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더슈비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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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더슈베르트라는 독음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현대 독일어발음으로는 "피더슈비어트"에 가까우므로 본 문서에는 이를 따릅니다. 이는 한국어의 [ㅔ]IPA에서는 [ɛ]에 가장 가깝기 때문. IPA를 기준으로 하면 [e]는 현대 한국어의 /ㅔ/나 현대영어의 단모음 e([ɛ])보다 더 닫힌 소리이지만 [i]와는 분명히 구분된다. 한국어의 /ㅔ/와 /ㅣ/의 중간이라고 생각하면 무리가 없을 것이다. 사실 현대 독일어 발음체계에서는 /ㅔ/보다는 /ㅣ/에 아주 가까운 발음이다. 따라서 feder를 페더라고 발음하는 것은 틀린 것이다. 또한 schwert도 정확히는 /ㅠ/와 /ㅣ/가 섞인 발음으로 슈ㅣ비어트에 가깝게 발음된다.

피더슈비어트 / Federschwert
14~17세기의 훈련용 철검으로, 단어의 뜻은 '깃털칼'이라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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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검과의 비교. 위에서부터 아밍 소드 / 워소드 / 피더슈비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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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스 헥토어 마이어의 비엔나 메뉴스크립트에 나오는 피더슈비어트 대련 모습.)

1 개요

롱소드 검술 훈련에서 위험한 진검을 대체하기 위해 연습용으로 만들어진 도구이다.

등장 시점은 명확하지 않다. 15세기의 마스터인 지그문드 링겍(Sigmund Schining ein Ringeck)의 검술서에 실린 독일검술의 시조 요하네스 리히테나워(Johannes Liechtenauer)를 묘사한 그림에서도 이미 존재하고 있으며, 이것으로 보아 최소 15세기에는 검술 교육에 대중적으로 사용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유물 자체는 16세기부터 많아지기 때문에 16세기에 들어 검술학교(Fechtschule)의 확산과 함께 등장했다는 인식이 있었으나 서지학적으로 확인이 되기 때문에 명백한 낭설. 또 서양 검술이 기사의 전유물이었던 적은 없으며, 르네상스 무술을 구성하는 롱소드, 소드&버클러, 메서, 단검, 레슬링은 기사뿐만 아니라 오히려 민간인들 사이에서 더욱 보급되고 융성했다.

2 특징

철제 검이라서 위험해 보이지만 당시에 피더슈비어트를 연습용으로 활용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었다.

  • 낮은 타격력 - 피더슈비어트의 칼날이 좁은 이유. 끝부분이 얇은데다 폭까지 좁기 때문에 어지간히 휘둘러도 칼끝에 실리는 힘 자체가 적어서 검을 빠르게 베다가도 자유자재로 멈추고 힘을 줄여서 다치지 않게 타격할 수 있다. 실수로 힘조절을 잘못해도 실리는 질량 자체가 적어서 부상을 입을 확률이 낮았다.
  • 높은 탄성 - 롱소드 검술을 훈련할 때는 얼굴 찌르기를 금지했고, 16세기에 들어서는 모든 종류의 찌르기를 금지했다. 자칫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페더슈베르트는 스프링처럼 높은 탄성을 지녔는데 이로 인해 만일 실수로 찌르기가 들어가더라도 칼날이 휘어지면서 충격을 대부분 흡수할 수 있었다.
또 이 탄성이 타격력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충돌시 검이 떨리면서 인체에 전해지는 진동이나 충격을 어느 정도 흡수해준다.
  • 쉴트의 안전성 - 피더에서 부채처럼 펴진 부분. 롱소드는 단순 일직선 크로스가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용자가 제대로 배우지 않거나 실수하면 상대의 칼이 크로스가드를 타고 넘어와 손가락을 부러뜨리는 경우가 있었다. 가령 롱소드의 기본 5가지 베기 중 하나인 즈버크하우(Zwerchhau)는 상대의 머리베기를 받아내면서 들어가는 수평 머리베기인데 이 기술은 가까이에서 써야만 베기를 크로스가드로 막아내면서 상대를 벨 수 있다. 그러나 실수로 먼 거리에서 받아낼 경우 상대의 칼이 수평베기를 위해 눕혀진 크로스가드를 타고 넘어와 손가락을 다치게 하는 경우가 현대 서양검술 그룹에서 많이 보고되었다. 쉴트는 좀더 앞에서 칼이 걸리게 해주어 손가락이 다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 긴 손잡이 - 피더는 유물들의 경우 대체적으로 진검에 비해 손잡이가 길다. 조작성을 높여서 힘을 줄이거나 멈추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한 설계.

현대인들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르네상스 유럽에서는 방어용 장갑이나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수련했고, 그런 상황에서 기술 훈련은 물론 대련까지 다 했었기 때문에 이런 안전 도구가 필요했다. 아무리 안전하게 만들었다지만 강철 검을 사용한다는 게 이해가 안될 수 있으나, 르네상스 시대에는 호구를 착용하지 않는 대신 피더슈비어트의 특성을 십분 활용하여 머리나 손가락 같은 치명적인 부분은 멈춰주거나 살살 타격하고, 몸통이나 팔, 다리도 힘을 조절하여 타격하며, 치명적인 장기가 집중된 얼굴은 절대로 찌르지 않도록 하는 스파링 룰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를 지키지 않는 자는 검술을 함께할 자격이 없는 자로 취급받았다. 즉 이기기 위해 무자비하게 싸워 이기기보다는 함께 기술을 향상시켜나가는 동반자로써의 입장에서 상대를 배려하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훈련했기 때문에 피더슈비어트가 중요했다.

이런 쇳덩이보다 목검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목검은 탄성이 없고 딱딱하며 이로 인해 충격량을 인체에 거의 그대로 전달하며, 인대 부상이나 골절의 우려가 훨씬 크다. 또 진검은 손잡이 쪽으로 갈수록 단단하고 끝으로 갈수록 얇아지기 때문에 탄성이 커지며, 이로 인해 진검만의 기술이 가능해지는 특성이 있다. 그러나 목검은 전체가 다 딱딱하기 때문에 이런 특징을 구현할 수가 없다. 실제로 르네상스 무술에서 연습 도구로 목검이 쓰인 것은 메서가 스포츠화된 두삭(Dussack)뿐이었으며, 롱소드, 레이피어를 비롯한 모든 무기에서 목검이 사용된 경우는 어떤 사료를 보아도 나오지 않는다. 물론 유물도 현재까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피더슈비어트는 위에서 든 이유들 탓에 오히려 부상률이 적고, 실수로 때렸을 때에도 심각한 부상을 입을 확률이 적다. 어느 유저는 무릎을 풀스윙으로 맞았음에도 1주일만에 통증이 사라지고 후유증도 없었다고 한다. 목검으로 연습하다 튕겨서 손가락을 스쳐맞고 통증이 2년간 있었다던 것과는 천양지차. 또 진검과는 분명히 다르지만 그 특성에서 아주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17세기 초, 롱소드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연습용으로 꾸준히 사용되었다.

3 현대의 피더슈비어트

현대의 서양 검술, 즉 HEMA(Historical European Martial Arts) 단체들에서도 피더슈비어트는 매우 중요하게 쓰이고 있다. 무엇보다 타격력이 적고, 안전하다는 데에 그 이유가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괴리를 발생시키는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원래 피더슈비어트는 호구를 착용하고 승부를 겨루는 것이 아니라, 평복 차림으로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연습을 위해 만들어진 도구였으며, 상대를 구타하지 않겠다는 심리적 브레이크를 전제로 개발된 물건이었다. 즉 검이 아무리 가벼워도 그걸 최대한 활용하여 전광석화처럼 풀스피드로 싸우려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검이 가볍고 조작이 쉬워도 힘조절, 멈춤이 가능한 속도만 내고 싸웠다. 이 속도는 진검 활용 속도와 비슷했으므로 진검 검리를 실제로 활용하는 데에 적합한 결과를 냈다.

그러나 현대 HEMA 단체들이 단체들끼리 실력을 겨루기 위해 하는 호구 착용 토너먼트가 활성화되면서 피더슈비어트의 장점은 오히려 단점이 되어버렸다. 호구를 착용하기 때문에 더이상 상대를 배려하여 멈춰줄 이유가 없으므로 피더의 가벼움과 조작성을 100% 활용하게 되었으며, 진검으로는 내기 힘든 초스피드 싸움이 일상화되는 악영향을 발생시켰다. 이로 인해 HEMA 토너먼트는 롱소드 검리를 제대로 활용하기는 커녕 오히려 스포츠펜싱 사브르 종목의 양손 버젼에 가까운 싸움 양상을 보이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롱소드 검리는 상대가 베면 함께 베면서 쳐들어가 검이 같은 궤적에서 서로 충돌 교차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것을 바인딩(Binden)이라 한다. 그런데 검이 워낙 가볍다 보니 베기를 베기로 차단하기에는 너무 빨라서, 눈으로 감지했을 때 이미 베기가 거의 끝나 있는 상황이라 감히 쳐들어갈 엄두 자체를 못내고 뒤로 물러나버리기 시작했으며 베기로 쳐내지 못하고 아예 검을 들어서 <방어>를 하는 행동이 일반화되었다.

공격을 받으면 함께 들어오지 않고 뒤로 길게 빠져버리므로 자연스럽게 이런 자들을 상대하기 위해서 직선으로 길게 뻗는 근대검술식의 런지(Lunge) 보법이 유행할 수밖에 없었다. 또 이런 싸움이 일반화되면서 근접전을 위한 검리를 중심으로 구성된 르네상스 무술의 기예가 거의 활용되지 못하게 되었다. 멀리 있으니 근거리에서만 사용 가능한 소드레슬링, 쉴하우의 사용이나 오픈 스탠스와 같은 다양한 기술이 사용 불가능하게 된 것.

빠른 피더슈비어트가 롱소드 검술을 양손으로 하는 근대검술로 바꿔버린 것이다.

이 속도 싸움에서 유리하기 위해 역사적으로 전례를 찾기 힘들었던 날길이 1m 이상의 피더가 동유럽 회사인 레제니를 중심으로 퍼져나가며, 손잡이도 말도 안되게 길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HEMA 토너먼트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이런 기형 피더를 구입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

이런 점 때문에 개중에는 역사적 매뉴얼과 검리에 어긋나는 현상이 오히려 자기들이 올바른 길을 찾아가고 있다며 확신하고 있는 자들도 생기는 상황. 피더슈비어트의 본질에 맞지 않는 사용이 오히려 큰 부작용을 유발하고 있다.

이것은 단지 장비 문제뿐만은 아니다. 빠르게 움직이는 싸움에서도 얼마든지 롱소드 검리를 이용해 쳐들어가면서 싸울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주중에는 직장에 나가고 주말에만 연습하는 취미 검객들의 수련 수준이 낮은 탓에 빠른 싸움에서 지레 겁을 먹어버리는 현상이 더 커져버린 것. HEMA 그룹의 대부분이 진지한 검술 단체와 놀이 레크레이션의 경계에 서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이 양상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진지하게 연습하는 단체들의 비중이 늘어나고 펜싱 선수 출신들도 합류하면서 초고속 싸움에 대응할 피지컬과 컨디셔닝이 확보되었고, 전자판정이 아닌 심판판정을 하는 탓에 경기가 검도나 펜싱처럼 찌르듯이 툭 치기보다는 오히려 크게 들어올려 무자비하게 후려패는 경향으로 넘어가고 있는 중이다. 또 자신들의 토너먼트 경향을 반성하고 개선을 위해 노력한 덕분에 현재는 돌진해서 검으로 바인딩하는 경향이 늘어나긴 했으나, 여전히 다른 곳을 연타를 치는 것이 피더 특성상 빠르고 유리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피더슈비어트의 악영향은 현재진행형이다.

더불어, 디자인 측면에서 발생한 변경점은 다음과 같다.

  • 끝부분 처리 - 역사적 피더슈비어트는 끝을 둥글게 마무리했을 뿐 별개의 버섯 팁이나 끝을 말아놓는 작업은 하지 않았다. 유물로 남은 피더슈비어트가 대부분 16세기 물건인데, 이때는 찌르기를 아예 금지했기 때문. 그러나 현대에는 찌르기도 많이 하기 때문에 끝을 말아놓은 디자인들이 유행하고 있다.
  • 혈조의 유무 - 유물에는 혈조가 없다. 진검처럼 두껍지도 않고 끝으로 갈 수록 얇고 좁아졌기 때문에 강도를 추구하기 위해 혈조를 팔 수 없었다. 하지만 현대에는 강철기술의 진보 덕분에 내구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디자인 특징을 주기 위해 혈조가 있는 피더가 존재한다.

4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