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 is the Absence of God
테드 창의 SF 단편. 2001년 발표. 휴고상, 네뷸러상, 로커스상 수상 등을 받았으며 테드 창의 작품들 중에서도 최고라고 손꼽히는 걸작.
정말로 신이 있고, 정말 천사들이 가끔씩 지상으로 강림하고, 정말로 지옥이 존재하는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태어날 때부터 다리에 장애가 있었던 닐은 어느 날 천사의 강림으로 사랑하는 아내 사라를 잃었다.[1] 평범하게 신을 믿지 않고 살면서 평범하게 스스로 지옥에 갈거라고 믿었던 닐은 천국으로 간 아내를 만나기 위해 신을 사랑해야만 하게 되었다.
아내를 만나기 위해 신을 사랑한다는 미묘하게 불순한 태도에 스스로 고민하던 닐은 천사 강림때 나타나는 천국의 빛을 보기 위해 성지로 향한다.
작중 보여주는 천사 강림이나 지옥이 정말 독특하다. 천사 강림은 재난과 같이 일어나지만 동시에 기적이 일어나며 강림 이후에는 통계가 나와 몇명이 은총을 받고 몇명이 강림에 휘말려 사망했는지 보여준다. 재난의 파괴력이 장난이 아니라 연속적인 번개를 지상에 때리기도 하고 회오리 바람에 지진에 난리가 난다. 작중에서는 반쯤 토네이도 같은 취급으로 현실의 스톰체이서들처럼 천사의 강림 유력 지역을 예측하고 천사가 내려오는 순간 열리는 틈으로 비추는 천국의 빛을 쫓는 사람들도 나온다.(이들을 라이트시커라 부른다) 지옥 같은 경우는 가끔씩 지상에 지옥의 풍경이 펼쳐지는 식으로 보여지는데, 딱히 불지옥이거나 그런게 아니고 평범하게 영원한 삶을 사는 지옥 주민들을 보여준다. 물론 이들과 제대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묘사되는 시대가 현대와 다를 바 없고 천국과 지옥 이야기인데 어디가 SF인지 의문이 들 수 있지만 작중의 천사 강림은 종교적 함의가 없는 자연현상 취급이다. 바빌론의 탑처럼 이런 우주가 있다는 공리를 깔고 그 안에서 일어날 법한 일을 쓴 픽션의 구조인 것.
닐에게 일어난 일이나 결말이 여러모로 충격적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성지로 향한 닐은 번개를 맞고 두 눈을 잃지만 동시에 이 세상 우주 전체에 깔린 신의 사랑에 대해 깨닫게 된다. 존재 만물에 신이 깃들어 있음과 그것들 전부에 대한 애정을 알게 된 닐은 그야말로 진정한 신앙자로 변모하게 되고 이로서 천국에 도달할 적합한 자격을 갖춘 듯 했지만...
닐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지옥에 떨어지게 된다.
소설의 제목이 말하듯 지옥은 신이 부재하는 공간이다. 그에 속하게 된 닐은 살아있을 때는 어느 것에나 느낄 수 있었던 신을 어느 것에서도 느낄 수 없게 된다. 지옥에 떨어짐으로서 시야를 되찾은 닐이었지만 어느 것에서도 신을 느낄 수 없다는 고통에 눈을 뜨는 것조차 할 수 없어지지만 그럼에도 닐은 신을 사랑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왜냐하면 진정한 신앙을 갖게 된 닐은 설령 신의 보답이 없다 해도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
영겁의 시간동안 신을 그리고 신을 사랑하지만 정작 신은 지옥에 있는 그의 존재를 인식할 수도 없다.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닐은 비탄에 잠긴 채 계속 신을 사랑한다.
진정한 사랑이란(아가페) 조건이 필요치 않기 때문에- ↑ 천사 강림에 휘말려 죽은 사람의 영혼은 천국으로 간다. 이 세계관에서 죽은 사람의 영혼이 천국이나 지옥으로 가는건 관측가능한 자연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