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카

Wicca

1 어원

어원은 고대영어로 남자 witch를 가리키는 wicca에서 나왔다. 여자 witch를 가리키는 고대영어는 wicce였는데, 고대영어 발음을 한글로 음역하면 각각 '위차' '위체' 정도가 된다. 비록 wicca가 영미권에서 나온 말이고, 또 고대영어에 그 어원을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발음은 현대영어식으로 한다.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한글로 음역하면 마땅히 '위커'가 되어야 하지만, 인터넷상에서는 실제발음이 아니라 철자법에 영향받은 '위카'라는 표기가 널리 쓰인다.[1] 또한 witch는 우리말로 마녀라고 하는 번역어가 널리 통용되지만 이 번역어에 문제가 많다. 그러므로 이 문서에서는 '위치'라고 음역하여 사용한다. (어떤 서적에서는 마인魔人이라는 번역어를 시도해보기도 했으나 아직 이거다 싶은 번역어는 나오지 않았다.)

2 개요

현대의 위카는 1954년, 영국 공무원이었던 제럴드 가드너Gerald Gardner[2]가 시작한 종교성이 매우 강한 문화운동이다. 종교인지 문화인지 구분하기 매우 어려울 정도로 종교성이 매우 강하지만, 적어도 '교단 등의 조직체를 이룬 종교'나 '통합된 조직체를 갖춘 주의主義'가 아님은 분명하다. 이 운동을 시작한 제럴드 가드너는 이 운동을 위치크래프트witchcraft라고 불렀으며, 그 추종자들은 the wica라고 하였으나, 지금은 wicca라고 표기함이 정착하여 사전에까지 올랐다.[3][4]

3 교리

위카에는 믿어야만 할 교리나 모든 이가 받아들이는 원칙이 없다. 딱 하나 원칙이 있다면,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마라' 하는 정도. 이런 정도는 딱히 무슨 종교나 사상이 아니더라도 보편적으로 받아들이는 도덕률이니[5], 사실상 위카라고 반드시 지켜야 할 어떤 강령은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위카 하는 사람을 위칸wiccan[6]이라고 부르지만, 위치witch[7]라고 부르기도 한다. 남자 위칸은 wizard라고 하기도 하지만, 이 문서에서는 모두 위칸이라고 통일하여 쓴다.

위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위칸들 모두가 인정하는 원칙이 없고, 위칸을 통괄하는 조직체가 없으므로 '자기가 스스로를 위칸이라고 생각하면' 위칸이라고 해야 한다. 비유컨데 공산당에 가입해야만 공산주의자가 아니라, 공산주의를 스스로 받아들이면 공산주의자인 것과 같은 이치다. 물론 약간의 차이는 있다. 대부분의 위칸은 각각의 코번(coven)에서 입문식(initiation)을 거치는 경우가 많다.[8][9]

3.1 위커주의

그렇다면 위커주의wicca-ism라 할 만한 것은 무엇인가? 사실 위커주의란 말은 없고, 영어권에서는 신이교주의(Neopaganism)이라는 단어가 통용된다.

원래 pagan이란 말은 라틴어 파가누스paganus(시골 사람)에서 나왔는데, 그리스도교가 로마의 공식 종교가 아니던 시절, 그리스도교의 교세가 시골보다 도시에서 더 강성한 관계로 비그리스도인들을 '촌놈'이라는 어감을 담아 부르던 호칭이다. 이런 이유로 흔히 pagan을 이교도라고 번역하지만, 사실 '비기독교'라는 번역이 더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네오페이거니즘이란 유럽이 그리스도교화되기 이전부터 있던 옛 종교를 잇겠다는 생각을 말한다.

현대 서양의 그리스도교적, 혹은 그리스도교의 영향을 받은 문명의 단점에 대응하여 옛 종교, 혹은 옛 종교적 사상으로 복귀하여 개인적, 혹은 공동체적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생각이라 정의하면 적절하다.

문제는 그렇다면 현대 유럽 문명의 단점이 무엇이라고 보느냐에 따라 네오페이거니즘 역시 구체적인 방향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네오페이거니스트, 위칸들은 사람마다 구체적인 해석이 각양각색이다. 표준적 관점을 제시할 만한 권위자, 통괄기구가 없으므로 사람마다 해석이 다 다를 수밖에 없다. 위칸들 사이에는 정통이 없다. 정통이 있어야 이단도 정할 수 있는 법인데, 정통이 없으니 이단도 없다. 제럴드 가드너의 해석을 따르는 일련의 무리들도 있지만, 이들은 '가장 오래된[10] 위칸'이긴 해도 "우리가 정통이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현대 한국인조차도 '서구문명의 문제점'이라고 하면 통상적으로 떠오르는 단어나 이미지가 있듯이, 서양인들도 비슷하여... 아무리 위컨들이 각양각색이라고 해도 서로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렇듯 생각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코번coven을 이루기도 한다.[11]

'코번'이라고 하지만 우리말로 옮긴다면 '모임'이나 '동아리' 정도 단어가 적절하다고 본다. 본디 위커는 통합된 규율이나 조직체가 없지만, 코번을 이루었을 경우에는 당연히 각 코번마다 나름대로의 규칙이 있어서 거기에 따라야 한다.

위칸들이 아무리 각양각색이라고 해도 대체적인 유행이나 대세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 대세에 맞추어 설명을 진행하므로, 구체적인 사례를 들면 일부 설명에 안 맞는 위칸이나 코번이 있어도 이상하게 여기면 안 된다.

3.2 기질

위컨들은 대체로 직관력과 다양성, 자연의 힘을 높이 평가하는 기질이 매우 강하다. 즉 통상적으로 미덕으로 간주하는 힘, 이성, 과학에 대한 신뢰에 반(反)하는 것이다. 통일, 규칙, 합리성 등을 낮게 평가하며, 그리스도교 등의 유일신론을 종교적 '제왕주의'로 간주하여 거부하는 기실이 강하다. (그러므로 위칸들은 대개 다신론자일 수밖에 없다.[12]) 직관력, 감수성 등을 미덕으로 여긴다. 또한 현대보다는 고대를 좀 더 친(親)인간적이고 친(親)자연적인 사회로 높이 평가한다. 황홀경에 빠진 샤먼, 예언자 등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3.3 의례

고대적인 의례를 통하여 자연에 깃든 어떤 힘, 정령, 사람들이 신(神)이라 부른 어떤 위대한 것에 접촉할 수 있다고 여긴다. 그러므로 동지나 추분, 발푸르기스의 밤 등 서양민족에서 중히 여긴 명절이 되면 사람들이 모여 알몸으로 풍양제를 거행하기도 한다. 이러한 주술의례는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것 이면서, 또한 실질적인 힘을 발휘한다고 믿는다.

위칸들은 유럽이 그리스도교화하기 이전에 있었던 고대종교들을 잇는다고 말한다. 사실 몇몇 위칸들은 자신들이 고대로부터 비밀리에 전해진 신비종교의 직계라고 말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비밀종교가 있었고, 또 실제로 현대까지 계승되었다고 보기에는 역사적 신빙성이 매우 떨어져, 지금은 위칸들 사이에서도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서양민족에 남은 여러 가지 고대종교의 흔적을 바탕으로, 현대적 사상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고대풍의 새로운 종교적 사상'이라고 해야 적절하다. 위칸들은 고대종교를 표방하지만, 정말로 고대종교를 복구하려고 하진 않는다. 만약 고대종교를 '복구'하려고 한다면, 역사학자나 고고학자들의 최신연구결과를 받아들여 낱낱이 고증해야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며, 할 의향도 없다.

비유하건데, 현대 옷을 입은 고대인이 아니라 고대 옷을 입은 현대인이라고 하면 좋다.

가령 위칸들은 의례를 거행할 때 고대와는 달리 동물희생을 바치지 않는다. 현대인의 감수성에 동물희생은 적합하지 않으며, 위칸들은 자신들의 그러한 감수성을 바꿀 의향이 없다.

위칸들이 생각하는 '고대'는 현대적 사상으로 적당히 윤색되고 미화된 바가 크다.

위칸들은 흔히 Book of the shadow라고 부르는 개인기록서가 있다. 자신이 거행했던 여러 의례를 기록한 책이다. 이 개인기록서는 일기처럼 극히 개인적인 물건으로 간주하여, 주인이 죽으면 그 책도 없애버리곤 한다. 하지만 일부 위칸은 자신이 거행한 의례자료를 출판한다거나 인터넷에 올리는 방식으로 자료를 공개하기도 하는데, 이는 다른 위칸들이 이 자료를 보고 참고하길 바라서이다. (자기가 정말 잘 만들었다 싶으면 자랑하려는 마음도 있을 것이다.)

위칸들이 거행하는 의례는 자기 사상이나 생각에 따라 여러 자료를 모으로, 그에 기반하여 편집하고 변형하고 창작한 것이다. 절대적인 의례란 없다. 그러므로 남의 자료를 보고 자기 의례를 변형하거나 할 수가 있다.
  1. 한국의 검색 포탈에서 '위카'라고 검색을 해야 관련 내용이 나오므로 관습에 따라 '위카'라고 표기하도록 한다.
  2. 동시에 오컬티스트 알레이스터 크로울리의 제자로 알려져있다. 전해내려져 오는 이야기 중에는 현대 위카의 내용을 알레이스터 크로울리가 정리한 것을 제럴드 가드너가 발표했다는 것도 있다.
  3. 위카가 이전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민간신앙과 비슷하게 한 가족 내에서 전해져내려오는 종교였다. 이 내용을 현대적으로 정리해서 여러 사람에게 공개한 것이 제럴드 가드너인 것이다.
  4. 경우에 따라서는 wicca와 witchcraft를 분리해서 보는 경우도 있다.
  5. 교양수준의 윤리철학 공부만 해보면 알 수 있지만, 자신이 당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하지 말라(즉,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불쾌하게 하지 말라)는 것을 황금율이라고 해서 도덕의 공리라고 한다. 즉, 모든 정상적인 도덕관의 대전제이지 특별한 계율이라 할 수는 없다.
  6. 이 역시도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위컨'이 맞다. 그러나 실제로 오컬트계에서는 '위칸'이라고 주로 부르고 마블코믹스의 위컨과 혼동의 여지가 있어 위칸이라 적는다. 마블코믹스의 위컨도 wiccan이라서 위컨이다.
  7. 남자와 여자를 모두 포함한다.
  8. 이 경우 주로 3가지 단계를 거친다.
  9. 코번의 입문식을 거치지 않고 solitary witch로 활동하는 경우도 있다.
  10. 엄밀히 말하면 '가장 잘 알려진'이 맞다.
  11. 대부분의 코번은 사람 수가 정해져있다. 이는 대부분의 코번이 동일하다.
  12. 애초에 위칸은 대부분 남신(태양)과 여신(달)을 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