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바카노어

차바카노어(Chavacano+語)는 필리핀 민다나오섬의 삼보앙가[1] 지역을 중심으로 사용되고 있는 스페인어크레올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필리핀스페인의 식민지배를 오래 받았고 인명과 종교(가톨릭), 문화등지에서 그 유산 또는 잔재가 많이 남아 있지만 주 언어는 그 다음 지배자인 미국의 영향으로 영어와 국가 공용어인 필리핀어(타갈로그어의 공용어 버전)로 바뀌었다. 그리하여 오늘날 스페인어의 직접적 영향은 미미한데 스페인어의 크레올 언어가 쓰이는 지역이 남아있다는 것은 나름 신기한 일이다.[2][3] 게다가 이 언어가 쓰이는 지역은 산간오지의 고립된 지역도 아니고 필리핀에서 6번째로 인구가 많은 대도시이다.

유튜브 같은데서 보면 차바카노어로 된 현지방송도 여럿 찾아볼 수 있는 등 활발히 쓰이는 언어로 보인다. 그 와중에 스페인어권 이용자들의 반응이 재미있다. 반가움이나 호기심을 드러내는 긍정파, 스페인어의 열화버전쯤으로 여기는 부정파, 이게 뭐야?!라고 경악하는 경악파 등등.


예제 영상으로 삼보앙가에서 방송되는 뉴스 영상을 들어보자. 타이틀 화면부터 나레이션의 압박 스페인어를 배워본 사람이면 느끼겠지만 따따따 거리다가 반가운 고향의 스페인어 단어가 들리더니 갑자기 유창한(...) 영어단어가 튀어나오는 등 멀미가 날 만하다. CHRISTMAS SHOPPERS 들어보면 스페인어랑 비슷하게 들리는데 입말은 스페인어와 그렇게 잘 통하지는 않는 듯 하다.

글말도 상당히 스페인어랑 닮아 있어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구별이 어려운데 관사의 사용이나 명사의 성수의 구별등에서 차이가 난다. 스페인어에서 남성-여성명사를 문법성에 따라 el과 la로 엄격히 구별하는 반면에 차바카노에서는 원래 여성명사여도 관사 el을 똑같이 쓰고(스페인어라면 la niña(여자아이)라고 쓸 것을, el niña라고 쓰는 식) 복수형일 때도 복수형 관사대신 정관사만 쓰고 복수를 나타내는 낱말을 덧붙이거나 (el maga/mana maestro) 반복해서 쓰는(casa casa)식으로 만든다. 관사사용이나 단복수 구별은 한국인 포함 아시아계 언어를 쓰는 사람에게는 귀찮으므로 오히려 왜 이렇게 됐는지 이해하기 쉬운 부분.[4]

그 밖에 동사활용법이나 시제부분도 스페인어에 비해서 간략화되어 있는 등의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과거형, 현재형, 미래형은 각각 동사 앞에 ya, ta, hay를 붙이면 완성.[5] 동사 원형또한 스페인어의 -ar, -er, -ir에서 -á, -é, -í로 발음까지 간략화됐음을 볼 수 있다.

6개 정도의 세부 방언으로 나뉘어 이들 간에도 크고 작은 차이가 있는데, 중심지인 삼보앙가市의 방언은 삼보앙게뇨라 부르고 사용인구도 가장 많다(68만명). 기타 방언은 카비테뇨(카비테), 테르나테뇨(카비테), 에르미테뇨(에르미타), 다바오에뇨(다바오), 코타바테뇨(코타바토)가 있다.[6]

차바카노어 위키백과도 존재한다.# 필리핀 전통의상을 입은 위키페탄(위키모에 캐릭터)과 메인화면의 태권도 기사가 눈에 띈다.
  1. Zamboanga - 스페인어, 차바카노어, 그리고 타갈로그어식 발음법으로 읽으면 "삼보앙가"로 표기한다.
  2. 삼보앙가 시지역은 스페인 통치자들이 세우고 식민지배의 거점으로 삼은 곳이라 전혀 뜬금없진 않고 나름 역사적 경위가 있다
  3. 아프리카나 아메리카 지역과 달리 아시아에서는 유럽어의 크레올어가 남은 경우가 드물고 있어도 거의 소멸위기언어급이다
  4. 같은 단어를 반복해서 복수를 나타내는 방법은 오스트로네시아어족 언어의 특징이기도 하다
  5. 재밌게도 이들 단어는 원래 스페인어의 "이미, 하는 중 (está), 할일 있음"에 해당되는 단어들이었다. 크레올어의 형성과정을 뒤쫓아볼 수 있는 단서다.
  6. 스페인어 배워본 위키러는 눈치챘겠지만 방언 이름들 또한 해당 지역명에서 스페인어식 조어법을 따라 만들어진 어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