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방유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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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의방유취(醫方類聚)는 조선 초기에 국내외의 다양한 한의학 관련 문헌을 집대성한 저술로, 국가 기관에 의해 편찬된 의학 서적이다.

2 편찬 과정

약재에 관한 의학 서적인 1433년 향약집성방이 편찬된 이후, 의학 전반에 걸친 서적을 편찬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졌지만, 당시 조선 내의 문헌으로는 의학 서적을 편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 때문에 세종은 1437년부터 39년까지 명나라의 북경에 파견되는 사신과 역관들에게 중국 내의 다양한 의료 문헌을 수집해 오도록 하였다. 이 때 수집된 문헌들은 명초에 저술된 것뿐만 아니라, 원, 송, 당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폭넓은 것들이었다.

이 때 수집해 온 문헌들을 1442년부터 약 3년간 취합하여 365권의 방대한 양의 도서로 정리하였다. 이 취합 작업에는 문관과 의원들이 참여하였다고 한다. 이 작업은 기존에 수집된 문헌들을 단순 분류하고 묶어 놓은 것이라서 중복되는 내용도 많고 그 내용에 대해 이론ㆍ임상적으로 검증되지 못하거나 잘못된 것들도 많았다. 또한, 분량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활자로 간행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세조는 기존에 취합된 서적을 재정리하라는 명을 내렸고, 1465년부터 12년에 걸친 수정ㆍ교정 작업이 진행되게 된다. 이 작업의 총괄 책임자는 양성지로, 수많은 문관과 의원들이 동원되었다. 결국 1477년 266권으로 정리되어 간행되게 되었다.

3 내용

이 책은 총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첫 번째 부분인 총론에서는 진찰론, 처방법, 의학의 일반 이론 등을 담고 있고, 두 번째 부분은 임상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임상 내용에서는 당시 한의학에서 규정하고 있던 질병들을 총 95문으로 나누고, 질병들에 대한 내용을 기술한 것이다. 임상 내용 역시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첫 번째 부분에는 황제내경소문[2]에서부터 의경소학[3]에 이르는 153종류의 서적에서 시대순으로 인용하여 관련 학설과 이론을 싣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두 번째 부분에는 첫 번째 내용에 대응하는 처방을 취합하여 기술하였다.

이와 같은 의방유취는 한의학사 연구가들에게 학술적 가치뿐만 아니라 실용적 측면에서도 중요하게 취급받고 있다. 다만, 양이 워낙 방대하고, 문체가 난해하다보니 각론적인 부분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2010년대에 이르러서이다.

4 현존 판본 관련

1445년에 임시적으로 출간된 365권의 의방유취는 현전하지 않는다.

다만, 1477년 출간된 266권의 의방유취는 복간본의 형태로 완전히 전하고 있으며, 이 복간본은 일본판이다. 최초의 의방유취는 30부를 인쇄하여 조선 정부가 관리하는 다양한 서고에 분산하여 보관하고 있었는데, 임진왜란 도중 왜장 가토(加藤)가 서고를 약탈하는 과정에서 일본에 들어가게 되고 나머지 분산원간본은 모조리 소실된다. 이 원간본은 을해활자로 간행된 것으로, 일본으로 건너간 이후 여러 본이 복간되었다. 현재 이 원간본은 일본의 궁내성 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는데 12권이 분실되고 254권만이 남아 있다.

시간이 흘러 1876년 강화도조약 체결 이후 일본인 의사 기타무라가 한일 양국의 의학 교류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일본판 복간본 2질을 조선 정부에 기증하였다. 즉, 이 기증 이전에는 국내에서 의방유취를 구할 수도, 의방유취에 따라 의학을 연구할 수도 없었던 것이었다. 이 2질 중 1질은 한국전쟁 도중 북한이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고문서와 고도서를 노획하는 과정에서 함께 획득하였고, 나머지 한 판본은 연세대학교 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다.

현재의 의방유취 국문 번역본은 북한 의학과학원 동의학연구소에서 번역한 것이 유일하며, 이 번역본은 1994년 여강출판사에 의해 영인본으로 출간[4]된 바 있다.
  1. 문화재청 - 공공누리
  2. 기록과 현전하는 중국 의서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기원전 300년경에 최초로 편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방유취에서 인용된 황제내경소문은 송나라 초기에 복간된 것이다.
  3. 명나라 초기에 나온 의학 서적으로, 의방유취의 편찬 당시에는 최신 의학 서적이었다.
  4. 여강출판사는 의방유취뿐만 아니라 동의보감, 조선왕조실록 등과 같은 북한에서 번역된 다양한 국문 번역본을 국내에 영인본으로 소개한 출판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