 그의 화살을 자신의 동굴 안까지 오게 만들었다는 것.
  3. 이유는 아내인 페리 바누 요정의 말을 지키기 위해서.
  4. 아메드 왕자는 처음엔 샤이바르의 흉흉한 생김새 때문에 좀 쫄았지만 얼굴을 돌린다던가 하는 무례를 저지르지는 않았다.
  5. 이 경우 병을 고친 셋째(막내)의 공이 가장 크다면서 공주의 신랑이 막내가 되는 식으로 끝난다. 첫째와 둘째는 자신들의 아이템들이 건재하지만 셋째는 사과가 먹혀버렸기 때문에... 정작 원본(?)에선 둘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