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퓨터 핵전함 폭파대작전

b0007603_4f45434e2275c.jpg

[1]

감상 URL

1982년에 정수용 감독이 만든 작품.

내용은 어느날 갑자기 전세계의 컴퓨터가 오작동을 일으켜 전산, 교통이 마비되고 핵병기가 멋대로 움직여 세계가 혼란에 빠지자 여박사와 그의 조수인 지나, 기가 조사를 하던 도중, 컴퓨터와 인간 세계를 결합하는 연구를 해왔지만 세상에 인정을 받지 못하고 결국 스스로 컴퓨터 안에 들어가 악의 황제가 된 빌 박사의 존재를 간파했는데.. 그 사실을 세상에 알리기 전에 컴퓨터 세계로 빨려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오타나 탈자가 아니라 주인공 이름이 ‘기’다)

이 작품은 1982년에 나온 SF 영화 ‘트론’의 줄거리와 복장을 베꼈다. 트론의 줄거리는 주인공 케빈 플린이 자신이 만든 게임을 도용당해 그 증거를 찾으러 자기가 다니던 회사 컴퓨터에 침투하려다가 게임 속 세상에 빨려 들어가 그곳을 지배하는 마스터 컨트롤과 그 부하들에 맞서 트론이라는 전사와 동료가 되어 싸우는 것이다.

이 작품은 최종 보스의 악행의 동기만 다를 뿐, 컴퓨터 세계에 빨려 들어가 악의 지배자와 부하들에 맞서게임을 하는 방식으로 싸우는 게 매우 유사하다. 주인공이 사용하는 무기가 원반던지기인 것도 똑같다.

그런데 표절 부분에서 트론만 가져다 쓴 게 아니라 마츠모토 레이지의 하록 선장에 나온 전함 디자인도 그대로 가져다 썼다. 즉, 이 작품이 표절한 작품은 트론과 하록 선장이다.

유일하게 표절에서 자유로운 오리지날 요소는 바로 우주전사 발디오스에 나온 제이미 호시노의 연한 파랑의 옷깃에 V넥 하이칼라인 착 달라붙은 특유의 빨간 민소매하이레그 레오타드 바디슈트의 색놀이 버전의 V넥 하이칼라인 착 달라붙은 특유의 파란 민소매인 하이레그 레오타드 바디슈트를 입은 애꾸눈 여성 해적함장 오딘의 존재인데, 한국 애니 역사상 최초의 하이레그 복장의 여성 캐릭터이며 이 작품의 색기담당이다.

표절 여부를 떠나서 작품 자체만 놓고 보면 줄거리는 완전 지구가 멈춘 날에 필적한 세계적 대재앙이지만 정작 게임 속세계에서의 모험은 너무 짧아서 스케일이 작게 느껴진다.

주인공 기가 게임 세계에서 목숨을 건 게임을 하다가 탈출, 로봇인 삑순이를 만나 오딘의 전함을 함께 타고 적 기지에 돌아옴, 기가 빌 박사를 해치우며 끝. 이렇게 엄청 단순한 3단계 패턴으로 진행되는데 적 기지에서 빌 박사를 해치우는 게 단 5분 만에 벌어진 일이라서 너무 급하게 끝낸 듯한 느낌마저 든다.

비록 줄거리와 디자인, 일부 설정은 트론의 표절이기는 해도 극중 악의 지배자로 컴퓨터 세계의 황제가 된 빌 박사가 꾸민 최종 계획은 나쁘지 않았다

타이틀인 콤퓨터 핵전함 폭파대작전이 그 계획과 연결된다. 콤퓨터 핵전함을 가동시켜 주회로에 접근, 모든 기억력을 바꿔버린 뒤 새로운 명령어를 주입시켜 인간이 보내주는 전류 없이도 모든 컴퓨터 시스템을 장악해 인류를 정복하려고하는 야망으로 발상은 정말 멋진데 정작 그게 극중에서 재대로 반영되지 못한 것 같다. 러닝 타임이 68분밖에 안 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유일하게 표절에서 자유로운 오리지날 요소는 바로 로봇 삑순이의 존재인데, 주인공 기를 좋아하는 마음과 로봇, 인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고뇌하는 등 그 나름대로 캐릭터성을 뽐냈다.(극중 유일하게 캐릭터송도 나온다!)

결론은 평작. 표절 반, 창작 반인 작품으로 창작 설정은 괜찮았지만 표절 설정의 정도가 심하고, 짧은 러닝 타임 때문에 급하게 끝낸 스토리가 아쉬운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