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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嶽
초대각주 야율사의 아들이자 현 비각의 각주. 별호는 잠룡야(潛龍爺). 곤륜지회 오대고수의 중 한명이다. 그를 묘사하는 표현은 구중비각(九重秘閣), 말 그대로 혈랑곡주만큼이나 자신을 꼭꼭 숨겨둔 위인으로 강호상에 그 존재를 거의 드러내지 않고 있다.
야율사의 뜻을 따라 중원천지에 밀교를 전파하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있지만, 그의 앞길을 가로막은 혈랑곡주 석무경으로 인해 40여년을 숨죽인 채 지내왔다. 이미 혈랑곡주의 정체를, 그리고 절대로 경지를 능가할 수 없음을 알고 있었기에 자신이 가장 자부하는 인내심을 바탕으로 세월의 흐름을 기다렸고, 마침내 석무경의 죽음을 확신한 후에야 비각의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된다. [1]
현재 나이 84세. 소철이나 서문숭보단 한참 연상이다. 현재의 외양은 둥근 얼굴에 둥근 체구로 묘사되는 걸로 보아 상당히 뚱뚱한 체구를 지닌 것으로 보인다. 주변인이나 수하를 대할때 말이나 행동에 상당히 따뜻한 면모를 보이긴 하나, 실제 성격을 상당히 비정해서,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 수도 있는 한참 어린 의붓동생에게는 아주 잔혹한 면을 보였고[2], 삼화취정의 밤에 자기 자식인 이명이 연벽제를 살리고자 상궤에 벗어난 행동을 하자, 비각의 일비영이자 자기 자식으로서 부적절한 짓을 했다고 바로 버려버릴 결심을 하고 이명이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했는데도 도와주지 않았다. 그리고 문강한테도 한 짓까지 고려해 보면...
직접적으로 무공이 드러난건 곤륜지회 뿐이었지만 연벽제와 첫만남에서 연벽제가 충격을 받을정도로 절대적인 고수. 그러나 직접 겨뤄본 소철은 그를 평하길 박이부정(博而不精), 즉 박대하나 정교하진 못하다고 평하는 등 실력면에선 오대고수 중 가장 말석으로 보인다. 그러나 곤륜지회에서 밝힌 실력은 석무경을 의식한 탓에 제대로 된 것이 아니었고 답뇌홀멸이란 보법과 몽인장이란 장법이 그의 진신절기이며 이 귀보와 신장을 제대로 드러냈으면 절대로 소철이나 서문숭의 아래가 아니었을 것이라고 자부한다. 그외에도 서장밀교에서 전해진 내공심법인 옴다리니진력은 개량을 더해 원류를 뛰어넘었다고 한다. 남옥의 옥 당시 어검술인 연가비검으로 당대 비영 넷을 연속으로 참살하는 신기를 보여주던 연벽제의 부친인 남천비검 연일심을 공중에 뜬 검이 돌아오기 전에 격살한 실적을 보건데 결코 자만이 아닐 것이다.[3]
일신의 탁월한 무공과 정계에서 오래 보낸 경험, 그리고 자신이 가장 자신있는 덕목인 인내심이 조화되어 어떠한 상황에서도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으나, 갖은 모략에도 불구하고 만만치않은 무양문의 대응과 2대 혈랑곡주 석대원, 그 형인 석대문의 활약 등 예기치 못한 변수로 인해 비각의 전력이 조금씩 깎여 나가고 휘하조직인 강호육사도 절반이상 괴멸한데다 결정적으로 삼화취정의 밤의 대란으로 인해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특히 남아있던 육사 중 하나인 신응소의 문주 학산과 정보기관인 비이목 총탐인 남립의 사망으로 인해 전력과 정보 관계 모두 치명적인 타격을 받아 동창의 수장이자 당대의 권신인 왕진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었다.
그러나 비각의 입지를 깎아먹을 각오로 끌어들인 왕진과 동창세력도 석대원이 제2대 혈랑곡주로서 옥천혈효를 일으키며 동창과 건정회를 몰살시키는 바람에 세력도 깎아먹고 동창의 비위를 맞춰야 하는 악수로 돌아왔다. 때맞춰 운리학의 지시를 받은 중양회가 마지막 남은 비각의 원군인 천산철마방과 곽조의 칠성채를 비롯한 녹림세력을 격파하고, 본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석대원이 이끄는 혈랑곡이 단천원에 쳐들어와 남은 비각 세력을 사실상 궤멸시켜 모든 권력을 잃고 남은 잔여 세력마저 동창에 흡수당한다. 이 과정에서 혈육인 이명, 이군명과 친구인 곽조 등이 모두 죽자 자책과 후회에 빠져서 예전에 잔혹하게 굴었던 의붓동생의 위패를 자식과 손자와 같이 모시고 공양하는 모습을 보일 정도로 좌절했다. 결국 2대 혈랑곡주의 호집령을 듣고는 자신을 노린 것을 짐작하고 두려움에 떨면서도 구차하게 숨어사느니 싸우겠다며 곤륜산에 향할 듯을 데바에게 비추자 데바도 동행하는 형태로 2차 곤륜지회에 참석한다.
곤륜산에서 수문장 노릇을 하던 제초온에게 자신의 시신을 자식과 손자와 같이 묻어달라는 부탁을 하고 쟁선대로 오른다. 쟁선대에서 곽조를 죽인 우근을 상대로 드디어 숨겨둔 절기인 몽인장을 선보이는데 '벽'을 깨고 한층 강해진 우근의 무명장법을 상대로 한 수 위의 위력을 보여주며 천하오대고수로서의 위용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석대원에게는 자신이 미치치 못함을 인정하고 데바와 둘이 합공할 것을 선언했으며, 석대원은 거기에 10초를 양보하고 1초로서 끝을 내겠다고 답하여 좌중의 얼을 빼고 이악과 데바를 분노케 만들었다. 그야말로 인간의 경지로서 극에 달한 위력의 십초를 데바와 함께 펼쳐냈으나 인간을 넘어 비인간의 경지에 도달한 석대원의 심동공허 앞에서는 모든 공격이 무의미했고, '도대체 넌 뭐냐?'라고 말을 남기고는 검뢰대구식의 구중검뢰에 맞아 데바와 함께 사망했다. 이전에 연벽제가 말한 이악과 데바가 함께 덤벼도 자신을 이길 수 없다고 한 말에 바로 부정하지 못한 것에 계속 구애 받았는데 최후에 이르러 그것이 사실 임을 증명한 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