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턴 블로팅

Western blotting.

1 개요

원하는 단백질을 찾는 데 사용되는 실험 기법이다. 현대 분자생물학에 있어 PCR, ELISA 등과 함께 매우 중요한 실험 기법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단백질을 전기영동으로 젤에 분리하여 이를 멤브레인에 복사하듯 옮겨낸 후 찾고자 하는 단백질에만 특이적으로 반응하는 항체로 검출해내는 것을 골자로 한다[1]. 웨스턴 블로팅은 세포가 발현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단백질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있다면 그 양은 얼마나 되는지 검증하기 위해 주로 쓰인다. 현장(...)에서는 보통 웨스턴 블랏, 혹은 더 줄여서 그냥 웨스턴이라고 말한다.

2 유래

블로팅이라고 할 때의 그 블롯(blot)을 구글 이미지로 검색하면 잉크 방울 튀는 그림이 잔뜩 나올 것이다. 걸레든 휴지든 간에 모니터를 닦고 싶어지는 충동이 들지 않는가? 블롯은 명사로 "잉크 얼룩"이라는 뜻과 함께 동사로 "얼룩을 빨아들여 닦는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웨스턴 블로팅은 서던 블로팅이라는 DNA를 확인하는 기법이 개발되고 난 이후에 같은 원리를 단백질에 응용시킨 것이다. 휴지와 젤, 멤브레인으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블로팅시켜주면, 즉 밑에서부터 물을 적시면 물이 위로 빨려 올라가 위의 휴지까지 젖게 된다. 이 때 가운데 있는 젤에 그림이 그려있다면 이 그림이 멤브레인에 그대로 복사가 되는 것이다. 젤에 DNA 조각이 있었다면 서던 블로팅(남), RNA 조각이 있었다면 노던 블로팅(북), 단백질이 있었다면 웨스턴 블로팅(서)이라고 표현한다[2][3].
멤브레인에 복사된 단백질은 그 단백질을 항원으로 인식하는 항체로 잡아낸다. 항원-항체 반응은 단백질 간 상호작용 중에서도 강한 결합력을 갖고 있으며 자신의 파트너하고만 결합하려는 성질이 매우 강한 편이므로[4] 원하는 단백질이 있다면 결과가 바로 나오는 편이다.

3 실험 방법

3.1 SDS-PAGE[5]

세포를 잘 씻은 뒤 껍데기를 까서 단백질을 준비한다. 이 때 발생하는 열이 단백질을 변성시킬 수 있으므로 얼음 위에서 진행할 것. 원심분리 후 단백질만 따로 모아 SDS-PAGE를 걸어준다.
SDS-PAGE는 한천에 비해 뭔가 들어가는 것도 많고 젤 만들려면 준비할 것도 많고, 만드는 법도 복잡하다는 단점이 있다. 사실 딱히 복잡하지도 않다. 그냥 귀찮을 뿐이지. 귀찮으면 젤 하나에 만 원에 파는 것도 있다. 논문을 위해 최대한 균질한 결과를 내고 싶은 위키러들은 참고하시길.

3.2 트랜스퍼(블로팅)

젤로 단백질을 원하는 만큼 분리했다면 "스펀지-종이-젤-멤브레인-종이-스펀지"의 순서로 이쁘게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다 놓는다. 트랜스퍼 완충 용액에 넣고 전압을 걸어 젤의 단백질을 멤브레인으로 이동시킨다. 멤브레인으로 보통 PVDF나 NC 등을 사용하며 사용할 멤브레인의 종류는 찾고자 하는 단백질의 종류에 따라 적절한 것을 사용한다.

3.3 항체 붙이기

멤브레인에 단백질이 잘 이동했다면 분유[6]에 잘 섞은 1차 항체와 2차 항체를 순서대로 붙인다. 1차 항체는 원하는 단백질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며, 2차 항체는 1차 항체의 꼬리[7]에 특이적으로 결합한다.

3.4 현상(디벨롭)

2차 항체의 꼬리에는 보통 효소가 달려 있는데, 이 효소에 특이적으로 반응하는 기질을 처리하여 반응이 일어나게 한다. 효소는 기질을 만나 화학적 빛을 내거나 색을 띄게 되며 이를 필름 현상하듯 현상해내거나 그 색깔 파장의 흡광도를 측정한다. 빛 혹은 색의 진한 정도는 효소의 양에 비례하고, 효소의 양은 단백질의 양에 비례하기 때문에 색과 빛의 진함을 수치화하면 단백질의 양을 추산할 수 있게 된다.

4 장단점

4.1 장점

일단 항체를 사용하여 검출하는 방식이다 보니 소량의 단백질만 존재해도 검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또한 다양한 종류의 단백질이 섞여 있는 시료를 검사할 때에도 항체의 기질 특이성(substrate specificity) 덕분에 원하는 단백질만 검출 할 수도 있다는 여러가지 다양한 이점이 있다.

4.2 단점

항체가 비싸다. 항체는 기본적으로 토끼, 염소, 등의 동물에게 검출하고자 하는 단백질의 일부 서열을 주사해서 해당 동물들의 면역체계가 이에 대응하는 항체를 만들면 이놈들의 피를 막 뽑아내서 정제해서 만든다. 과정이 매우 번거롭고 생산량도 적어서 가격이 무지무지 비쌀 수 밖에 없다. 2차항체가 싸다고는 하지만 이것도 한 통에 20만원 후반이다. 위에 서술된 1차 항체 - 2차 항체 시스템도 사실 이 항체 값을 아끼기 위해 개발된 것이다. peroxidase가 붙은 항체를 원하는 단백질에 대해 만드려면 무지하게 힘드니까 원하는 단백질에 대해 항체를 만든 뒤 그 항체에 대해 peroxidase가 붙은 2차 항체을 만드는 것이다.

또한 웨스턴 블로팅은 전체적으로 SDS-PAGE가 젤을 만드는 것부터 해서 전기 영동을 하는 과정도 아가로스 젤보다 복잡하고, 항체를 넣어주는 과정도 두 번이나 존재하기때문에 상당히 까다롭다. 반 농담조긴 하지만 3년째 웨스턴을 하시는 데에도 아직 웨스턴을 하기 전에 잘 되라고 잠깐 기도하고 실험 들어가시는 분도 있다.거기다가 그 막을 필름으로 현상하면 암실도 가야 하니... [8] 암실에서 현상하기 싫고 실험실에 돈이 많다면 흔히 chemidoc으로 불리는 ccd카메라를 이용하여 형광을 관측하는 기계를 이용하면 된다. 2014년 부터는 항체들하고 용액들만 넣어주면 자동으로 웨스턴 블로팅을 해 주는 기계들도 나오고 있다. 천만원(...)이 넘어가서 문제지... 게다가 한 판(24 well)에 기본적으로 20~50만원 대의 어마어마한 가격을 자랑한다. 샘플 24개 실험 한 번에 수 십만원이 깨진다.
  1. 항체로 검출해내기 때문에 웨스턴 블로팅을 단백질 면역 블로팅(protein immunoblotting)이라고도 부른다.
  2. 여기까지가 그나마 메이저한 기법이고, 단백질의 번역 후 수정을 찾는 기법을 이스턴 블로팅(동)이라고 한다. 방위전대 블로팅레인저 업워드 다운워드만 있다면 삼차원 블로팅 완성 더 깊이 들어가자면 DNA와 결합한 단백질을 찾는 사우스웨스턴 블로팅(북서), 하나의 단백질이 아닌 단백질 간의 결합을 확인하는 파 웨스턴 블로팅(극서), 센트럴 도그마에 등장하지 않는 지질, 약물, 호르몬 등을 찾는 파 이스턴 블로팅(극동), DNA로 RNA를 찾는 리버스 노던 블로팅 등등 과학자들이 기법을 개발하는 족족 이름을 적절하게 붙여낸다.
  3. 서던은 서던 블로팅 기법을 개발한 사람 이름이다. 이를테면 최남수 씨가 개발한 실험 기법을 수법이라고 부르더니 다른 비슷한 기법 이름을 수법, 수법, 수법 등으로 부르는 격.
  4. 이를 결합 특이적이라고 표현한다. 기질-효소, 리간드-리셉터 결합도 충분히 결합 특이적이지만 항원-항체 결합은 이들을 뛰어넘는다.
  5. Sodium Dodecyl Sulfate-PolyAcrylamide Gel Electrophoresis의 준말. 단백질은 전하와 접힌 모양이 중구난방이라 SDS라는 음전하 유니폼을 입혀 전하도 통일시키고 접힌 것도 다 풀어놓아야 한다. 한편 단백질은 DNA보다 덩치가 작아서 한천 젤에서는 잘 분리되지 않아 아크릴아마이드 젤을 사용한다.
  6. 물론 당연히 아기들 먹는 분유를 그대로 쓰는 게 아니다! 트리스(Tris)라는 염기로 완충해놓은 용액에 트윈20(Tween20)라는 시약을 섞은 후(TBS-T) 실험실에서 쓰는 스킴 밀크(Skim milk)를 섞은 것. 항체가 아닌 다른 부분에 미리 달라붙어서 항체의 선택성을 높여준다.
  7. 항체의 불변 영역 혹은 Fc region이라고도 한다. 항체의 구조는 보통 Y자 형태로 표현하는데 이 때 가변 영역은 두 갈래로 갈라진 Y자의 윗 부분이고, 불변 영역은 Y자의 아래 부분이다.
  8. 정확히는 과정은 쉬우나 번거롭고, 과정이 여러번이기에 문제가 생기면 확인해야 될 부분이 많아 난감하게 된다. 물론 이건 대부분의 생물학 실험들의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