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이 1936년 2월 가톨릭청년부터 발표한 연작시.
총 다섯 편이 이어져 있다.
또다른 작품 오감도와 제목은 다르지만 그 형식과 주제, 언어 표현과 기법 등이 모두 일치한다. 이러한 특징들을 바탕으로, 역단이 오감도를 완결하기 위한 후속 작업이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1] 기어코 30편을 다 채웠다니! 미쳤군 미쳤어
만약 오감도의 연재가 중단되지 않고 현재의 역단이 계속 연재 되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수능 국어 신규 보스
제목이 된 '역단'이란 말 또한 '오감도'와 마찬가지로 이상이 만들어낸 신조어다. 따라서 사전에 올라 있지 않다.
'易' 자는 그 음이 두 가지다. 하나는 '역(바꾸다)'이고, 다른 하나는 '이(쉽다)'이다. 여기서 '역'은 명사로 쓰일 때 보통 주역(周易)을 의미한다. 주역의 괘를 이용하여 인간의 운명을 점치는 점복(占卜)의 의미를 갖게 된다. 따라서 미래의 운명을 점친다는 뜻으로 풀이가 가능하다. '단(斷)'은 '끊다', '결단하다' 등의 의미를 가진다. 이렇게 된다면 '역단'은 '운명에 대한 거역'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만일 '역'을 '이'로 읽을 경우, '쉽다'라는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이단(易斷)'이란 말은 '쉽게 자르다' 또는 '손쉽게 끊어내다' 등의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역단 속 작품을 보면 '운명에 대한 거역'으로 풀이하는 것이 자연스럽기에 '역'으로 읽어야 한다.
1 화로(火爐)
房거죽에極寒이와다앗다. 極寒이房속을넘본다. 房안은견듼다. 나는讀書의뜻과함께힘이든다. 火爐를꽉쥐고집의集中을잡아땡기면유리窓이움폭해지면서極寒이혹처럼房을눌은다. 참다못하야火爐는식고차겁기때문에나는適當스러운房안에서쩔쩔맨다. 어느바다에潮水가미나보다. 잘다저진房바닥에서어머니가生기고어머니는내아픈데에서火爐를떼여가지고부억으로나가신다. 나는겨우暴動을記憶하는데내게서는억지로가지가돗는다. 두팔을벌리고유리창을가로막으면빨내방맹이가내등의더러운衣裳을뚜들긴다. 極寒을걸커미는어머니―奇蹟이다. 기침약처럼딱근딱근한火爐를한아름담아가지고내體溫우에올나스면讀書는겁이나서근드박질을친다.
2 아츰
캄캄한空氣를마시면肺에害롭다. 肺壁에끄름이앉는다. 밤새도록나는몸살을알른다. 밤은참많기도하드라. 실어내가기도하고실어들여오기도하고하다가이저버리고새벽이된다. 肺에도아침이켜진다. 밤사이에무엇이없어젔나살펴본다. 習慣이도로와있다. 다만내侈奢한책장이여러장찢겼다. 憔悴한結論우에아침햇살이仔細히적힌다. 永遠이그코없는밤은오지않을듯이.
3 가정(家庭)
門을압만잡아단여도않열리는것은안에生活이모자라는까닭이다. 밤이사나운꾸즈람으로나를졸른다. 나는우리집내門牌앞레서여간성가신게아니다. 나는밤속에들어서서제웅처럼작구만減해간다. 식구야封한窓戶어데라도한구석터노아다고내가收入되여들어가야하지않나. 집웅에서리가나리고뾰족한데는鍼처럼月光이무덨다. 우리집이알나보다그러고누가힘에겨운도장을찍나보다. 壽命을헐어서典當잡히나보다. 나는그냥門고리에쇠사슬늘어지듯매여달렷다. 門을열려고안열리는門을열려고.
4 역단(易斷)
그이는백지우에다연필로한사람의運命을흐릿하게草를잡아놓았다. 이렇게홀홀한가. 돈과과거를거기다놓아두고雜踏속으로몸을기입하야본다. 그러나거기는타인과約束된握手가있을뿐, 다행히空欄을입어보면長廣도맛지않고않들인다. 어떤븬터전을찾어가서실컨잠잣고있어본다. 배가압하들어온다. 苦로운發音을다생켜버린까닭이다. 奸邪한文書를때려주고또멱살을잡고끌고와보면그이도돈도없어지고피곤한과거가멀건이앉어있다. 여기다座席을두어서는않된다고그사람은이로位置를파헤처놋는다. 비켜스는惡臭에虛妄과複讐를느낀다. 그이는앉은자리에서그사람이평생을살아보는것을보고는살작달아나버렸다.
5 행로(行路)
기침이난다. 空氣속에공기를힘들여배앗하놋는다. 답답하게걸어가는길이내스토오리요기침해서찍는句讀를심심한空氣가주믈러서삭여버린다. 나는한章이나걸어서鐵路를건너질를적에그때누가내經路를듸듸는이가있다. 압흔것이匕首에버어지면서鐵路와열十字로어얼린다. 나는문어지느라고기침을떨어트린다. 우슴소리가요란하게나드니自嘲하는表情우에독한잉크가끼언친다. 기침은思念우에그냥주저앉어서떠든다. 기가탁막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