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트라이얼 바이크

(철인차에서 넘어옴)

독일 Canyon社의 SPEEDMAX (출처)

1 개요

속도의, 속도에 의한, 속도를 위한 자전거

타임 트라이얼 바이크(Time Trial Bike)로드바이크의 한 분파이며 'TT바이크', 'TT차' 또는 '철인차', '철인 바이크'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로드바이크 이상으로 자전거의 모든 기술이 총집결된 '자전거계의 F1' 이기도 한다. 그 때문인지 보통 자전거를 지칭하는 단어인 바이크(BIKE)보단 머신(Machine)이라고 불리는 편이 많다.

2 특징

이름 그대로 타임 트라이얼 (Time Trial: 정해진 코스를 가장 짧은 시간안에 달린 사람 순으로 순위를 정하는 경기)에서 사용하는 자전거이며 이러한 특성 탓에 일반적인 로드 바이크 와는 몇몇 부분에서 차이를 보인다.

2.1 공기역학

TT바이크는 혼자서 풍압과 공기의 벽을 뚫고 가야 하는 독주의 특성상 공기역학적 형상에 가장 중점을 둔다. 사실상 이게 타임 트라이얼 바이크가 존재하는 이유다. 후술할 다른 부품들도 모두 여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따라서 이런 윈드터널 테스트를 거치기도 한다.

2.2 프레임

위의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대부분의 TT 프레임은 칼날, 도끼날 같은 형상을 띄며 옆에서 보면 넓어 보이지만 정면에서 보면 핸들바와 함께 십자가로 보일 정도로 극단적으로 적은 전면적을 보인다. 포크에서 부터 정면 프레임 단면, 심지어 브레이크를 숨기는 등의 일반적 로드바이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극단적인 에어로 다이내믹 형상을 띄고 있다. 윗 사진에서 뒷 브레이크가 어디 붙어있는지 한번 찾아보자. 아마 잘 보이지는 않을것이다 2016년 현재 대다수의 TT바이크 그리고 에어로 로드바이크들이 내장형이나 다이렉트 마운트 브레이크를 사용한다.

지오메트리 부분에 있어서는 로드바이크 와 달리 대부분의 TT바이크는 수평 탑튜브, 즉 논 슬로핑을 취하고 있다. 언덕을 오르기 보다는 평지에서의 독주를 주로 하는 TT의 특성상 평지에서의 직진성을 높이고 전면적 최소화를 위한 것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도로환경에 대해 신경쓸 필요가 없어 직선 주행성능 향상을 위해 휠 베이스가 10~30mm 더 길고 싯 포스트-비비쉘 중심까지의 각도가 최대한 힘전달과 페달링의 편의성을 위해 일반적인 로드바이크의 각도인 72~75˚보다 조금 더 수직에 가까운 75~80˚를 갖는 등 조금 다른 지오메트리로 설계된다.

프레임의 무게에 관해 논해보자면, 칸첼神 같이 순간출력이 2마력이 넘어가는 프로 라이더의 무지막지한 힘을 받아낼 강성을 유지하면서 공기저항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프레임을 죄다 유선형으로 디자인했기 때문에 의외로 동급의 로드바이크보다는 다소 무게가 높은 편이다. 일반적인 프로들의 로드 바이크가 6.8kg[1]~7kg대 임에 비해서 TT바이크는 7~8kg 초반대로 어디까지나 프로급 로드 바이크에 비해선 다소 무거운 편이다. 일반인들에겐 둘다 가볍다

2.3 구동계 및 컴포넌트


사진은 짚 부카 베이스바와, 그 위에 TT바를 어떻게 조립하는지 나타낸 사진이다.

위 사진에서 보이듯이 핸들바가 일반적인 드롭바에 비해 독특하다. 흔히들 TT바라고 부르는 핸들바인데, 베이스바라고 불리우는 불혼바에는 브레이크 레버를 장착하며 그 위에 추가로 에어로바를 부착하는 형태이다. 물론 규정에 제한을 받지 않는 경기에서는 선수의 몸에 맞게 3D 프린터를 이용해 통짜로 찍어내는 경우(!)도 있다. 탈 때는 에어로 다이나믹을 위해서 라이더의 신체를 최대한 좁혀 탄다.

이래저래 특이한 핸들바인데, 조향 방법도 독특하다. 일반적인 핸들바를 돌리는 조작이 아니라 몸 전체를 물고기가 방향전환 하는것 처럼 비틀어서 한다. 물론 핸들로 조향은 가능하지만, 실제 경기코스가 거의 직선인 곳을 사용하기 때문. 벨로드롬을 사용하는 실내경기는 당연히 핸들을 꺾을 일이 거의 없다. 마실용(!)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있는 것으로 봐서 실상은 그다지 조향에 어려운 점은 없으나 특이한 핸들바의 형상과 브레이크가 사이드바에만 달려있는 점 등 TT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다소 불편한 점이 있다.

에어로바에는 변속을 위한 바 엔드 시프터(Bar-end Shifter)가 붙어있다. 상단 그림에서 맨 앞에 툭 튀어나와있는 더듬이처럼 생긴 놈. 인덱싱이 되어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두가지가 있다. 2010년 시마노에서는 로드용과 함께 TT용 전동 변속기인 Dura Ace Di2를 출시하여 TT 바이크에서도 변속이 매우 용이해 졌다. 이 전까지 윗 그림 처럼 브레이크는 사이드바에, 쉬프터는 에어로바에 별개로 부착되는 타입이였지만, 전동식이 나오면서 기계적인 문제점이 없어져 사이드 바에도 변속기 부착이 가능해 진 것.

이러한 독특한 형상의 핸들바는 공기저항과 직진성은 뛰어나지만 방향 조향이 어렵기 때문에 UCI(국제 사이클 연맹)에서 일반 주행용 로드바이크에서는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불혼바가 일반 주행에 금지되는 이유는 안전 때문이다. 일반 사이클 경기는 수명~수십명의 라이더들이 무리를 지어서 달린다. 그러다 보면 간혹 앞의 한명이 자전거 고장이나 기타 돌발상황으로 넘어지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한명이 앞에서 넘어지면 뒤따라오던 선수들 여러명이 우루루 연쇄추돌사고를 일으키며 부딪히는데, 불혼바의 형상을 보면 짐작이 가겠지만 저런걸 달고 주행하다가 이러한 사고 상황이 닥치면 저렇게 앞으로 튀어나온 뿔로 앞사람을 들이받게(!) 된다. 자전거들이 거의 다 마찬가지지만, 특히 TT바이크나 로드바이크는 바퀴와 프레임이 매우 얇고 도로 위에서의 고속주행에 특화된 자전거이다. 더 빠른 뒷자전거가 앞자전거를 들이받으면 열에 아홉은 바퀴와 프레임은 비껴나가고 가장 먼저 핸들이 사람을 가격하게 된다.

일반적인 1대1 추돌이면 높이상 뒷다리나 엉덩이 등 비교적 쿠션(?)이 많은 곳을 때리겠지만, 앞사람이 넘어지면서 기울어지는 와중에 허리 같은 영 좋지 않은 곳을 고속으로 거의 직각에 가까운 앵글로 들이받히면 최악의 경우 하반신/전신마비 같은 심각한 부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 프로급 라이더들의 힘과 스피드를 생각해 본다면 이는 분명 무시할 수 없는 상해가 예상되기에 이런 에어로바를 UCI가 주관하는 프로경기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것이다.

헌데 이러한 불혼바가 철인경기에 허용되는 이유는 개개인의 독주 기록으로 순위를 가리는 철인경기의 특성상 드래프팅이 반칙이기 때문이다. 역으로 유럽의 드래프팅을 허용하는 일부 변칙적인 경기들[2]에서는 불혼바를 금지한다.

2.4 휠셋

사용하는 휠 자체도 림 높이가 높은 하이프로파일 림이거나 뒷휠의 경우 아예 스포크 없이 방패의 형상처럼 생긴 디스크 휠을 사용한다. 역시 에어로 다이내믹을 위한 것으로 도로경주를 하는 로드바이크의 경우 측풍에 의한 저항과 순간적인 돌풍으로 인한 컨트롤 상실 시 발생할 사고 가능성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다.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스포크가 3, 4, 5개로 이루어진 프로펠러 형태조향성, 직진성을 발휘하면서 동시에 측풍에도 대비하기위해 림 높이를 앞은 낮게, 뒤는 높게하는 밸런스형의 콤보 세트앞, 뒤를 모두 디스크 휠을 사용함으로 오직 직진성에만 초점을 둔 가장 극단적인 세팅이다. 허나 측풍에 굉장히 취약해 안정성이 심하게 떨어지는 단점도 가진다.

2.5 기어비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TT차가 로드바이크 보다 기어비가 훨씬 큰 편이다. 체인링-스프라켓이 54-11, 기어비 4.91 정도의 일반적인 세팅(파비앙 칸찰라라(Fabian Cancellara)가 사용. 사실 이 수준에서 벌써 일반적인 것이 아닌게 되었을지도(…))도 있는 반면 선수에 따라서는 심지어 체인링에서 작은 톱니를 떼어내고 스프라켓에서는 11t 이하의 극단적인 기어비 세팅도 있다. 뭐 어차피 이 세팅들은 사람 타라고 하는 세팅이 아니니깐 상관없나?

3 기타

이러한 특성을 지니고 있는 TT차는 앞에서 설명하였듯이 타임 트라이얼 독주용으로 주로 사용되지만 트라이애슬론, 철인 3종경기에서도 사용된다. 때문에 철인차 라고도 불린다. 트라이애슬론에서의 자전거 부분의 경기 특성은 로드경기의 개인독주와 거의 동일하기 때문. 다만, 힘전달과 패달링에 최대한의 에너지를 할애하는 대신 이후 마라톤에서 사용할 근육의 피로를 최소화 하기 위해서 안장을 조금 더 핸들바 쪽으로 당겨 싯포스트-비비쉘의 각도가 80˚를 넘게 세팅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뭔가 있어보이는 외향과 로드바이크에 비해서는 다소 높은 가격대가 경제적으로 넉넉한 장비병(...) 라이더들의 심장에 불을 지펴 구매하게 만들지만 십중팔구 한달도 안돼서 다시 장터에 올라온다.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TT바이크는 특유의 에어로바 때문에 조향이 힘든데다 구조상 언덕을 오르기에는 그다지 적합하지 않아 언덕이 많고 도로가 복잡한 국내 지형에선 맞지 않고, 도심에도 타기에도 적합하지 않다. TT바이크는 어디까지나 대회에서 교통정리와 코스 선정이 완벽하게 이루어진 코스를, 즉 통제된 상황에서 달리는 전문적인 자전거이기 때문에 일반 동호인들에게는 적합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실제 트라이애슬론을 하는 선수들도 0.1~2초를 다투는 프로급의 선수가 아닌한은 대부분 로드바이크에 불혼바를 다는 정도로 탄다. 로드바이크 인 편이 평소의 연습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어느쪽이든 동호인의 레벨에선 TT바이크는 사치다. 구매시에 꼭 고려하자. 하지만 존중은 취향이니 절대로 이거 아니면 안된다! 라고 한다면 뭐 말리진 않는다. 그리고 집사람에 끝없는 독설과 매질에 후회를 하겠지.
  1. UCI 규정상의 자전거 무게의 최저한도.
  2. 주로 길이 협소하거나 해서 선수들간의 공간을 좌우로 확보하기 힘든 지역에서 고육지책으로 허용; 당연하지만 프로급에서는 공식기록으로는 쳐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