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행

드라마영화, 애니메이션 같은 영상작품을 제작하는데 있어 전체적인 일정 관리와 잡다한 업무를 담당하는 직책. 제작/총괄을 보조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이 직책으로 시작해서 경험을 쌓아 프로듀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제작진행이라는 명칭 자체는 일본에서 만들어진 것이므로 사용에 주의. 일단 한국의 애니메이션계에서는 통용되는 명칭인 듯하다.

1 실사작품

한국에서는 주로 Assistant Director, AD라는 명칭이 사용된다. 그외에 '조감독', '조연출' 등등.

간단히 말해 PD의 조수로서 온갖 잡무를 처리하는 역할이다. 각종 섭외부터 스케줄 관리 및 소품조달, 세팅, 인원관리, 운전, 식당예약, 짜장면 주문, 고기굽기, 커피타기, 안마, 청소, 빨래, 춤, 노래 등등등. '이것은 AD가 하는 일'이라고 정해진 업무는 딱히 없다. 그냥 시키면 무엇이든 하는거다(…). 사실상 촬영장에서 가장 낮은 계급이라고 할 수 있지만, PD로 가는 스타트라인인만큼 경쟁률은 대단히 높다.

2 애니메이션

애니메이션 제작에 있어서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다만 '작은 프로듀서'로서 제작에 관련해 확실한 비중은 있는 편.

수화로 나누어 방영되는 TV 애니메이션이라면 그중 몇개의 화를 배정받아서 그 화를 제작할 애니메이터를 모집하게 된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같은 경우 하나의 회사에서 애니메이션이 뚝딱 만들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고, 특히 애니메이터 같은 경우 스튜디오가 여기저기 분산돼있거나 자택에서 근무하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차를 타고 온갖 동네를 돌아다녀야 한다. 덕분에 운전면허는 필수사항으로 취급되고 있다. 이렇게 작화, 동화, 배경 등 각종 자료가 완성되는대로 다음 작업으로 넘어갈 수 있게끔 뛰어야하는 직책. 한마디로 작품의 스케줄 관리는 상당부분이 이 직책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의미로 가장 중요한 직책인 것.

마감이 다가오면 지옥이 시작된다. 사실상 잠을 잘 수 없고, 위아래로부터 지속적으로 압박을 당하는 꼴이 된다. 작업이 더딘 곳이 있으면 협박을 하든가 무릎을 끓어서라도 스케줄을 맞춰야하는지라 육체와 정신 모두가 망신창이. 졸음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현재 셀 애니메이션의 작업환경은 대부분 디지털화 되었지만, 아날로그로 작업이 진행되던 시절에는 그림을 한뭉치 짊어지고 다녀야했던지라 힘도 필요했다는 모양.

3 기타

위와 같은 이유들로 인해 대단히 고된 직책으로 악명이 높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완전히 피폐해지는데다 박봉이기까지한지라 몇달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도 부지기수.
때때로 자살하는 사람이 나오기도 한다. 한국의 경우 영화 방자전 촬영도중 조감독이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고, 일본에서는 A-1 Pictures에서 근무하던 제작진행이 퇴사후 자살하여 산재처리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덕분에 이 직책에 필요한 재능은 오로지 체력과 인내심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

반면 작품제작의 등용문으로서는 그만큼 확실한 직책이라는 평가도 있다. 일단 여기서 버텨낼 경우 터프함은 보장이 되는 셈이고, 워낙 하는 일이 많다보니 작품제작 전반에 대한 이해도라든가 인맥은 자연스레 쌓여가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