轉爐, 영어로는 Converter 라고 한다. 구를 전(轉)을 쓰며, 번개 전(電)이 아니다.
용광로에서 나온 선철은 특성상 높은 수준의 탄소를 함유하고 있으므로 취성이 높고(즉 쉽게 깨지고), 흑연을 구상화한다 하더라도 사용상 제약이 많다. 따라서 녹은 선철(용선)로부터 과량의 탄소를 제거하여 이를 강철로 바꾸는 작업(Conversion)이 추가로 필요한데, 이를 수행하는 설비가 전로이다.
전로는 용선 안으로 공기나 산소를 불어넣어 용선 안의 탄소를 산화시켜 이산화탄소 및 일산화탄소 가스 상태로 배출하는 것을 작동원리로 한다. 공업적으로 전로법을 개발한 것은 헨리 벳세머(Henry Bessemer)이다.
↑벳세머 전로의 얼개.
밤에 덩그러니 남아있는 전로를 보면 왠지 무섭다.
전로를 기울여 상부로 용선을 투입한 후, 전로 하부의 풍구로 공기를 주입하면 탄소가 불타서 나오므로 철의 탄소함량이 줄어들도록 되어 있다. 전 과정은 잘 조직된 공장의 경우 20~30분 가량으로 끝난다.
1855년 벳세머 전로의 등장 이전에는 강철을 생산하기 위해 블루머리에서 직접환원법으로 얻은 순철에 가까운 철괴를 침탄시켜 탄소함량을 높여야 했으므로, 최소 며칠에서 몇주간 철을 고온으로 달구어 두어야 했다.[1] 이에 따라 엄청난 연료가 소비되었으므로 강철은 매우 비쌀 수밖에 없었다.
벳세머 전로의 등장으로 생산성이 높은 용광로에서 얻은 선철을 빠른 속도로 강철로 전환할 수 있게 되었으므로 강철의 대량 생산이 용이해졌다. 강철의 대량 생산을 통해 19세기 후반의 2차 산업혁명을 지탱할 수 있었다는 점이 벳세머 전로의 역사적 의의라고 하겠다.
그러나 벳세머 전로는 산성 슬래그를 사용하므로 철 안에 포함된 중요 불순물 가운데 산성인 유황과 인을 제거하지 못했으므로 고품위의 강철을 얻는데는 부적합하였다. 또한 용철 안에 공기를 불어넣음에 따라 필연적으로 강철에 질소가 녹아들어가게 된다. 따라서 벳세머 전로는 비교적 저품위의 강철을 대량생산하는 데 사용되었고, 고품위의 강철은 여전히 블루머리-침탄에 의해 생산되었으며 후일 지멘스-마르땡 평로(平爐, Open Hearth Furnace)가 이를 이어받게 된다.
이후 영국의 시드니 길크라이스트 토마스에 의해 염기성 슬래그와 염기성 돌로마이트 내화물을 사용하는 토마스 전로가 개발되어 유황과 인의 제거가 가능해졌다.
20세기에 들어서 공기를 냉각시켜 액화 순산소를 값싸게 제조하는 방법이 개발되었으나, 이를 벳세머식 저취전로에 사용할 경우 반응이 지나치게 강하여 조업 제어능력이 떨어졌다. 순산소를 사용하는 제강법은 오스트리아 Voestalpine社가 전로의 상부에서 랜스를 통해 용강면에 분사하는 상취전로법(린츠-도나비츠 전로법, 줄여서 LD전로법)을 실용화하고서야 보편화되었다. 이후 순산소 전로제강법은 평로를 거의 완전히 대체하고 제강법의 주류로서 현재에 이른다. 현재는 순산소 상취전로법이 가진 교반력 저하의 문제로 하부 풍구를 통해서도 불활성 기체를 불어넣는 복합취련식 전로가 보편화되어 있다.
용광로와 달리 전로는 사고가 나기 쉬운 구조여서 대륙과 한국에서는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쇳물에 녹아 사람의 형체도 남지 않는 사고는 그야말로 일상수준. 공정의 속도 자체가 매우 빠르고 격렬하다. 슬로핑(전로 입구로 슬래그가 흘러내림), 스피팅(전로 내부에서 소규모 폭발로 녹은 쇳물이나 슬래그가 튐) 같은 현상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노를 통째로 뒤집을 수 있게 되어 있으므로 최악의 경우 엎어지면서 쇳물을 쏟게 된다.
- ↑ 고온에서도 탄소가 철 내부로 침투하는 속도는 매우 느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