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자(영화)

1 개요

교정직 공무원사형에 대해 다루는듯한 영화.

2 줄거리

고시원 생활 3년, 백수 재경(윤계상)은 드디어 교도관으로 취직하게 된다. 하지만 첫날부터 짓궂은 재소자들 때문에 곤욕을 치르게 되는 재경. 어리버리한 그에게 10년차 교사 종호(조재현)는 "짐승은 강한 놈에게 덤비지 않는 법"이라며 재소자를 다루는 법을 하나씩 가르쳐간다. 재소자들에 군림하는 종호나 사형수와 정겹게 장기를 두는 김교위(박인환)의 모습 모두 재경의 눈에는 낯설기만 하다.

어느 날, 서울교도소는 일대 파란이 인다. 지난 12년간 중지됐던 사형집행이 연쇄살인범 장용두 사건을 계기로 되살아난 것. 법무부의 사형집행 명령서가 전달되고 교도관들은 패닉상태로 빠져든다. 사형은 법의 집행일뿐이라 주장하는 종호는 자발적으로 나서지만 모든 교도관들이 갖은 핑계를 대며 집행조에 뽑히지 않으려는 사이... 사형수 장용두는 자살을 기도하고, 유일하게 사형집행 경험을 가진 김교위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만다.

2009년 어느 날, 가로 2미터, 세로 4미터의 직사각형방. 그곳으로 사형집행을 위해 되살려진 장용두와 죽음을 받아들이는 칠순의 사형수 성환. 그리고 교도관 재경, 종호, 김교위가 한자리에 모였다. 마침내 사형집행의 순간, 사형수들의 얼굴 위로 하얀 천이 씌어지자 묶인 두 발은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교도관들의 마음도 죽어가기 시작한다...

3 스포일러

처음부터 보면 썩 좋아 보이는 영화로 보이지만 중반을 지나 후반으로 들어가면 붕떠버린 스토리로 관객을 엿먹인다.

초반 부분에서 거의 10년동안 집행이 되지 않던 사형이 집행되면서 나오는 교정직 공무원들의 모습과 죄를 뉘우치며 성실히 수감생활을 하는 사형수와 그렇지 않은 정신병자 사형수를 대조적으로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하나의 숙제를 던져 주는듯 하지만 관객들이 뭔가 생각을 끝마치기도 전에 영화를 끝내버리고 엔딩조차 딜레마 수준으로 이도저도 아니게 끝나버려 어쩌라고?라는 결론이 나오게 만드는 이상한 작품.

가장 어이없었던 부분은 주인공이 애인에게 임신 소식 이후 생각할 시간을 달라며 확답을 미루다가 사형 집행이 끝난 이후 애인에게 찾아가 애를 낳자고 말하는 장면.
이때 애인은 이미 아이는 낙태했다며 주인공에게 당장 집에서 꺼지라고 하는데 여기서 낙태라는 코드와 사형이라는 코드가 심히 안맞는다.
애초에 영화의 포인트는 사형을 집행하는 교도관들이 주 초점이 맞춰줘야 하건만 갑자기 카메라 시선을 바꿔서 낙태와 사형집행을 비교하니 관객의 입장에서는 어느 장단에 어우러져야할지 도통 모를 이야기.

게다가 러닝타임이 정말이지 욕 나올 정도로 짧다.
애초에 사형집행과 이 이야기의 핵이 되는 교도관들을 보여주는 것은 거의 깔짝대는 수준.
만약 정 스토리가 궁금하다면 영화 시나리오 작가가 쓴 원작소설을 읽어 볼 것. 그 편이 훨씬 더 내용 이해가 편하다. 오히려 소설판이 영화판보다 질이 월등히 좋다.

사형 제도에 관련된 영화를 보려면 이 영화보단 숀 펜 주연의 데드맨 워킹이나 라스트 댄스, 데이비드 게일, 그린 마일 같은 영화를 추천한다. (만화로는 교도관 나오키도 추천할 만하다.)

다만 영화 퀄리티에 안맞게 배우들의 연기는 좋았다.

배종호 역의 조재현의 경우 말할 것도 없이 물오른 연기를 보여주고 주인공 재경 역할의 윤계상의 경우 내공이 쌓여서 그런지 연기가 매우 좋은 편.
김 교위 역의 박인환씨나 사형수 역할의 두 분 또한 나름대로의 역할에 충실했고 연기도 좋았다.

아무튼 결론은 아무리 배우들이 훌륭한 연기로 발버둥쳐도 망작. 게다가 하필이면 개봉일 즈음에 조두순 사건이 사회의 큰 파장을 일으키던 시기여서... 안 죽을 놈도 죽이자고 난리인 판에 죽을 놈은 당연히

여담으로 법무부에서 이 영화를 만드는 데 지원했는데 완성작을 보고 나서 제기랄 돈 낭비했구만 이라고 무진장 열받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