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안 나이트

1 천일야화

كتاب ألف ليلة وليلة
千一夜話
One Thousand and One Nights

아랍어 문학 중 최고의 명작

사산 왕조 페르시아 시대의 설화를 골자로 8세기 이후 이슬람 세계 각지의 설화들이 융합되어 16세기 경에 거의 현재의 형태로 완성되었다.

일화 상상담 연애담 우화 여행담 등 길고 짧은 수백 가지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아라비안 나이트(Arabian Nights)라는 이름은 18세기 최초로 번역된 영문판에서 유래한 것이며, 페르시아어의 원 제목은 천일야화이다. 사산 왕조 후기에 페르시아를 비롯한 서아시아, 인도 등지의 각종 민담과 전설 등을 한데 모아 만든 "천 가지 이야기"가 그 시초였다. 이슬람 정복 이후 문화가 본격적으로 중흥하기 시작한 압바스 왕조 시대에 아랍어로 번역되면서 아랍 식으로 각색되고[1] 아랍 설화들도 추가되기 시작하여 지금과 같은 천일야화가 되었다.

프랑스의 동양학자이자 작가였던 앙투안 갈랑(Antoine Galland)이 먼저 번역해 프랑스에 소개했지만, 영국의 동양학자이자 탐험가인 리처드 프랜시스 버턴(Richard Francis Burton)이 소개한 영역본이 더 널리 알려져있다.[2][3]

한국에서는 모험담, 우화 등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높지만, 실은 야설 수준의 이야기도 꽤 많이 있다… 예를 들면 술탄거시기(…)를 가지고 다투는 여자 노예들이라거나 자기 남자를 다른 여자에게 빼앗기자 화가나서 그 남자를 거세해버리는 이야기라든가 뭐요? 이보시오 세라자드 양반!

사실, 이야기 자체도 상당히 거칠게 시작하는 편이다. 사산 왕조왕중왕(샤한샤)인 샤 자만이[4] 우연히 왕비가 주방의 노예와 성관계를 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았고, 폐인이 돼서 요양차 형인 샤 리아르[5][6]의 왕궁에서 머물렀는데 그만 형수는 이보다 더한 노예들과 집단 난교를 하는 광경을 목격한다.

결국 세상에 믿을 놈 없다 상심한 형제는 정처없이 방랑길에 올랐는데, 우연히 마신과 마신에게 납치당한 여자를 만난다. 이 여자는 사실 결혼식날 그녀를 넘보던 마신에게 납치당해 평상시엔 궤짝 안에 갇혀서 잠들어있다가 마신이 궤짝을 열어줄 때만 깨어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고 자기 처지를 설명했다.

그런데 이 여자가 무지 뜬금없이 자신과 관계를 하지 않으면 마신을 깨우겠다고 협박을 하는 통에 둘 다 관계를 가지게 되고, 마신에게 납치된 여자는 전리품(?)으로 두 형제의 반지를 가져간다. 놀랍게도 지금까지 다른 남자와 잘 때마다 반지 하나씩을 모아 반지가 엄청 많았다.(…)[7] 결국 형은 마신조차 여자의 정절은 지킬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곤, 자신의 왕국으로 돌아와 왕비와 후궁들을 사형시킨 뒤, 네토라레트라우마에 시달려 매일 처녀와 잠자리를 가진 뒤 다음날 목을 자른다.

이렇게 왕은 3년 동안 처녀를 죽였다. 흠좀무.

결국 민심이 흉흉해져 3년이면 죽인 여자만 천명이 넘을 텐데 흉흉해지지 않을리가[8] 온 백성이 알라에게 왕을 죽여달라 저주할 지경에 이르자, 대신의 딸 세라자드가 매일밤 떡밥투척과 절단신공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줘서 이 자신을 죽이지 못하도록 1001일을 죽지 않고 버티는 이야기이다.

맨 처음 시작은 동생 두냐자드를 첫날밤에 데려와 같이 잔 다음 동생이 언니에게 '죽기전에 얘기 한토막 해주세요'로 시작한다. 실제로 극중에도 아침이 되면 세헤라자데가 이야기를 끊어 왕이 전전긍긍하는 묘사가 나오기도 한다. 거기에 이야기가 끝나버릴 경우에는 아예 '이 이야기는 재미있지만 다른 이야기는 더 재미있답니다'로 술탄을 낚아버려서 또 다시 절단마공을 시전하기까지(...).

그중 압권인 이야기 중 하나는….
어느 청소부가 재상이 바람 피우기를 바란다고 기도를 내렸다가 붙잡혀 왜 그랬냐고 추궁을 당했다. 청소부는 그 재상이 바람을 피운 날, 아름답기로 소문난 재상의 부인이 자신과 성관계를 하며 말하기를 자신의 남편이 바람을 피울 때마다 복수를 하기 위해 가장 지저분한 남자와 성관계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재상이 바람을 피우기를 바란다고 한 것이었다. 더더욱이 대단한 것은 조사하던 사람들이 그 기분 이해한다고 풀어줬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흑인과 자더니[9] 원숭이가 검열삭제라든가, 내시가 부잣집 딸내미와 목욕 중 시시덕거린다던가.

이야기 중에는 남녀우월론에 대한 것이 있는데 그 평가는 '미소년과 미소녀 중 누가 더 남자의 성적 대상으로 더 우수한가'하는 이야기도 있고... 그 밖에 무슬림에게 반해 이슬람으로 개종한 기독교공주 등 기독교적인 시각에선 꽤나 흥미로운 이야기

또는 기독교인에게 이가 갈릴 내용도 있다. 바로 이슬람군과 십자군의 전쟁도 나오는데 십자군을 야만인, 악의 집단으로 묘사하며 십자군 기사가 죽자 지옥불에 떨어졌다는 말도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부분을 보면 십자군 전쟁이 한창일 때 쓰여진 걸 알 수 있는데 십자군이 아랍에서 벌여놓은 학살을 생각하면 당연히 십자군은 죄다 지옥에 가야할 악귀였을테니까.가 많다. 또한 이야기 중에 주인공 왕자의 편에 식인귀(구울)가 있는 이야기도 있는 점도 특이하다.

워낙 노골적인 성 묘사와 폭력 묘사를 가감 없이 표현했기 때문에 버턴의 부인도 마음에 안들어 남편의 사후 삭제판을 간행하기도 했다. 그리고 유럽에서도 외설스럽다고 하여 한 때 금서의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야기의 내용은 주로 권선징악을 강조했다. 그리고 신밧드 같은 모험 이야기는 일리아스오디세이아의 영향을 일부 받았다.

문학적 구조로 보면 액자식 구성을 하고 있다. 즉 세라자드라는 화자가 옛날 이야기를 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 특이한 점은, 세라자드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도 이야기를 풀어놓고, 그 이야기 안에 등장하는 인물도 이야기를 풀어놓고 하는 식으로 다단계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점. 위의 배경 스토리를 보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 이는 세라자드가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이야기를 지어내는 과정에서 나온 눈물겨운 부산물이다.[10]

더불어 근대 유럽에선 이 작품이 번역되어 나오자, 반응이 악마같은 이슬람 놈들이 이런 높은 수준(1001편 이야기에선 꽤 수준이 높은 이야기도 여럿 있다.)의 글을 쓰다니 이거 혹시 백인 노예들이라든지 백인들이 쓴 거 아니냐며 못믿어했다고 한다. [11]

국내에는 범우사판 리처드 버턴의 영역본 완역판(전 10권)과 열린책들판 앙투안 갈랑의 불역본 완역판(전 6권)이 출간되어 있다.[12][13] 그 외에도 리차드 버턴의 영역본을 편역해 소개한 시대의창판(전 5권)이 있는데, 시대의창판의 경우 세헤라자데가 소개한 이야기 쪽에 더 무게를 둬 편역을 하다보니 액자식 구성의 특징이 그냥 날아가버렸다. 그리고 동서문화사에서 60년대에 1쇄를 내놨고, 2010년도에 다시 번역하고 1쇄판이나 범우사 번역에서 누락했던 주석을 달은 완역판을 내놨다.(전 5권)

아라비안 나이트보다 지명도가 훨씬 낮지만 유사한 이야기로 천일일화가 있다. 아라비안 나이트와 달리 페르시아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 남성혐오증을 지닌 공주가 매일 낮에 유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남성혐오증이 나아진다는 줄거리다. 투란도트의 이야기가 여기 수록되어 있다. 아라비안 나이트와 여러모로 대비되는 작품이다.[14]

한편 서양에도 상당히 흡사한 형태를 지닌 고전이 있는데, 바로 르네상스 시기 이탈리아의 지오반니 보카치오가 저술한 데카메론이 바로 그것. 이쪽은 흑사병의 창궐하던 시기에 수도원에 모여든 남녀 10명이 주고받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쪽이 다루는 주제는 대체로 사랑과 욕망, 행복, 운명과 같은 인간의 삶에 관련된 이야기들이며, 당대에 세속화되고 부패해진 교회에 대한 비판도 상당한 편. 구성은 같은 액자식이라 하더라도 천일야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순한 편이라 읽기는 좀 더 쉬운 편이고, 마찬가지로 재미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좀 더 세다. ?

여담이지만 한국 퀴즈 대회에서 왜 아라비안 나이트가 천일야화로 불리는 지 묻는 문제가 나왔는데 당시 많은 사람들이 탈락했던 흑역사(?)가 있다(...).

만화가 신일숙이 철저한 고증을 통해 만든 만화로 내기도 했다.

1.1 관련 항목

1.2 파생 작품

1.2.1 영화

  • 아라비안 나이트(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1974년도 작. 작품은 감독답게 꽤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영화다. 할아버지가 여러 소녀들에게 아라비안 나이트 책으로 읽는 법을 알려주며 얘기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시작되며, 권력을 위해 왕비가 되고 싶어하는 아름다운 춤추는 소녀 세하라자드와 형의 반역으로 왕의 자리를 잃었지만 되찾으려 하는 하룬의 사랑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처음엔 알라딘과 신밧드가 서커스단 일꾼인 개그 캐릭터로 나온다.

1.2.2 게임

1.2.3 소설

  • 키메라(존 바스): 포스트모더니즘의 걸작으로 알려진 옴니버스 소설. 첫 이야기 '두냐자디아드(Dunyazadiad)'가 세라자드의 스토리텔링 자체를 소재로 삼은 작품이다. 세라자드의 동생 두냐자드의 시점에서 서술되며, 제목도 두냐자드에서 따왔다.

1.2.4 만화 & 애니메이션

  • 1001(양영순)
  • 천일야화(만화): 순정만화. 세라자드가 남자에, 번역일을 직업으로 삼는 유명한 학자로 나온다.
  • 마기(만화) - 배경과 주연들이 아라비안 나이트를 모티브로 하고있다.
  • 아라비안 나이트 신밧드의 모험 - 닛폰 애니메이션의 1975년도 아동용 애니메이션. 주인공인 소년 신밧드와 청년 알리바바, 노인 알라딘과 구관조 쉐라가 아라비안 나이트에 나오는 사건들을 겪으며 모험을 하는 내용이다.

1.2.5 음악

2 국내 가요

1993년 김준선의 1집 앨범 수록곡. 후에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의 파일럿 1화때 슈가송이 되었다. 역주행송은 하니가 불렀다.

같은 해에 가수 김태우가 '알려지지 않은 아라비안 나이트'라는 곡을 발표했다.

3 매직 더 개더링의 확장 세트 중 하나

Arabian Nights 참고
  1. 주인공은 분명 사산 왕조의 왕인데, 세헤라자데의 이야기 속에는 바그다드, 바스라, 다마스쿠스 같은 아랍 정복 이후의 도시나 하룬 알 라시드 같은 실제 역사 인물들까지 등장한다.
  2. 이 사람은 아랍어 말고도 무려 35개 언어 및 사투리를 자유롭게 구사할 정도로 언어학에 재능이 엄청났다. 외교관이자 언어학자, 통역관, 번역가이면서도 아라비안 나이트 완역에 이 사람을 따라갈 이가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정성을 들여 죽기 5년전인 1885년에 완역판을 내놓았다. 서문을 보면 영어에는 없는 표현까지 새롭게 만들어가며 아랍어를 완역해놓았다고 기술했다.
  3. 그 이전 아라비안 나이트 영역판들이 이슬라모포비아와 선정성 문제 때문에 엄청난 수정 및 삭제질에서 심지어 이슬람을 죄다 기독교로 만들어버리는 편역까지 넘쳐놨는데 버턴은 이런 걸 굉장히 싫어하여 무삭제에 이슬람풍, 아랍 지역 사고방식까지 아랍인 지인들을 통하여 알아낸 다음 번역에 썼다. 이 과정에서 극의 에로티시즘을 지나치게 강조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천일야화의 다른 면면보다 에로티시즘이 주가 된 작품으로 더 알려졌다. 물론 버턴은 수정과 삭제를 하지않고 문자 그대로 번역했기 때문에 버턴의 행동이 문학적으로 굉장히 옳은 것이 맞다. 특히 아라비안 나이트를 통해서 중세의 아랍과 페르시아 측의 성문화가 의외로 문란하다는 것을 알수 있다.
  4. 동서문화사 판본. 샤헤자만이나 샤흐즈만으로 되어 있는 책도 있다.
  5. 역시 동서문화사 판본. 샤흐리아르로 되어 있는 책도 있다
  6. 여담으로 후대의 이야기가 마구 뒤섞인 이상 실제 역사를 거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겠지만, 사산 왕조의 왕 가운데 '샤 자만' 이라든가 '샤 리아르' 비슷한 이름을 가진 인물은 없다. 어거지로라도 때려 맞추라면 자마습(Djamasp, 재위: 496~498)과 샤흐르바라즈(Shahrbaraz, 재위: 629)가 있기는 한데, 연대 차이를 보면 도저히 형제일 수 없다. 또 형이 살아있는 상황에서 왕이 된 인물도 몇 있기는 하지만 그 경우 '형' 들은 암살. 끽해야 실명이나 감금이었고, 그 경우 이름이 영 달라서 끼워맞추기 곤란하다.
  7. 여담으로 여자가 하는 말이 상당히 흥미로운데 여자의 정절을 원하면 여자를 억누르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한다. 해당 작품에 마누라를 폭행,살해하는 이야기가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는 걸 생각하면 상당히 묘하다...
  8. 샤 자만에게서 샤 자만의 왕비가 부정을 저질렀음을 들은 샤 리아르는 "내가 만일 그런 일을 당했더라면 알라께 맹세하고서라도 계집 1000명을 죽이지 않고선 직성이 풀리지 않았을 것이고, 아마도 미쳐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라고 한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9. 다만 작중의 번역에서 흑인검둥이라고 멸시하는 말이 나와 흑인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기분 나쁘다. 물론 번역자가 인종차별주의주자가 아니고 원작의 작가들이 이렇게 서술한 것이다. 이를 보면 아랍인과 페르시아인들이 유럽인들처럼 흑인을 멸시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흑인들이 괜히 아랍인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다.
  10. 이런 이유로 완역본을 읽다보면 중간에 길을 잃기도 한다. 화자 세라자드 - 1번액자 알리 - 2번액자의 무함마드 - 3번액자... 이런 식이라.
  11. 유럽은 중세로 진입하면서 교조화 되는 바람에 인본주의적/다신주의적 그리스 철학을 배척하고 파괴했었다. 이슬람은 과거 이스칸다르 대제의 영향으로 아랍어 판본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이로 인해 중세 유럽은 그리스 자연 철학을 이슬람에서 역수입해서 다시 배워야 했다. 중세시기에 문명은 아랍권이 유럽권보다 훨씬 발달했었다. 유럽은 르네상스와 산업혁명 이후 역전현상을 겪은 것인데 본말전도를 한 셈(...).
  12. 출판사 서평에 따르면 열린책들판 천일야화에 수록되어 있는 200여점의 삽화들 중 일부는 편집부의 참고 도서로 구비되어 있었는데, 그 출처와 판본을 수소문하다가 겨우겨우 판본을 구했는데, 판본의 상태가 어땠냐면 표지의 무늬는 한 권 한 권 직접 물감에 담가 마블링을 했고, 제본은 한 땀씩 손으로 직접 실로 꿰맸고, 삽화 현대의 최첨단 기술보다 훨씬 정교하고 섬세하게 인쇄되었다. 이것만 해도 대단한데 통상적인 방법으로 책의 낱장을 뜯어내 스캔을 받기에는 아까워서 고민 끝에 822면에 달하는 책장을 매고 있는 실을 풀어 스캔을 받은 후 원래대로 고스란히 꿰맸다.(...) 그야말로 충공깽
  13. 여담으로 열린책들 출판사도 사철 제본 방식을 고집한다.
  14. 아라비안 나이트와 반대로 여자에게 헌신적인 남자의 이야기들이 주 내용이다. 또한 페르시아가 배경이다보니 분위기 자체도 다른편. 아라비안 나이트의 신나는 주인공 굴리기(...)와는 달리 전체적으로 순애물의 분위기이다. 물론 무한한 액자식 구성은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