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두수조권의 레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 북두의권 레이 외전 창흑의 아랑의 주 무대가 되는 도시.
'세기말 최후의 낙원' 또는 '여성들의 도시' 라 불리는 곳으로 그 이름처럼 수많은 여자들이 군락을 이루어 살고 있는 도시이다. 도시의 여왕은 '세기말의 여신' 이라 불리는 에바이며, 그녀의 호위대 에바즈발키리아와 여성 전사들이 지배층을, 그 외 다수의 일반 여성들이 시민 계층을 이루고 소수의 남성들이 피지배층을 이룬다.
이 아스가르드르라는 도시의 특이한 점은 지배층과 시민 계층을 이루는 대다수의 여성들이 '매춘' 을 생업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즉 도시의 여성들은 외부에서 온 남자들에게 스스로의 의사로 몸을 팔고 그 대가를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폭력과 욕망이 지배하는 세기말 세계에서 안 그래도 신체의 안위을 누리기 힘든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몸을 판다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것은 이 아스가르드르라는 도시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그들을 더욱 부강하게 만드는 핵심적인 요소이다.
아스가르드르는 여왕 에바의 힘에 의해 만들어진 도시이다. 세기말 핵전쟁으로 모든 것이 불타고 혼란과 무질서의 세상이 도래하자, 대다수의 힘없는 여성들은 남성들의 욕망을 위한 노리개 또는 상품으로 전락하여 하루하루 고통의 세월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에바는 여성들의 지위가 나락에 떨어진 시대의 현실을 통감하고, 그런 여성들에게 다시 삶의 의미와 희망을 찾아주기 위해 행동에 나선다.
먼저 에바는 자신의 막대한 부를 이용하여 각지에서 상품처럼 매매되는 여성들을 모조리 사들인다. 그렇게 에바의 밑으로 하나하나 수많은 여성들을 모아 하나의 집단을 이루게 되었고, 에바는 그녀들에게 황폐화 된 세상에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그것은 바로 발상을 바꾸어 스스로 남자들에게 몸을 파는 것이었다. 에바의 여성 공동체는 자신들의 정조나 자존심을 지키려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남자들에게 스스로 몸을 팔고 그들로부터 식량, 연료, 자원 등 막대한 급부를 챙겨들였다. 그리고 여성들은 그렇게 서서히 모은 물적 자본을 바탕으로 도시를 이루어 정착했고, 그 도시를 기반으로 같은 방식으로 거래를 하며 자본을 축적한 결과 부유하고 강대한 거대 도시를 세우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아스가르드르인 것이다.
일단 다수의 여성들이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하나의 거대 공동체를 이루자, 그 이후로는 오히려 여성과 남성, 몸을 파는 자와 몸을 사는 자의 권력 구도가 뒤바뀌는 현상이 벌어졌다. 다른 곳처럼 남성들이 자기 마음대로 상품으로서 팔리는 여성을 차지하고 그 여성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아스가르드에서는 반대로 도시의 여성들이 그 소문을 듣고 몸을 사기 위해 모여든 남성들 중 마음에 드는 남자를 골라 파트너로 삼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즉 여성들은 다른 곳에서는 결코 누릴 수 없었던 '선택의 자유' 를 누릴 수 있었고, 때문에 남성들은 자신이 선택받기 위해 여성들에게 더 질 좋고 양 많은 급부를 제공하였으며, 그로 인해 여성들은 더욱 부유해지는 결과를 낳아 에바의 의도대로 여성들이 부와 자유를 누리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진 것이다.
물론 이것은 단순히 여성들이 서로 뭉치기만 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그녀들을 이끈 도시의 여왕 에바의 탁월한 통치력과 판단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도시가 세워진 후 에바는 단순히 많은 자본만을 가진 여성 공동체로는 그보다 더 거대하고 강한 힘을 가진 세력의 야심에 대항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외부의 위협에 대비하여 견고한 성벽을 둘러 도시를 철벽의 요새로 만들고, 외부에서 전투 실력이 뛰어난 여성들을 초빙하거나 또는 자체적으로 여성 전사를 육성하여 상당한 조직력을 갖춘 자경단을 구축하였다. 탄탄한 방어 진지, 조직적이고 충성심있는 군사들, 무엇보다 수성전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풍부한 자원' 까지 갖추었기에 세기말의 거대 군벌들조차 함부로 아스가르드르를 넘볼 생각을 할 수 없던 것이다.
외부적으로는 여성들의 도시라고 불리는 곳이지만, 당연히 이 도시는 여성들만 있는 것은 아니고 남성들도 정착하여 살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대부분 매춘을 위해 도시를 방문했다가 짝을 만나거나 짝을 찾기 위해 정착한 사람들, 또는 자신의 전투력을 상품으로 삼아 도시를 지키는 파수꾼으로 고용된 사람들로서, 대체로 여성들보다 낮은 지위에서 그들의 지배를 받는 피지배 계층을 이루고 있다. 식량과 자원, 군사력 등 권력을 잡을 수 있는 요소들을 모두 여성들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남성들은 자연스럽게 피지배층이 될 수밖에 없던 것이다.
그러나 본디 폭력적이고 호전적인 본성을 지닌 남성들이 그러한 자신들의 지위에 만족할 수 있을 리 만무. 당연히 그 피지배 남성들 중에는 그들의 처지에 불만을 갖고 기회를 틈타 여성들을 몰아내고 도시를 지배하려는 반란군 세력도 존재하고 있었다. 도시의 치안력이 덜 미치는 아스가르드르의 웨스트사이드는 반란군 세력이 집결하는 아지트였고, 때문에 그 곳은 평화롭고 즐거운 분위기의 사우스사이드와는 달리 폭력과 퇴폐가 지배하는 암울한 분위기의 지역이 되었다. 레이 외전의 이야기는 여왕 에바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그 남성 반란군들이 일어나면서 본격적으로 전개되며, 그 반란군을 이끈 주동자는 레이의 스승이자 남두수조권 선대 전승자인 로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