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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ith S'jet
1 개요
홈월드 시리즈에 나오는 히가라(쿠샨)인의 키스(Kiith)[1] 중 하나인 인 키스 스젯에 대한 서술.
2 설명
키스 스젯은 키스의 권력 구조 내에서 특이한 존재다. 비록 이 역사 깊고 존중받는 키스는 그 능력을 높이 사 카락의 모든 키스-사들로부터 구애받는 존재이건만, 키스 스젯은 결코 이 영향력으로 실질적인 정치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 키스 스젯의 진정한 힘은 그 내면에 숨겨진 탐구하고 관찰하며 예측하고 기록하려는 욕망에 이다. 고대 당시 이들이 최초로 카락 행성계의 행성의 움직임들을 계산해 거기서 달력을 만들어냈다. 이들이 최초로 이 행성의 적도지방을 강타하는 모래폭풍의 13년의 진행 주기를 밝혀내고 그 주기의 끝마다 따라오는 강우를 예측했다. 이단 전쟁 와중의 불완전한 역사 기록들을 남긴 존재들, 그리고 그 기록들을 조합하고 최대한 복원해낸 존재들 또한 스젯의 서기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북부로 점차 진행되는 사막화와 그에 따르는 토양 상층부의 파괴를 관측하고 기록했다.
혼란의 시기 속에서 키스 스젯은 언제나 종속 키스로 부리려 들기에는 너무나 아군이나 조언자로서 가치있는 존재였다. 스젯인을 죽이거나 심문하려드는 드는 키스는 모두 과학 철학자들에게 100년 이상 기피 대상으로 낙인찍히는 징계를 당했으며, 지식의 변질을 막기 위해 스젯에 합류하고자 하는 모든 키스들은 스젯-사에게 직속으로 충성 서약을 한 뒤 2세대에 걸쳐 이를 증명한 후에야 신성한 지식에 접근할 권한이 주어졌다. 이러한 키스 스젯에 있었던 가장 큰 스캔들 중 하나가 이성의 시대 와중에 있었다. 이단 전쟁 와중 어떤 스젯의 종속 키스가 사실은 키스 나발에게 이중으로 충성을 맹세했었음이 밝혀진 사건이었다. 이 키스 나발의 비밀 요원들은 스젯 특유의 면책권을 이용, 여러 전쟁 중인 파벌들 사이를 이동하고 첩보와 중요 목표 수집 임무를 행해왔다. 이러한 사실이 폭로된 충격은 어마어마했지만, 플리르 스젯-사(Fliir S'jet-Sa)는 상황의 심각성을 감안해 이 배신 행위를 용서했다. 비록 그녀가 키스 스젯의 대부분을 설득했고 관련 가문들을 추방하거나 구속하는 것까지는 막을 수 있었지만 지금까지도 일부 스젯와 키스 나발 간에는 불신의 기운이 약간 어려 있으며 과학을 권력으로 부리는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열띤 토론이 벌어진다.
이성의 시대로 접어든 후 시간이 흘러 키스 스젯은 전통적인 천문학과 수학 외에도 학문의 범위를 넓혀나갔다. 다양한 가문들이 카락의 자연과 생명의 근원에 대해서 탐구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100년이 채 안되어 크릴 스젯(Kriil S'jet)은 티르의 다이아미드에 우리가 카락의 생명체들 대부분과는 거의 생물학적 유사성이 없음을 밝히는 과학적인 증거에 관련된 논문을 제출했다. "추방(Exile)" 교리를 지지하는 이 과학적 증거의 발견에 카락 사회는 요동쳤지만, 언제나 그랬듯 키스 스젯은 그 내용이 어쩔지언정 항상 진실을 밝혀왔다.
3 기타
대표 인물로 홈월드와 홈월드2에 등장하는 카란 스젯과 홈월드 데저츠 오브 카락의 주인공 레이첼 스젯이 있다. 실질적으로 주인공 가문이나 다름없는 유력 키스.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정치에는 무관심하며 과학의 탐구에 집중하는 키스이며, 우주로 진출하기 직전에는 키스 나발, 키스 소반과 영구 동맹을 맺고 카락을 탈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4 소속인물
4.1 레이첼의 기록
4.1.1 레이첼의 슬픔
내 전자 일지에 그냥 타이핑하는 대신 이걸 종이에 쓴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지만, 오늘은 키 입력 하나만으로 손쉽게 바꾸거나 지울 수 있을 느낌이나 글로 표현할 수 없는 날이다. 나는 결코 이 느낌을 잊고 싶지 않다. 나중에 이 글이 너무 감정적이거나 풋내난다는 느낌을 받을지언정 이 내용을 결코 바꾸고 싶지 않다. 이 종이가 버티는 한 나는 이 내용을 평생 간직하기 원한다. 자연의 순환을 거스른다 한들 이 날만큼은 결코 잊혀지게 할 수 없다.
오늘은 바로 사람들이 제이콥이 죽었다고 선포한 날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정보부의 친구 한 명과 그녀의 상사가 연구실에 있는 내 사무실로 와서 결국 그 소식을 전해주고야 말았다. 내 가족의 희생에 감사하는 악수와 함께 그날 늦게 공개될 발표문의 복사본이 주어졌다. 문단 3개. 고작 그게 다였다. 제이콥의 꿈과 내 꿈이 가진 모든 가치란 고작 그것뿐이었다. 문단 3개 분량의 공식 발표라.
먼저 2년 전 행성의 남반구 전체를 뒤덮었던 폭풍 와중에 이프리트 나발과 연락이 두절된 일을 상기시키는 내용이 있었다. 그리고 그 발표문의 중간엔 이 위대한 모함의 어떤 흔적이라도 찾기 위해 그동안 투입되었던 인원과 자원의 목록이 쭉 나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전몰 판정 선언이 있었다. 종말의 날마냥 냉정한 선언이었다. 이때까지 투입한 그 모든 시간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프리트 나발을 소실 판정하고 거기에 탑승했던 모든 승무원들을 전몰 처리한다는 선언이었다. 공식적인 추모식이 3차례 열릴 예정이었다.
그리고 이윽고, 언제나 그렇듯 그 잘난 정중한 어조로 위원회는 지휘 인원들을 한 명 한 명 이름을 말하며 그들은 모두 용맹한 지도자였으며, 그들을 따른 모든 이들 또한 영웅으로서 죽었고 명예롭게 기억할 것이라 적혀 있었다. 사자에게 바치는 경의라.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이들을 위한 위안일 뿐. 그리고 그 명단 속에 내 오빠의 이름이 있었다. 앞으로 영영 잊지 못할 그 명단 속에.
제이콥 스젯 대위. 명예로운 죽음을 맞은, 제이콥 스젯, 내 오빠… 모래 속으로 스러져 간, 그렇게 만물 속으로 돌아간 이들 사이에 내 오빠가 있었다.
4.1.2 새 원정대
오늘밤 사막 고원의 하늘을 벼락이갈기갈기 찢었고 사막의 모래에 녹아 내린 유리 자국을 수 마일에 걸쳐 새겼다. 그리고 지금 위성 팀은 마비된 센서들을 다루느라 미칠 지경이다. 미친 사람이 아니고서야 오늘 밤 장벽 밖으로 나설 사람은 없겠지만, 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이제 날 기다려 줄 사람도, 그리고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도 없다. 내가 내색하지 않았다면 분명 난 지금쯤 두 달치의 정신교육 수업을 다시 들었을 거고, 내 보안 권한은 뚝 떨어져 평범한 솜토우 사람들 수준으로 떨어졌을 거다. 뭐, 이젠 상관없지만. 1년이 지난 이제서야 살 것 같다. 드디어 내게 목적이 생겼으니까!
사람들이 새 원정대를 보낸다고 한다!
난 키스 나발과 다이아미드의 재무 시스템들 속에 죽 흩뿌려 뒀던 감청 프로그램을 거의 잊을 뻔했다. 그 프로그램은 제이콥이 원정대에 참가해 출발하기도 전에 해둔 것들이었다. 물론 요 시스템들을 해킹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난 8살 이후로 쭉 키스의 디지털 첩보에 종사했왔단 말이지. 다른 사람들은 전부 각 시스템에 더욱 깊숙이 파고드는 데 주력했지만 아무도 각 시스템간 이루어지는 정보 교환에서 틈새를 찾아 단어 몇 마디를 찾아볼 생각은 못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충성스러운 내 프로그램이 마침내 내게 소식을 전했다. 마치 케이지에서 풀어 준 후 몇 년간 소식이 없다 갑자기 내 손목으로 날아든 더러워진 작은 새 한 마리마냥. 학교 한 복판에서 눈물을 펑펑 흩뿌리지 않으려 애써야 했다.
“카딤 작전: 확인됨.
예산 지원: 확인됨.
사칼라급 모함의 설계: 확인됨.”
나는 곧바로 내 아파트에 틀어박혀 내가 필요한 만큼 이 이야기에 대해 알게 될 때까지 새로이 짠 프로그램을 보냈다.
제이콥이 참여했던 원정의 실패 건이 완전히 대중에게서 관심을 잃을 때까지 쭉 비밀로 유지되었던 정보였다. 그들이 또 원정을 시도하다니! 이번 원정은 더 대규모였고, 최첨단 기술도 활용되어 기획되었다. 이번 원정은 이프리트 모함이 취했던 그 경로를 그대로 따라갈 예정이었다. 그리고 그 경로 어딘가에 내 오빠의 죽음에 관계된 비밀이 묻혀 있겠지.
난 반드시 그 자리에 가야 된다.
내 베이스러너 밖에서 하늘은 찢어져 요동친다. 번개의 플라스마 자국이 내달리, 폭풍의 격한 노호와 작렬하는 구름 속에 나는 내 격정을 마음껏 소리쳐 내지른다.
나는 무조건 이 작전에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기까지 2년도 채 안 되는 시간이 내게 주어져 있다. 2년도 채 안 되는 이 시간 만에… 나는 스젯의 데이터나 다루는 샌님에서 군 장교로 변신해야 한다. 아니, 그냥 장교이기만 해서도 안 된다. 그것도 정찰수행능력에 있어 검증된 장교여야 한다. 나는 이제 바람을 타고 흐르는 사막을 맛보고, 움직이는 사구를 느끼며, 오로지 나만이 그 누구도 보지 못할 징조를 알아챌 수준이 되어야 한다.
나는 무조건 내가 찾는 그 해답이 있을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
4.1.3 결의
우리는 모두 각자의 결의가 어느 정도일지 의문을 가진다. 폭풍이 산으로 몰아닥치는 상황 속에서도 과연 우리의 선택은 어떠할까? 결의를 지킬 수 있을까? 그 어떤 대가에도 굴하지 않고, 우리가 과연 우리가 한 맹세를 지킬 것인가? 아니면 그저 기회를 쫓아 바람에 이리저리 굽히는 존재가 될 것인가? 우리는 그런 때가 닥쳤을 때 자신이 어떤 존재가 될 것인지 계속해서 되뇌이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그러나 진짜 시련이 닥쳤을 때 자신이 얼마나 버틸 지는 겪어 보고 알 일이다. 비로소 그 때 우리는 자신이 진정 존재인지 알게 된다.
그리고 난 더 이상 궁금하지 않다.
난 이제 아니까.
나는 즈니라 키스(J’niira Kiith). 거짓된 키스의 소속원이다. 스젯인이자 과학자로서 한 맹세를 저버린 배신자다.
나는 그 어떤 것보다도 진실을 찾고 보고하라고 배워왔다. 실증을 따라 그 어떤 것이든 망설임없이 내가 알아낸 것을 내보여야 했다. 정말 내가 옳았다면, 내가 찾아낸 것은 내 키스를 위한 지식의 책(Books of Knowledge) 속 하나의 문서로 등록될 것이다.
그러나 오늘 나는 내 개인의 목적만을 위해 진실과 과학에 대한 내 맹세에 등을 돌렸다. 나는 오늘 내 사막화 분석 보고서에 대한 모든 기록과 자료를 소거했다. 내일 나는 다이아미드에서의 사용이 허가된 공식적인 위성 관측 자료만을 인용해 보고서를 다시 작성하고 결론 또한 바꿔 내리려 한다. 그리고 나는 모든 것이 괜찮다고 결론내릴 것이며, 그리고지금처럼 보존과 재활용을 그대로 쭉 해 나간다면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할 것이다.
나는 손수 만든 슬라이더 드론들이 보내온 수치들을 알면서도 일부러 이런 일을 행한다. 나는 환경 관측 위성들이 보내온 수치가 내가 독자적으로 모은 자료의 수치와 완전히 이반된다는 점을 알아냈다. 그리고 그 위성들의 관측값은 아주 교묘하게 대기의 자연 현상들을 흉내내는 것에 불과했다. 물론, 아주 정교하긴 했지만 결국엔 그것도 하나의 패턴에 불과했지만.
다이아미드는 수십 년간 우리를 속여왔다. 그들은 환경의 악화를 감추고 거짓 관측 정보를 내보여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그 충격에서 벗어났을 때 제일 먼저 한 생각은 이 정보를 바로 공개해 우리의 미래에 대한 진정한 토론을 벌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때 난 제이콥이 남긴 말을 상기하며 조금 더 깊게 파고들었다. “레이첼, 제 꾀에 빠져 크릴(chriil)처럼 제 꼬리를 죽을 때까지 쫓는 꼴은 되지 말렴…”
나는 삭제된 문건들을 조심스레 뒤졌고 거기서 12년 전 즈랄 흐랄(J’raal Hraal)이란 사람이 남긴 은폐된 보고서를 찾았다. 그는 키스 흐랄의 과학부서에서 환경 연구원으로 있던 사람이었다. 그는 그의 키스가 가진 전 지구를 돌아다니는 산업용 수송 차량에 조심스레 장착한 관측 모듈들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했다. 그의 연구 또한 환경 관측 위성들을 이용하지 않았다.
즈랄은 그의 보고서를 곧바로 다이아미드에 제출했다. 내 것과 아주 비슷한 내용으로, 같은 결론을 내고 있었다: 카락이 죽어간다. 그는 그렇게 위험을 대중에게 알리려 했다.
그리고 그에게 주어진 보상은 거의 하룻밤 만에 이루어진 완벽한 파멸이었다.
다이아미드의 과학부 장관은 그의 보고서를 거부했다. 그는 그의 직위에서 해임됐다. 흐랄-사는 그의 연구를 내치고 그 해 의회의 참석한 모든 기록관들 앞에서 그를 즈니라 키스로 선포했다. 나발-사는 그가 열렬한 광신자라 주장하며 즈랄이 근본주의자와 내통하고 있다는 모호한 감시 자료를 공개했다. 그는 티르의 뒷거리에서 갈시엔 요원을 만난 혐의로 기소당했다.
그리고 1년 간 즈랄에 대한 기록은 전혀 없었다. 마지막으로 알 수 있는 내용은 그와 소규모의 그와 가까운 가족만이 아무 키스에도 소속되지 못한 신분으로 마지르 해를 넘어 저지대의 사막에 있는 종교 관련 은신처로 행했다는 간단한 언급 뿐이었다.
이 이상 내게 명백한 것은 없었다.
내가 만일 내 맹세에 따라 진실을 밝혔다면… 나는 모든 것을 잃고 말았으리라. 그리고 분명 최중요 이상물체(Primary Anomaly)에 대한 차기 원정대에 합류할 기회도 영영 잃었겠지.
하지만 내가 만일 내 오빠를 위한다면, 그렇다면 내 경력과 과학에 대한 믿음만이 무의미한 모래더미가 되어 사라질 뿐이다.
궁리할 필요도 없었다. 나는 지금 매캐하게 불타는 자료 저장장치와 인쇄물이 내는 빛을 쐬며 이 글을 쓰고 있다.
난 이제 스젯 군사부서로의 전환훈련이 끝나기까지 한 달만 남은 상태다. 더 이상 내가 선발에서 배제돼 이프리트 나발을 찾는 그 자리에 내가 있지 못할 이유도 없다. 분명 세계에 일어나는 변화를 숨기고 있는 자들은 아주 강대한 자들이겠지. 그리고 그들 또한 최중요 이상물체가 무엇인지 무척이나 알고 싶어하는 모양이다. 내가 제이콥이 어떤 운명을 맞았는지 직접 찾고 싶어하듯 말이다. 그렇기에 나는 몰래 침묵한다. 이 세계의 다른 키스 사람들만큼이나 스젯인 또한 자신이 가진 패를 잘 다룰 줄 안다.
나는 내가 성스러이 여기던 모든 것을 포기한다 한들, 기필코 내가 품은 질문의 답을 알아내리라.
4.1.4 여정의 시작
제이콥, 오늘 내가 널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모르지. 알면 정말 좋아했을 텐데! 도대체 어떻게 이 모래에 빌어먹을 제복을 입고도 견딘 거야? 오빠가 좋아하던 모래 절벽의 그늘에 푹 처박혀 있는데도 이 푹 찌는 슈트 속에서 녹아내리는 느낌이야!
아, 뭐, 이쯤 하고. 진짜 중요한 건 드디어 우리가 그 함선을 봤다는 거야. 키피시의 함교에서 하급 장교들을 선서하고 취임시켰지. 카피시는 이제 거의 완성 단계야! 그리고 내가 카피시의 과학 장교가 될 예정이고.
갈켓(Gaarket. 그가 이제 스젯-사라니까. 믿겨져?)이 어제 날 자기 집무실로 불러서 그 과장된 어조로 뭘 예상해야 할지 이것 저것 말해줬어. 나는 적절한 때에 적절하게 고개를 끄덕여 줬고, 그가 뭔가 키스가 나를 앞으로도 지켜 보고 있을 거라는 휘황찬란한 말에 동의해줬지. 그래도 내 머릿속은 마침내 내가 해냈다는 생각밖에는 없었지만 말이야. 내가 카딤 작전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난 이제 오빠가 갔던 길을 따라 갈 거고 이젠 아무 것도 거리낄 것이 없어. 그래도 갈켓은 내 정신이 다른 곳에 있는 건 딱 한 번밖에 눈치 못 챘지만 말이야.
카피시… 정말 대단해. 완전히 새로운 함급이야. 오빠가 탔던 이프리트와 정말 달라. 내가 봤을 때 카피시는 정말 커 보여. 새로 온 기관 장교가 뭐 이프리트와 같은 프레임에 기초를 두고 있다고 하긴 했지만. 그래도 카피시는 더 커 보여. 최첨단 센서와 4개의 메인프레임 코어. 밖에서 보면 카피시는 정말 멋지고 또… 약간 무서워. 더욱 튼튼한 장갑에, 더 많은 하드포인트, 그리고 그 추진계통이란! 말로 다 못하겠네. 궤도는 이프리트가 가진 것의 두 배만한 크기에 추진계통은 주변 사구가 마치 거대한 북의 표면마냥 요동치고 떨도록 한다니까. 사람들이 카피시를 시험장으로 몰고 나올 때 난 거기 있었어. 그리고 그건 정말…
미안, 제이콥. 진정하게 잠시만. 내 옆에서 그 모함이 발진하는데 오빠 얼굴이 떠나지가 않더라. 오빠도 그걸 봤어야 했다니까.
물론 거기 누가 있었는지 오빠도 알지? 그 망할 고집불통 시딤 놈들이 자기네들 사칼라랑 같이 있었지. 카피시랑 같은 함급이고. 카피시보다 이 건조시설에서 6개월 먼저 출고된 거야. 그래서 함급명은 걔들 거로 붙었고.
항상 그 사람들에겐 뭔가 있다니까. 이미 지난 1/3분기간 초계를 하고 있었다는 등, 카딤 작전간 자기들이 우리를 지켜줄 거라는 등, 으스대는 꼴을 보고 있으면 사칼리급이 무슨 순전히 자기네들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마냥 보인다니까. 그래서 내가 카피시에 우리가 좀 더 다른 장비를 추가할 수 있었다고 정중하게 말해주기 시작했거든. 그런데 사칼라의 함장인 마샤드가 한 번 슥 째려본 이후론 나도 입을 꾹 닫고 말았지.
정말 이상해, 제이콥. 떠나기 이전에 오빠가 느꼈을 모든 것들을 내가 느끼고 있어. 소속된 모함에 대한 자부심. 동료 승무원들에 대한 사랑과 경의. 발견의 스릴과 기대감, 이상물체에 대한 신비함. 그 모든 것들을 말이야! 오빠도 이런 걸 전부 느꼈겠지. 그런데 또 동시에 난 이게 내가 했어야 하는 천직이란 느낌이 들어. 이제 이건 단순히 오빠가 갔던 길을 뒤따라 가고, 오빠의 몸과 마음을 안식에 들게 해주고자 했던 수준을 넘었어. 내 생애 최초로 내가 내 자신의 삶을 살고 있다는 느낌이야. 행복해. 물론 죄책감도 함께 느끼지만.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겠어. 제이콥, 오빠에게 생겼던 일을 알아내는 와중에 내가 살아남기나 할지도 모르겠네. 최중요 이상물체는 과연 어떤 것일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난 오빠나 내 키스를 실망시키지 않을 거야. 나는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을 할 거고, 필요하다면 위험도 무릅써서 임무를 완수하겠어.
이번 기록이 출발 이전에 남기는 내 마지막 기록이다.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때에 대비해, 나는 이 일지를 내가 “빌렸던” 그 똑같은 상자에 남겨둔다. 아마도 언젠가 미래의 어떤 스젯인이 이 필기장 속에서 이 시대에 대한 뭔가를 알아낼 수 있으리라. 최소한 미래의 누군가는 자신의 오빠를 좋아했던 한 여자를 알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