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검술

중세 검술(Medieval European Martial Arts)
유럽 중세시대의 서양 검술과 전투술.

1 중세 검술의 개요

유럽 역사에서 중세시대라고 하면 서로마 멸망인 5세기경부터 콘스탄티노플 함락인 1453년까지이지만, 검술 문서가 남아있어 구체적인 복원이 가능한 것은 1280년에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 I.33문서부터이다. 이 문서는 소드&버클러 검술을 수록하고 있으며 이 문서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검술 문서라고 할 수 있다.

중세 검술 문서는 대부분 14세기 말~15세기의 것이며, 이 때의 중세 검술은 명실 상부하게 롱소드(Longsword)검술을 중심으로, 소드&버클러, 아밍 소드(Arming Sword), 창술, 단검술, 폴암술, 봉술, 장검&단검과 연동되는 유술인 캄프링엔(Kampfringen)등을 종합적으로 수록하고 있는, 명실 상부한 종합 무술이다.

15세기 검술서의 중심이자 현대 중세 검술 시스템의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롱소드 검술은 후대의 사브르 검술등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고도로 발전된 검술적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후대의 검술과의 가장 큰 특징은 우선 자세와 공격, 방어가 유리되어 있으며 방어와 공격이 따로 들어가는 18세기 이후의 검술과는 달리 자세와 공격, 방어가 거의 하나로 이어지는 일체화된 검술 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며, 상대의 반응을 보고 한수 먼저 예측하여 선공을 가하는 반박자, 상대의 공격에 함께 공격을 넣어 방어와 반격을 일체화시키는 한박자 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직선화된 스텝을 가진 18세기 이후의 검술과는 달리 몸의 좌우가 번갈아 나가고 측면이동과 방향전환에 매우 유리한 다각적인 스텝을 가지고 있다. 또한 15세기 당시는 전신갑주를 착용하고 전쟁하는 것이 매우 많았으므로 그 점에 특화된 갑주 검술을 평복 검술과 따로 구분하여 가르친다. 또 당시의 독일계 문서에서는 이른바 재판 결투에 대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수하는 등, 당시의 사회상을 엿볼 수 있는 항목들이 존재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검술 마스터들은 군주에게 복무하는 기사 계급이 포함되어있고, 자신들의 무술을 기사도적인 기예(Knightly Arts)라고 칭했기에 검술 자체는 기사도적인 군용의 성향을 근본에 두고 있으나, 돈을 받고 검술을 가르치는 민간 검술 강습과 검술 길드 또한 활발했으므로 상류층으로부터 평민에게까지 두루 퍼져있었던 셈이다.

당시의 검술 문서에 수록된 다른 무기, 즉 아밍 소드나 창, 폴암류 같은 무기들은 이 롱소드 검술의 시스템으로 다루도록 되어 있다. 즉 롱소드 검술만 배우면 다른 무기들의 사용법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며, 16세기부터의 경향인 특정 무기들에 특화되는 무술적 경향과는 달리, 전쟁터에서의 적응을 위해 롱소드 검술을 중심으로, 사용될 수 있는 대부분의 환경과 무기들에 대한 통합적 숙지를 가능케 하는 것 또한 이 중세 검술의 특징이다.

중세 롱소드 검술의 가장 큰 양대 검맥은 독일 검술과 이탈리아 롱소드 검술이다.

  • 독일 검술: 그랜드 마스터, 하이 마스터 등으로 칭해지는 검성 요하네스 리히테나워가 전하고 후대의 무수한 독일 마스터들이 250여년간 맥을 이어온 독일식 검술. Kunst des Fechten, 또는 Fechtkunst 등으로 부른다. 리히테나워를 시조로 보고 있으나 사실 그에게서 비롯하지 않은 독일식 검술 사료도 제법 있고, 긴 세월 동안 무수한 마스터들이 거쳐가다보니 마스터마다 독특한 차이도 약간씩 발견할 수 있다. 사료의 숫자와 양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그 재해석도 상당히 잘 되어있다. 롱소드를 중심으로 창, 폴암, 단검, 한손검, 검과 방패, 레슬링, 맨몸 무술, 갑주 무술, 기마 무술, 재판 결투, 임시방편 무기, 몇가지 특이한 무기, 르네상스 초에 이르면 레이피어 검술까지 두루 다루는 종합 검술 시스템이다.
  • 이탈리아 롱소드 검술: 여러 마스터[1]로부터 검술을 배워서 자기 일가를 세운 피오레 데이 리베리와, 그 시스템을 이은 필리포 바디의 이탈리아식 롱소드. 큰 맥락에서 보자면 독일 검술과 상통하지만, 세부를 보면 꽤 차이점이 있어 서로 다른 유파로 보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이탈리아 볼로랴를 근거지로 하는 볼로냐 유파가 크게 유행하면서, 피오레 계열은 대가 끊긴다. 역시 롱소드를 중심으로 창, 폴암, 단검, 한손검, 레슬링, 맨몸 무술, 갑주 무술, 기마 무술, 호신술을 두루 다룬 종합 시스템.
  • 영국식 롱소드 검술: 중세 시대의 것으로 확실하게 판명난 사료는 단 세가지 뿐으로, 그것들도 세부의 디테일이 부족해서 정확한 내용을 짐작하기 힘들다. 하지만 영국식 검술을 연구하는 그룹들의 꾸준한 노력으로, 2010년 경을 기점으로 영국식 롱소드 검술의 형태에 대한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아마도 영국식 장봉(쿼터스테프)의 기술과 상당 부분에 공통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스페인/이베리아 지역의 롱소드 검술도 존재했을 것으로 여겨지지만, 이 지역은 스페인의 신식 레이피어 검술 라 베르다데라 데스트레싸의 도래 이후에 구식 검술이 천대받았고 사료도 남겨지지 않았다. 하지만 데스트레싸 검객 사이에서도 비교예제로 구식 검술인 데스트레싸 꼬문에 대해 간혹 언급하고, 르네상스 시대의 사료이기는 하지만[2] 구식 투핸더 도검을 이용한 장검술에 대한 사료가 있어서 이를 통해서 옛 형태를 짐작하고 있다.
  • 프랑스식 중세 무술에 대한 사료도 있기는 하지만 검술이 아닌 폴액스 무술서이고, 아마 타국에서 수입한 스타일을 운용했을 것이다. 중세에는 아마도 독일식, 르네상스 시대에는 이탈리아 식을 애용한 것이 확인되었으며, 16세기에 이탈리아 식의 영향을 받아서 발전해나가다가 스몰소드 시대에 이르러 독자적인 스타일을 만들어낸다. 국적 별로 나름의 풍격과 계보가 있긴 하지만, 사실 중세 유럽의 검객들과 마스터들, 기사들은 국경선을 넘나들면서 활동했고 다른 나라의 군주에게도 봉사했다. 유럽 한곳에서 인기를 끈 시스템은 곧 유럽 전체로 퍼져나갔고, 외국에서 온 마스터가 검술을 가르치는 일도 흔히 있었다. 그래서 독일 기사의 검술과 프랑스 기사의 무술 간에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을거라 보긴 힘들다. 애초에 어느 나라건 간에 무장이 비슷하니 무술도 기본은 비슷할 수 밖에 없는 일이고.

2 중세 검술의 시스템

이 시기의 검술은 맨몸의 검술(Blossfechten)갑옷을 걸친 상태에서의 전투술(Harnischfechten), 마상 무술(Rossfechten)을 구분해서 두루 다루었다. 맨몸 검술로 다루는 롱소드가 검술의 기본이 되며, 갑주 전투술은 당시 발전한 플레이트 아머를 상정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검술로는 상대하기 힘드므로 하프소딩과 레슬링, 단검, 폴암이 갑주 전투술의 핵심이 된다. 적어도 단검 이상의 무기를 들고 싸우기 때문에 맨손 격투는 타격기는 보조적 기술에 그치는 반면, 유술기와 레슬링(Kampfringen, Abrazare)의 비중이 심대하게 컸다. 레슬링을 잘 못하지만 검술을 잘하는 사람보다 검술은 보잘것없어도 레슬링을 잘하는 사람이 더 위협적으로 여겨질 정도이다.

"여기 가르침을 전한다. 젊은 기사여, 하느님을 경애하고 숙녀에게 예의를 갖추어라. 기사답게 행동하고 기예를 익혀 너의 명예를 전장에서 드높여라. 레슬링을 잘 걸고 랜스와 창과 검과 단검을 익혀서 능수능란하게 다루어라. 바르고 강하게 공격을 가하고 달려들어라 - 이것을 이해하는 자는 방어만 하는 자를 경멸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네가 이해해야 하는 것은, 모든 기술에는 그 간격와 박자, 강함과 약함이 있다는 점이다."

- 지크문트 링엑

이 말은 무술을 익히는 자가 갖추어야 하는 도덕론을 논할 뿐만 아니라, 검술의 핵심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다. 강하게 공격을 가하라는 것은 최선의 힘과 일격을 가할 수 있는 최선의 방향을 중시하는 발언이고, 달려들라는 것은 내딛으면서 공격하는 보법과 공격의 조화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를 이해하면 수동적으로 싸우는 자를 능히 비웃을 수 있게 된다. 또한 간격과 박자가 무술의 핵심 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으며, 강함과 약함은 격돌에서 상대의 밸런스를 파악해서 그에 걸맞는 기술을 사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크문트 링엑은 독일 검술의 핵심 시스템을 다음 열 일곱가지로 정리했다.

  1. Zornhau(존하우, 쏜하우)
2. Krumphau(크룸프하우)
3. Zwerchhau(츠베히하우, 즈벨하우)
4. Schielhau(쉴하우)
5. Scheitelhau(샤이틀하우)
6. Vier Leger(4가지 기본 가드)
7. Vier Versetzen(4가지 빗겨내기)
8. Nachreissen(나흐라이센)
9. Ueberlaufen(우버라우펜)
10. Absetzen(압셋젠)
11. Durchwechseln(두히벡센)
12. Zucken(츠켄, 즈켄)
13. Durchlaufen(두히라우펜)
14. Abschneiden(압슈나이든)
15. Hende Drucken(헨드 드루큰)
16. Hengen(행엔)
17. Winden(빈덴)

이게 전부가 아니다. 이것들만 해도 상당한 고급 테크닉들이지만, 그중에서 기본, 근본 정도에 해당하는 부분만 추린 것이고 원래 이것의 관련 연계기로 몇가지 기술이 더 들어가는데 간략 설명인 관계로 생략되었다. 뿐만 아니라 250년 전통의 마스터들은 이것저것 온갖 고급 검술 개념들을 만들어붙여놨고, 마스터마다 용어가 다르거나 좀 다르게 해석하는 일도 자주 있다.

아울러 표기에 관해서. 중세 독일어는 표준 표기법이 없었고 지역마다 표기법 차이가 흔히 있었음을 감안해야 한다. 그래서 검술 기술의 스펠링(과 아마도 발음)은 마스터마다 다른 경우가 부지기수다. Vom Tag는 Vom Tach, Vom Tak, Vom dach, Vom Dag 등등을 전부 찾아볼 수 있고, 한글로 표기한 저 발음도 사실 정확하지 않다. -ch 발음은 표준 독어 표기법에서는 -히 로 쓰지만 실제 독일어 발음은 -시 가까운 발음이 난다. 서양 검술을 수련하고 있는 현대 수련가들 중 다수가 영미인이다보니 이 발음을 또 독어식으로 읽는게 아니라 영어식으로 대충 읽는 사람도 많다. 고로 좀 이상하게 읽거나 여기 쓴 표기법과 다른 발음을 하는 사람이 있어도 이상하게 생각할 일은 아니다. 폼타그라 읽든 폼탁이라 읽든 폼다흐라 읽든 봄탁이라 읽든 대충 알아듣자(…).

2.1 검의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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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인트: 칼끝. 찌르는데 쓰는 부위.
  • 롱 엣지, 숏 엣지: 서양검은 양날검이고 도(刀)와는 달리 앞 뒤의 구분이 없지만, 사람이 칼을 잡으면 편의상 앞뒤를 구분하게 된다. 평범하게 칼을 잡고 수직으로 들어올려서 상대를 향하는 칼날이 롱 엣지(혹은 트루 엣지), 내쪽을 향하는 칼날이 숏 엣지(혹은 백 엣지, 펄스 엣지)다. 손을 얼마나 감아주느냐, 팔의 위치와 발의 위치에 따라 롱엣지가 내 쪽을 보고 숏 엣지로 상대를 공격할 때도 있다. 숏 엣지 공격은 상당히 중요한 서양 검술의 특성 중 하나이다. 오른쪽 옥스 자세를 취하면 롱엣지가 위를 보고, 엄지로 플랫을 짚으면서 좌측 플루크를 취해도 롱엣지가 위를 본다.
  • 플랫: 칼날의 옆면. 방어는 플랫으로 한다. 칼날 대 칼날로 부딪히면 칼날이 나가고 칼이 박살나기 십상이다. 아니면 내 칼날로 상대 플랫을 치거나.
  • 스트롱과 위크(Stark unt Schwech): 검신의 중간 정도를 기점으로, 그립쪽 방향은 스트롱(강한 부위, 펜싱 용어로는 포르테)라고 하고 칼끝쪽 부위를 위크(악한 부위, 펜싱 용어로 포이블)라고 한다. 스트롱으로는 상대의 칼을 붙잡고 강하게 제어할 수 있기 때문에 방어하는 부위이고, 위크는 빠르고 잽싸게 움직이기 때문에 공격하는 부위이다. 2부위로 나누는 것은 서양 검술에서는 기본적인 케이스. 마스터에 따라서는 세부위 이상, 르네상스 검술에서는 네부위 다섯부위 등등 엄청 잘게 나누기도 한다.
  • 크로스가드(Cross Guard): 그립과 검신 사이에 있는 칼막이. 중세 서양검의 것은 직선형이나 약간 곡선형 정도의 수수한 것이 보통이다. 이 부분으로 상대의 칼날을 걷어내는 기술이 다수 있기 때문에, 서양 검술을 적용하는데 있어 필수적인 부위이다. 몇가지 필살기는 크로스가드 없으면 안된다고 할 정도. 또한 크로스가드의 형태에 따라 기술 적용의 장단점이 발생한다. 상황에 따라 직선형이 나을 때도 있고 곡선형이 나을 때도 있다. 후기에는 S자형나 카츠발거 같은 형태, 사이드링과 핑거링까지 등장하는데 이 역시 장단이 존재한다.
  • 퍼멀(Pommel): 그립 끝에 달린 무게추. 원래 발음은 퍼멀 정도. 서양 검술에서는 이 부분도 단순히 무게추가 아니라, 공격용으로 사용하는 부위이다. 중세 시대에는 원형(휠 타입)을 많이 썼고, 중세 말 양손검에서는 티어드롭형과 그 유사형이 많아지는데 티어드롭형은 퍼멀까지도 손을 내려잡기에 편해서 그립의 여유 공간을 늘려준다.
  • 그립: 손으로 잡는 부분.
  • 리캇소: 크로스가드 바로 윗부분, 날을 둔하게 해둔 스트롱 부분. 상대 검격을 받아내는데 쓰는 부분이라서 이 부분에는 날카롭게 날을 세울 필요가 없고, 결국에는 아예 날을 안세우고 일종의 그립의 연장선상으로 운용하기도 한다. 특히 레버리지가 많이 필요한 트루 투핸더 타입은 리캇소가 검신과 구분될 정도로 뚜렷하게 만드는 편이다.
  • 풀러: 강철 I-빔처럼 구조적 강도를 얻는 동시에 무게는 줄이기 위해 검신 중앙을 오목하게 파둔 부분. 한국에서 혈조라고 부르면서 이 부분으로 피가 흘러나오게 하고 검이 잘 뽑히게 한다는 둥의 말을 하기도 하는데, 실제로는 풀러 유무는 출혈이나 상해에 큰 의미가 없다. 한자 문화권에서 도검의 이 부분을 혈조, 혈구 등으로 피와 관계된 이름으로 부른 것은 엄연한 사실이지만, 그것이 정말로 피와 관련된 어떤 효과가 있어서 붙여졌는가는 아직 근거가 없다.
  • 센터 오브 퍼커션(Center of Percussion): 약어로 CoP. 검으로 상대를 쳤을때 가장 위력을 발하는 이상적인 부분. 칼 끝으로 치면 깊게 베지 못하고, 검신 중간 이하로 치면 원심력이 붙지 않아서 위력이 감소한다. 고로 칼끝과 검신 중간 사이의 어느 부분, 검신 전체로 봤을때 끝쪽 3/4 정도의 내외가 가장 이상적인 타격 위치이다. 또한 도검은 탄성이 크고 단단한 물체이기 때문에 두들기면 진동이 오는데, 진동은 검신을 타고 오면서 물결치듯이 형성되기 때문에 진동의 폭이 위치마다 다르며, 그 진동이 없는 부분 중 하나가 CoP와 일치하는 경우 하모닉 밸런스가 이루어졌다고 하여 CoP로 정확하게 물체를 타격했을때 타격의 위력은 최대화 되면서도 그 진동은 내 손에 전달되지 않는다... 고 하는 떡밥도 좀 있다. 그런데 그거 사실 단단한 물체 쵸핑할때도 아니고 검투 중에는 그 진동의 차이가 손에 영향을 줄 정도로 크진 않으며, 서양검처럼 히든 탱 도검은 더더욱 그렇다. 가만히 들고 조용히 두들겼을때나 하모닉 밸런스 지점을 민감하게 느낀다. 어쨌든 하모닉 밸런스에 관계없이 CoP로 갈기면 최대 위력이 나오기 때문에 진동 문제는 별 문제 안되는 떡밥에 가깝다.
  • 센터 오브 그래비티(Center of Gravity, 혹은 Center of Balance): 검의 무게 중심 중간 지점. 서양검은 검신은 칼끝으로 갈수록 얇아지고, 그립 끝에는 묵직한 무게추인 퍼멀이 달려있기 때문에 검의 무게 중심은 크로스가드로부터 몇 인치 이내에 형성된다. CoB가 그립에 가까울수록 검은 민활하게 움직이며 다루기가 좋아 밸런스가 좋다고 느낀다. 하지만 CoB가 좀 멀어도 다루는 사람의 근력이 강하다면 별 문제없다고 느끼고, 그립이 길면 충분한 레버리지를 얻기 때문에 또 별 문제가 안되고[3] CoB가 가까운 검보다 CoB가 먼 도검이 위력이 더 강하다. 퍼멀의 무게를 조정해도 CoB는 조절이 가능하다. 고로 이 문제는 어느정도 상식적인 범위 내라면 개인의 취향에 가까운 문제.

2.2 롱소드 검술의 기본과 자세(Guard)

아래는 오른손잡이(그립 상단을 오른손이 잡는 사람)를 기준으로 기술한다.

칼 쥐는 법

오른손잡이는 오른손을 크로스가드에 가깝게, 왼손을 퍼멀 쪽으로 잡는다. 너무 세게 잡으면 오히려 그립의 힘은 떨어지고 손의 놀림이 느려지므로 안되지만, 그렇다고 부딪혔을때 칼을 놓칠 정도로 약하게 잡아서는 안된다. 적당히, 부드럽게, 유연하게.
망치 쥐듯이 오른손 엄지가 검지와 만나는 그립을 해머 그립이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잡는 법은 해머 그립이지만 손아귀 안에서 자유로운 움직임이 중요하기 때문에 공구 쥐듯이 굳어있지는 않는다.

엄지가 그립의 등줄에 닿고, 검지를 살짝 풀어 올려쥐는 것은 세이버 그립이다. 찌를때의 컨트롤을 중시하는 한손검에서는 자주 하지만, 양손검에서는 잘 하지 않는 편인 그립법. 요하킴 마이어의 메뉴얼을 보면 플루크 자세에서 오른손을 이 세이버 그립법으로 하고 왼손을 퍼멀로 받치는 독특한 그립법이 등장한다. 또한 요하킴 마이어의 플루크 자세는 일반적인 플루크 자세와 다르게 검을 마치 롱포인트처럼 앞으로 내미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검지를 크로스가드 너머로 걸쳐서 잡는 것을 이탈리안 그립이라고 하는데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식에서 자주 보이는 방식이며(사실 바이킹 시대부터 이미 사용하고 있었다. 고중세기의 기사들 역시 마찬가지), 한손검에서 흔하지만 양손검으로도 할 수 있다. 이것을 위해서 크로스가드 너머에 손가락을 가려주는 링을 달아놓는 도검도 있을 정도다. 찌르기의 컨트롤, 정밀한 칼끝 제어에 유리한 그립. 다만 한손검에서와 다르게 양손검에서는 레버리지의 원리를 살려 컨트롤 할 수 있기에 그 필요는 크지 않다. 그러나 요하킴 마이어의 메뉴얼을 보면 알버 시에 이 이탈리안 그립을 하는데, 이는 나름대로의 중요한 이유가 있는 현명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오른손의 엄지를 올려 크로스가드 너머 플랫에 대는 것을 썸 그립, 썸빙, 플랫 그립이라고 하는데, 양손검은 공격 방향에 따라 썸빙을 하는 것이 더 자세가 자연스럽게 나오기 때문에 자주 쓰인다. 예를 들어 츠베히하우의 경우가 썸빙에 적합하다. 방어시 행잉을 할 때도 엄지로 플랫을 받치게 된다.

가끔 롱소드 그립에서는 엄지와 검지를 완전히 풀어주고, 엄지와 검지로 크로스가드를 누르거나 플랫을 잡거나 검신을 잡는 식의 특이한 그립법도 보인다. 아직 연구가 잘 된 그립은 아니지만 그립력 그 자체보다는 바인드 시의 컨트롤의 용이성을 위해 이렇게 쥐는듯 하다.

왼손은 퍼멀 위쪽, 또는 사람에 따라 그냥 퍼멀을 잡는 경우도 있다. 왼손과 오른손은 가능하면 떨어져 있는 것이 레버리지를 얻어 컨트롤을 하는데 유리하다. 하지만 트루 투핸더처럼 그립이 극단적으로 긴 경우 양 끝단을 쥘 필요는 없으며, 역사적인 롱소드/바스타드 소드의 유물들 상당수가 양손이 서로 붙어있을 정도로 그립의 길이가 그리 길지 않은 것이 많다. 그립 길이가 너무 길면 검의 회전에 방해가 되는 일도 있으므로, 적당하게 자신에 맞는 것이 좋다. 검의 회전을 왼손으로 조절할 때가 있으므로 왼손도 오른손처럼 손아귀가 유연하면서 힘이 있어야 한다.

찌르기를 할때 손바닥으로 퍼멀을 받치고 밀어주는 것을 퍼멀링이라고 한다.

스텝

서양 검술은 기본적으로 좌 우 발의 진퇴가 자유롭고, 좌 우 기술이 대등하게 존재한다. 다만 르네상스 식과 중세 식에서 스텝을 칭하는 용어가 단어는 같은데 다른 의미인 경우도 있고, 심지어 한 시스템 안에서도 마스터마다 다르게 표현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하자.

뒤쪽에 있는 발이 앞으로 나가는 것(보통 걷기)은 패싱 스텝으로 칭한다. 상체의 앞방향이 발을 내딛을 때마다 완전히 바뀌게 된다. 왼발 전방의 오른쪽 폼탁에서, 패싱 스텝으로 내딛으면서 오버하우를 하는 식이다. 롱소드 검술은 다수의 공격이 패싱 스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검도보다 조금 먼 간격에서, 칼이 닿지 않는 간격에서 공격이 시작하는 일이 많다. 사실 이 패싱 스텝은 롱소드 검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문외한이 보기에 뒷발을 움직여 한 걸음 가는 게 뭐 특별하냐고 할 수 있으나, 필요한 때 이 패싱 스텝을 밟기란 입문자에게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많은 초보 롱소드 검객들이 패싱 스텝을 해야할 때에 패싱 스텝을 하지 못해 공격을 실패한다. 바르게 익히지 못한 검객은 주저하고 적의 공격을 두려워하며 결정적인 순간에 앞으로 걷지를 못하는데, 이건 인위적으로 교정하며 본인의 반복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앞발과 앞쪽 상체가 바뀌지 않는, 앞발을 앞으로 내고 뒷발을 끌어당기는 검도식 스텝(밀어걷기)는 개더링 스텝이라고 한다. 또는, 이 스텝을 심플 스텝이라고 말하는 마스터도 있다. 찌르기, 짧고 빠른 베기, 근거리에서의 간격 조절 등에 용이하다.
앞쪽 상체가 바뀌지 않은 채로, 뒷발을 앞발 근처로 끌어당긴 뒤 앞발을 다시 앞으로 내는 것. 이것도 개더링 스텝으로도 칭하기도 하고, 혹은 체이싱 스텝으로 부르는 경우도 있다. 가까운 거리와 중간 거리 사이에서의 간격 조절, 발을 바꾸지 않은 공격에 좋다.

앞발이 뒷발 옆으로 오고 뒷발이 앞발이 있던 원래 자리의 옆으로 가면서 상체의 앞도 바꾸는 스텝(즉 2단계에 걸친 좌우 전환)은 체인징 스텝이라고 한다. 이것과 같은 것, 혹은 뒷발을 좀 더 옆으로 디뎌서 큰 삼각형을 그리면서 횡 이동을 섞어주는 경우를 트라이앵글 스텝이라고도 한다. 이동 없이 좌우전환을 통해서 패싱 스텝이 필요한 기술을 쓸 수 있고, 앞발을 빼는 동작으로 공격을 피하면서 뒷발을 내는 동작으로 공격을 하는 나흐 박자의 공격이나 페인트에도 쓸 수 있으며, 상대의 라인을 피하면서 측면으로 옮겨가 공격하는데도 적합하다.

앞발의 앞볼을 중심으로 몸의 방향을 회전시키는 것은 콤파스 스텝이라고 한다. 위치 이동 없이 방향 전환에 쓴다.

런지는 잘 알려져있는 펜싱의 깊은 찌르기와 그 스텝. 한손검에서는 앞발이 바뀌지 않는게 보통이지만, 양손검에서는 바뀌는 경우도 있고 안바뀌는 경우도 가능하다. 이것 이상으로 넓은 간격을 도약해서 뛰어드는 점프에 가까운 스텝도 존재한다.

그 외에 투타 볼타, 메짜 볼타, 볼타 스타빌레 등 다양한 보법이 존재한다. 특히 이중 볼타 스타빌레는 롱소드 검객이라면 반드시 그 용법과 오의를 제대로 파악해야 할 중요한 보법이다. 이탈리아계 메뉴얼을 보면 내려베기를 할 시에 볼타 스테빌레를 기본으로 밟는 경우가 많은만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내려베기조차 바르게 하지 못하는 검객이 될 수 있다. 비단 내려베기만이 아니다. 윈도우 가드에서 몸이 뒤로 기울어 있는 것조차 왜 몸을 뒤로 뺀 가드가 있는지 이해가 불가능해진다. 만약 롱소드 검술을 배울 때 볼타 스타빌레 같은 리버스 스텝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 주지 못한다면, 그 스승은 가짜 검객일 확률이 매우 높다. 무릇 제대로된 롱소드 검술의 스승이라면 제자에게 강함과 약함, 간격과 박자에 대해 이해를 시켜줄 수 있어야 한다. 이 볼타 스타빌레에는 강함과 약함, 간격과 박자에 대한 모든 요소가 들어 있으니, 이걸 어물쩡 넘어간다면 교수자의 배움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가드

가드라고 부르지만 이 자세들은 칼을 직접 막는 패리가 아니라, 방어와 공격으로 연결하는 준비 자세에 해당한다. 물론 옥스는 상단 행잉, 플루크는 하단 행잉으로 거의 연결되는 식으로 방어에 유리하거나 가까운 자세인 것은 명백하다. 또한, 공격은 자세에서 자세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오른쪽 폼탁에서 대각선 내려베기를 하면 좌측 플루크나 알버가 되고, 좌 알버에서 올려베기를 하면 오른쪽 옥스가 된다. 옥스에서 찌르기를 가하면 롱포인트로 간다.

2.2.1 독일식 롱소드 검술의 자세

Vier Leger(네가지 기본 자세)

독일식에서는 이 자세들을 기본 자세로 가르친다. 좌로부터 플루크[4], 옥스, 폼탁, 알버. 옛날 그림이라서 인체 비례가 좀 우스꽝스럽다거나 자세가 과장스럽게 그려져있지만, 대충 이해하고 넘어가자.

  • Pflug(플루크)는 쟁기라는 뜻으로, 쟁기질하기 위해 들어올린듯한 자세라는 뜻이다. 미들 가드에 해당하는데, 칼을 몸의 중앙선이 아니라 허리 측면 쪽으로 당기는 편이다. 그래서 좌 우의 구분이 있다. 검도의 중단처럼 몸의 중앙에서 앞으로 조금 내밀고 칼끝을 상대방 칼을 툭툭 건드리면서 견제하는 중단은 독일 검술에서는 Sprechfenster, 대화의 창이라고 별도로 부른다.
  • Ochs(옥스)는 황소라는 뜻으로, 황소의 뿔이 앞을 찌를듯이 나와있는 것처럼 머리 측면 쯤에 그립을 두고 수평으로 칼끝을 상대의 얼굴을 겨누는 자세이다. 행잉으로 곧장 연결되기 때문에 상단을 막는 자세이기도 하며, 칼끝이 상대를 겨누고 견제하기 때문에 찌르기와 견제 모두 우수하다. 다만 하단이 비는 편. 오른쪽 옥스는 왼팔 오른팔이 교차하는데, 좌측 옥스는 교차하지 않는다. 행잉 가드 정도로 부르는 편.
  • vom Tag(폼탁)는 위에서부터, 천장으로부터라는 뜻으로 하이 가드와 팔상 자세에 속한다. 검을 오른쪽 어깨 앞에서 수직 또는 뒤로 슬쩍 기울여서 발출할 준비를 한 자세(팔상세)가 오른쪽 폼탁, 왼쪽 폼탁은 검을 왼쪽 어깨에... 놓으면 오른손잡이로서는 자세가 매우 어정쩡하기 때문에 왼쪽 폼탁은 없다. 대신에 머리 위에서 내리칠 자세로 대기하는 상단 자세, 센터라인 폼타그가 왼쪽을 대신한다. 독일 검술의 기본 자세에 해당하고, 이 자세에서 즉각 내려베기로 들어가기 때문에 공격적이면서도 빠르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 Alber(알버)는 바보라는 뜻으로, 칼끝을 지면으로 내린 로우 가드 자세이다. 바보마냥 상체를 무방비하게 노출시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뜻에서 이름붙여졌으며, 하단 방어 자세이긴 하지만 사실 칼끝만 살짝 올리면 즉시 중단으로 올라가고, 내리고 있다가 상대의 접근에 맞춰서 올려베기도 하기 때문에 사실 방심하는 자세가 아니라 상대를 유인하는 자연체에 해당한다. 이 역시 어느 발이 앞으로 가느냐에 따라 좌 우 구분은 있는데, 검신은 대체로 중간 가가이 두는 편이고 옆으로 빼지 당기지 않는다.

이 네가지 가드가 기본 가드 자세에 해당한다. 이것 외에 몇가지 보조적인 가드 자세가 있다.

  • Langenort는 긴 찌름 정도에 해당한다. 칼을 찔러서 팔을 뻗은 상태의 자세이다. 실제로 찌르기를 했을때 이 자세가 되거나 이 자세를 통과한다. 하지만 먼 거리에서 상대의 접근을 저지하는 견제의 자세이기도 하다. 칼끝이 쭉 뻗어와있으면 상대는 다른 공격을 하지 못하고 이 칼끝을 쳐내어서 간격을 들어갈 수 밖에 없는데, 상대가 그렇게 나올 것이라는게 뻔히 보이게 되므로 후속타를 넣기 좋다.
  • Nebenhut은 후방 가드, 테일 가드라고 부를만한 것으로, 칼끝을 오른쪽 후방(오른손잡이 기준)으로 내려서 준비하고 있는 자세이다. 즉 왼쪽 어깨가 앞으로 나가 상대를 보고 있다. 칼이 상대로부터 숨겨진듯한 위치인지라 기습적인 강력한 올려베기나 수평베기, 또는 내려베기로 연결하기 쉽다.
  • Schrankhut은 칼을 전방에 내밀되, 롱엣지가 상대를 보고 칼끝을 지면에 대고 칼을 세우듯이 전방을 막고 있는 자세이다. 일종의 하단을 막는 방패처럼 된다 해서 배리어 가드라고 부르긴 하지만, 슈랑훗 만으로는 사실 측면에서의 공격 막기 외에는 큰 힘이 잘 안들어가기 때문에, 막는 힘을 얻기 위해 막는 순간에 칼끝을 땅에 콱 박는 경우도 있는듯 하다. 물론 보통때는 그냥 칼을 늘어트려 비스듬히 세운 자연스러운 자세이며 아래에서 막고 있다가 올려베거나 행잉으로 연결해서 막는 컴비네이션에 적합하다. 좌 우 버전이 다 있지만 나가있는 발에 따라 팔이 꼬인다.
  • Kron은 왕관이라는 뜻으로, 칼을 수직으로 세워서 얼굴 앞을 막으면서 걷어올리는 동작이다. 다른 자세로 전환하는 중간 과정 및 상대 칼을 내 칼의 크로스가드로 걷어내는 순간적인 자세라서 방어의 주요 매개체로 중히 쓰인다. 플루크에서 상대가 칼을 찔러왔을시 콘으로 칼을 치켜올리면서 상대 칼끝을 걷어올려 치우고, 곧장 옥스로 전환해서 상대 얼굴에 칼을 가져다대는 식으로 쓰인다. 다만 독일식으로 말하자면 고정된 가드 자세는 아니다.
  • Zornhut은 분노의 자세라는 뜻으로, 칼을 어깨 뒤로 넘긴 채로 몸을 뒤로 기울이고, 상대를 향한 다리는 쭉 펴고 칼쪽 다리는 런지하는 것처럼 굽힌 자세이다. 강력한 파괴력의 존하우(분노베기)를 발출하기 위한 자세이다. 겉만 보면 그렇지만 실제로는 상대의 베기가 들어왔을때 순간적으로 존훗으로 전환하여 베기를 회피한 다음 존하우로 반격할 수도 있고, 몸을 돌려 상대의 간격 밖에서 다른 자세로 전환할 수도 있다. 겉보기와는 달리 몇가지 묘수가 나오는 자세.
  • Einhorn은 유니콘이라는 뜻으로, 랑겐노트처럼 상대를 향해 칼끝을 겨누기는 하지만 팔을 굽히고 손바닥이 모두 한 방향을 보는 자세이다. 고정된 자세는 아니고 쉴하우를 했을 때 자연스럽게 거쳐가는 자세로써 순간적인 자세로 볼 수 있다.
  • Schlüssel은 열쇠라는 뜻으로, 칼끝은 상대를 향하지만 칼날은 마치 끌어안듯이 감싼 자세로, 검날의 포르테 부분이 팔에 닿게 된다. 상대의 가드를 힘으로 밀어버리고 들어갈 때 쓰이는 자세로써 마치 열쇠처럼 상대의 가드를 열어버린다는 뜻에서 붙은 이름이다.
  • Hengetorte은 매달린 칼끝이라는 뜻으로, 옥스와 비슷하지만 칼끝이 좀 더 아래를 향한다는 차이가 있다. 운터하우에서 옥스로 넘어가는 중간적인 자세이며, 앞에서 보면 칼날이 대각선으로 상체의 대부분을 보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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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이탈리아식 롱소드 검술의 자세

이탈리아식 피오레의 가드 자세는 posta라고 불린다. 다른 이탈리아 마스터들은 guardia라는 용어를 쓰기도 했다. 피오레의 경우 여섯 마스터의 자세와 열두가지 포스타가 존재하는데, 여섯 마스터의 자세는 실용적인 자세라기보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보는 것이 알맞은 조금 특이한 자세들을 포함한다.

  • 첫번째 마스터: 검을 던지려는 자세
  • 두번째 마스터: 던져진 검이나 창을 쳐낼 준비를 하는 자세
  • 세번째 마스터: 검을 짧게 쥐고 찌르려는 자세
  • 네번째 마스터: 검을 짧게 쥐고(하프 소딩) 검, 도끼, 단검을 막으려는 자세
  • 다섯번째 마스터: 여자의 자세, 찌르고 베는 각종 공격을 위한 기본 자세
  • 여섯번째 마스터: 검과 도끼가 합쳐진듯한 특이한 무기를 들고 있는 마스터. 강력한 일격을 상징하는 자세.

실제적인 포스타 자세는 열 두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좌 우 구분의 자세를 넣던지 풀-미들 자세를 넣든지 하는 식으로 판본마다 조금씩 다르게 넣거나, 피오레에는 없지만 바디에 있는 자세 등 약간의 변형은 있으므로 되도록 다 소개한다.

  • tutta Porta di Ferro (Pulsativa): 완전한 강철문의 자세. 강철 성문이 바닥까지 닫힌 듯한 자세. 하단 방어 자세이지만 칼을 당겨서 올려칠 준비를 하는 자세.
  • Posta di Ferro Mezana (Stabile): 중단(혹은 절반짜리) 강철문의 자세. 강철문의 자세보다 칼을 앞으로 내밀고 있는 하단 가드의 자세로, 빠르게 찌르거나 올려벨 수 있다. 오른발이 앞발인 자세이다.
  • Posta de Donna destraza (Pulsativa): 오른쪽 여자의 자세. 칼을 어깨로 넘겨서 강력한 공격과 카운터를 발출하려는 자세. 독일식 존훗에 해당한다. 모든 일곱가지 공격을 다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림은 등을 노출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약간 모나게 섰을 뿐 등을 노출한 것은 아니다.
  • Posta di Donna la Senestra (Pulsativa): 왼쪽 여자의 자세. 오른쪽 여자의 자세와 같되 왼쪽 어깨로 칼을 넘긴 자세이다.
  • Posta de Finestra (Instabile): 창문의 자세. 얼굴 앞을 검으로 가리는 자세로 상단 공격을 막는다.
  • Posta Longa (Instabile): 긴 자세. 상대를 속이고 위협하는데 적합한 자세로, 올바르게 쥐고 있으면 상대로서는 칼의 간격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속임수에 능한 자세라고 칭한 것.
  • Posta Breve (Stabile): 짧은 자세. 포스타 롱가에 대비되는, 팔을 뻗은게 아니라 당긴 짧은 자세이다. 일반적인 중단 자세에 해당한다. 순간적으로 뻗어 찌르는데 좋은 자세.
  • Dente di Zengiaro (Stabile): 멧돼지의 어금니 자세. 멧돼지의 어금니처럼 낮은 위치를 겨눈다는 듯이다. 하단 가드의 일종처럼 보이는데 칼을 조금 더 당겨 세운듯한 자세이며(완전히 수직은 아님) 다른 자세로 바꾸기 쉽고 재빠른 반격에도 유리한 자세.
  • Posta do Dente de Zengiaro Mazana (Stabile): 중단의 멧돼지 어금니 자세. 멧돼지 어금니 자세보다 조금 더 중단에 가깝게 나간 자세이고, 역시 반격과 방어에 유리하며 손에 대한 공격을 하기 좋다.
  • Posta di Coda Longa e Diestra (Stabile): 긴 꼬리의 자세. 테일 가드. 칼을 후방으로 내려들고 있는 자세로, 상체를 상대에게 노출하고 있는 유인의 자세이며 칼을 상대의 시야에서 감추는 효과가 있다.
  • Posta do Bicorno (Instabile): 두개의 뿔의 자세. 칼을 정면 위쪽으로 겨누되 팔을 당기고 있는 자세로, 좀 이상해보이지만 왕관 자세나 창문 자세에서 찌르기로 전환하려는 시점이거나, 숏가드에서 팔을 가슴 위까지 올리거나, 숏엣지 수직 올려베기를 하고 전환하려는 시점에서 이런 자가 나올수 있을 듯 하다.
  • Posta Frontale (또는 Posta do Corona) (Instabile): 정면의 자세, 왕관의 자세. 칼을 얼굴 쯤에 세우되 칼끝은 앞쪽으로 기울어지는 자세. 독일식 콘과 유사하게 얼굴과 목에 대한 방어에 훌륭하다.
  • Posta di Falcone: 매의 자세. 머리 위에 칼을 세워서 후방으로 조금 기울인, 머리 위 상단 자세. 피오레에서는 나오지 않고 필리포 바디가 추가한 자세이다. 강력하고 빠른 내려베기에 적합하다. 바디는 피오레처럼 자세의 안정성을 분류하지는 않았으나, 이 자세의 공격성 대문에 Pulsativa로 보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피오레는 포스타들을 세가지로 분류 하는데, Stabile은 안정적인 (대개 이 자세를 고정적으로 취하기 좋은, 잘 움직이지 않는) 자세이고, Instabile은 다른 자세로 움직이는 중간 과정의 불안정한 자세, Pulsativa는 거센 공격을 위한 예비 동작에 해당하는 자세이다.

2.3 공격과 그 방향

기본적으로 검술은 동서양 공히 여덟방향(팔방베기)을 베는데, 서양검의 경우 앞날과 뒷날의 베기가 구분되기 때문에 서양검술의 베기는 사실 16방향 베기가 된다. 이 십육방베기는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기괴한 각도로 공격이 들어오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검도의 머리 손목 허리 찌름의 단순한 방향에만 익숙해진 사람은 엄청 당황하기 십상이다. 중단 견제하고 있는데 수직 숏엣지 올려베기에 손가락을 피격당한다든지, 정면 대치 상태에서 숏엣지 대각선 베기가 들어와서 막았다고 생각했는데도 뒤통수를 맞는다든지, 몸받음 거리에서 상대방의 팔이 상단으로 올라와있는데 갑자기 허리나 허벅지에 맞는다든지.

독일 검술에서는 검을 이용한 공격 타입은 세가지 상해(dren wunder)로 구분한다.

  • Hauen은 베기를 말하는 것이다.
    • Oberhau는 공격자의 상단에서 발출되는 하단 베기
    • Mittelhau는 측면에서 측면으로 발출되는 가로 베기
    • Unnterhau는 공격자의 하단에서 발출되는 하단 베기
  • Stechen은 찌르기를 말한다.
  • Schnitt는 칼날을 상대의 몸에 대고 밀거나 당겨서 써는 타입의 공격이다.

이탈리아식에서는 내려 베기는 Fendente, 올려베기는 Montante, 수평 베기는 Tondo, 대각선 내려베기는 Squalembratto, 대각선 올려베기는 Rodoppio라고 한다. 그리고 오른손 잡이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베는 경우(손바닥으로 상대 따귀를 때린다고 생각하자) 이 방향을 정방향 베기Mandritto라고 한다. 반대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벤다면(오른손 손등으로 상대를 때린다) 이 방향을 역방향 베기(Riverso)라고 한다. 만드리토와 리베르소를 각 베는 방향에 섞어주면 자세한 베는 궤도를 읽을 수 있다.
이탈리아 식의 찌르기는 punta라고 말하는데, Punta mandritto는 (오른)손바닥이 아래를 보게 찌르기, Punta Roverso는 손바닥이 위를 보는 찌르기, 아래에서의 찌르기는 Stocatta, 위에서의 찌르기는 Inbrocatta라고 한다.
이런 식의 정확한 구분법은 대개 볼로냐 시대에 확립된 것이고, 피오레는 대각선 공격을 포함해 모든 내려베기를 펜덴테라고 단순화해서 말하고, 마찬가지로 올려베기는 전부 sottani, 수평 베기는 전부 mezani라고 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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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레의, 일곱 공격 방향(sette spada). 피오레의 세떼 스파다는 좌/우 대각선 내려베기 펜덴테 두 방향, 좌/우 수평베기 메자니 두 방향, 좌/우 대각선 올려베기 소타니 두 방향, 그리고 찌르기 푼타 일곱개로 구성한다. 물론 펜덴테를 수직 내려베기로도 할 수 있고, 수직 소타니도 할 수 있다. 같은 방향의 베기라도 롱 엣지 베기, 숏 엣지 베기가 둘 다 들어갈 수 있음은 당연하다. 이 일곱 방향은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궤도를 말하는 것이다.
세떼 스파다 주변에는 검을 사용하는 마음가짐을 상징하는 네 동물들이 그려져있다.
스라소니(머리 위): "어떤 동물도 나보다 명혹하게 보지 못한다, 스라소니와 (나는) 컴파스로 측정하고 있다. 조심스러움."
사자(우측): "그 누구도 나보다 담대하지 못할 것이다, 사자와 나는 전투에서 누구에게라도 도전한다. 용기."
호랑이(좌측): "나는 호랑이, 잽싸게 달리고 돌아선다, 하늘을 나는 화살조차 나를 압도하지 못할 것이다. 재빠름."
코끼리(아래): "나는 코끼리이며 성채를 짊어지고 있다, 고로 나는 결코 무릎꿇지 않을 것이며 나의 진정한 위치를 잃지도 않는다. 힘."

안쪽과 바깥쪽의 구분. 바로 섰을때는 안쪽은 당연히 몸의 중심부, 가슴, 머리, 가랑이를 말하고 바깥쪽은 팔다리를 말한다. 그러나 신체의 어느 한쪽을 앞으로 내딛은 상태에서는 가슴이 보는 쪽이 안쪽, 등이 보는 쪽이 바깥쪽이 된다. 왼발을 앞으로 내딛은 상태라면 나의 오른쪽이 나의 안쪽이 되고, 왼쪽이 바깥쪽이 된다. 오른발을 내딛고 있는 상대의 안쪽을 치려면 나는 정방향 베기를 해야 할 것이고 상대의 바깥쪽을 친다면 역방향 베기를 한다는 의미가 된다.

2.4 상세 기술

마이스터하우(Meisterhau)[5]는 독일 검술의 오의에 해당하는 다섯가지 기술이다.
1. Zornhau
존하우(혹은 쏜하우)는 분노의 베기라는 뜻인데, 열받은 놈이 칼 내리찍듯 인간이 가장 강력하게 구사할 수 있고, 가장 본능적으로 구사하는 베기 자세라서 이렇게 불린다. 바로 대각선 내려베기인데, 사실 수직베기는 검술의 수련을 해야 제대로 구사하는 어려운 자세이고, 수평베기는 엄청나게 고난이도 베기이다. 하지만 검은 한번도 못잡아 본 보통 사람에게 몽둥이를 쥐어주면 오른손잡이의 경우 막대기를 잡고 우측 상단에서 좌측 하단으로 대각선으로 내려친다. 영장류 동물도 마찬가지로 이 동작을 한다. 팔과 어깨의 구조 상 이 자세가 가장 자연스럽기 때문에, 가장 쉽고, 가장 빠르며, 가장 강력한 것이다. 기본 자세인 폼탁에서 발출하는 공격 역시 이 자세가 기본으로 나오며, 가장 강력하기 때문에 상대는 가장 막기 힘들다. 정교한 카운터, 또는 회피가 아니라면 이 공격을 막기 어렵다.

하지만 이렇게만 보면 존하우는 전혀 특별해보이지 않는다. 사실 존하우는 단순히 빠르고 강한 대각선 베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르는 순간적인 후속기까지 포함해서 존하우가 완성된다. 존하우는 일반적인 대각선 베기와는 달리, 칼이 낮은 행잉에서 정지하여 항상 칼끝이 상대를 노리도록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하면 상대가 약하게 맞받아치면 상대 칼의 측면을 강하게 쳐서 튕기는 반동으로 칼끝을 상대 얼굴에 밀어넣고, 상대가 강하게 휘두르면 칼을 순간적으로 빼서 헛스윙하게 만든 다음 내려치고, 상대와 비슷한 힘과 조심성으로 접촉하는 경우 칼을 당기거나 상대 칼끝을 내 칼몸으로 누르거나 당겨올려서 빈틈을 만들어 찌르거나 베어넣고, 가까이서 부딪히면 지렛대처럼 누르는 등의 연속기가 들어간다. 공격과 동시에 상대 공격을 쳐내거나 후속으로 빗겨들어가는 공방일체의 한박자 공격이기 때문에 존하우와 연계기는 방어가 극히 까다롭다.

2. Krumphau
크룸프하우는 측면 대각선으로 발을 디뎌서 나와 상대의 위치관계를 바꾸면서, 칼을 와이퍼처럼 내리치는 자세라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 상대의 중심선을 피하면서 넣는 공격이기 때문에 역시 공방일체의 기술이다. 다만 ARMA에서는 이것을 하단에서 올려베는 것으로 해석하는데 다른 중세 검술단체와 가장 차이나는 부분이다. 와이퍼 컷은 상대의 검을 빗겨나게 하는 것으로 상대를 베는 공격을 의미하는 hau(cut)와는 맞지 않는다.

3. Zwerchhau
높은 상단 수평 베기. 옥스 자세에서 수평으로 베는 것으로, 좌 우 옥스 자세를 수평 베기로 연결한다고 보면 된다. 상대방의 내려베기를 쳐내는 동시에 크로스로 막으면서 상대 머리를 치는 자세가 되기 때문에 역시 공방 일체이며, 설령 즈베히하우가 막히더라도 반대쪽 즈베히하우를 즉각 넣을 수 있어서 좌우 연타가 아주 빠르게 들어간다.

4. Schielhau
쉴하우는 팔을 뻗어 행잉 자세가 되면서 비틀어 숏엣지로 내리치는 것으로 해석한다. 짧은 간격에서는 낮은 행잉으로, 긴 간격에서는 높은 행잉으로 실시하면 좋고 상대가 내민 칼을 치우면서 반격하는 것에 적합하다.

5. Scheitelhau
샤이틀하우는 손을 특히 높이 들어올린 수직 내리치기 기술이다. 마치 팔을 쭉 뻗어 낚싯대를 던지는듯한 동작으로, 간격이 몹시 긴데다 상대의 낮은 공격을 회피하면서 상대의 머리를 칠 수 있기 때문에 어설프게 하단 공격하는 자를 간단하게 공략할 수 있다. 컷이 끝났을 때 알버 자세가 된다.

이 다섯가지 기술이 공방일체, 모르는 자는 절대 막을 수 없다고까지 장담하는 독일 검술의 오의이다. 게다가 이 기술들은 아는 사람이 막아도 연속기로 카운터치고, 그 카운터를 다시 카운터하는 기법이 잘 발달한지라 잘 모르면 정말로 상대하기 어렵다. 다만 현대의 서양 검술 연구가들 중에 마스터컷의 형태에 대해 독자적 해석을 가진 사람도 있으므로, 여기 설명은 확정적이지 않으며 대체로 지금까지 널리 통용되던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7. Vier Versetzen
마스터컷 중 네가지는 특정 자세를 전문적으로 카운터치는 기법이다. 이를 Vier Versetzen, 네가지 빗겨내기(또는 쳐내기)라고 부른다.

  • 크룸프는 옥스 자세를 깨트린다. 옥스의 칼끝을 측면으로 회피하면서 내리쳐서 어깨나 팔, 칼을 제압하는 형식.
  • 즈베히하우는 폼탁을 깨트린다. 폼탁은 상단베기의 자세이고, 즈베히하우는 상단베기 전문 카운터이다.
  • 쉴하우는 플루크를 깨트린다. 쉴하우는 행잉과 공격이 결합된 자세이므로, 플루크나 롱포인트를 빗기면서 쳐들어간다.
  • 샤이틀하우는 알버를 깨트린다. 샤이틀하우는 하단에 대해 절대적 우위이므로 알버에 대해서도 절대적으로 강하다.

독일 검술의 간격을 가리키는 용어로 Zufechten, Krieg, Abzug 세가지가 흔히 쓰인다. 주페히튼은 서로 칼이 도달하지 않는 먼 간격, 싸움이 시작되는 간격을 말한다. 이정도 원거리에서도 견제와 기습, 큰 보법을 이용해서 단숨에 간격으로 치고들어갈수 있기 때문에 방심할 수 없는 단계이다. 가끔 이것보다 좀 가까운, 칼이 서로 닿을 수 있는 간격을 가리키는 안빈든이라는 용어를 크릭과의 중간에 끼우기도 한다. 크릭은 칼이 교차하고 열전이 벌어지는 간격. 크릭은 몇가지 용법이 있지만 여기서는 안빈덴보다 가까운 간격. 압주그는 교전을 하고 난 뒤 상대에게 맞지 않으면서 빠져나가는 단계를 말한다.

독일 검술에는 박자, 타이밍을 가리키는 세가지 관념이 있는데 vor, indes, nach이다. 포는 이전, 앞선 박자를 말한다. 상대의 공격을 읽고 반박자 앞서 공격하면 당연히 상대는 내려다가 공격을 당하게 되는지라 막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방어할 수 밖에 없도록 강요당하므로, 포는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전술적 선택이다. 링엑이 말했듯 공격적이고 과감한 공격이 중요한 것이다.

인데스는 동시라는 뜻으로, 상대와 같은 박자에 공격을 넣는 것이다. 무식하게 동시에 공격해서 같이 죽자! 는게 아니라, 마스터컷들이 말하는 공방일체의 오의를 담아서 상대와 같은 박자에 상대에게 강한 공격을 하면 나는 상대 공격을 깨트리지만 상대는 내 공격을 막을 수가 없게 된다. 공격이면서 동시에 절대적인 방어가 되는 필승의 기술이다.

나흐는 느린 박자인데, 상대의 공격을 피하면 상대는 자세를 바로잡을 때까지 순간적인 빈 틈이 생기는데 나흐는 그것을 노리고 일부러 느린 박자에 공격을 넣어서 상대가 방어하도록 만드는, 느린 박자의 공격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상대를 수세로 몰아넣어서 선제권을 따오는 박자이다. 검도로 치자면 후의 선 개념에 해당하겠다.

8. Nachreissen
나흐라이센이 나흐 박자를 이용한 공격을 말한다. 상대가 공격해올때 일부러 살짝 피하거나 바인드해서 흘려보내면서 반박자 뒤에 치거나 찌르는 기술이다.

9. Uberlauffen
샤이틀하우 항목에서 하단을 치는 것을 샤이틀하우로 카운터친다고 설명했는데, 이것을 가리키는 원리가 바로 우버라우펜이다. 타고올라가기, 타고 넘기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데, 한마디로 "높은 위치(상단)을 공격하는 사람은 낮은 위치(하단)을 공격하는 사람보다 우세하다"라는, 검을 들고 싸우는 인간의 신체적 구조에 따른 당연하면서 합리적인 원리이다. 하단을 공격하는 사람보다 상단을 공격하는 사람은 당연히 리치가 길다. 칼을 쥐고 있는 어깨는 높은 위치에 달려있기 때문에 하단을 치려고 하면 대각선으로 길게 공격해야 하지만, 상단을 치는 경우 직선 거리라서 리치가 가깝다. 고로 상대가 다리를 향해 공격하면, 그 다리를 뒤로 한스텝 아슬아슬한 간격까지만 빼고 상대 머리를 치면 상대 칼은 피하지만 내 칼은 닿는다. 뿐만아니라 하체에 공격을 당하는 것보다 머리와 어깨, 팔이 달린 상체에 공격을 당하는 것이 훨씬 치명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독일 검술이 하체 공격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칼을 던지듯이 폼멜만 잡고 기습적으로 하체에 찔러넣는 기술 같은 독특한 것도 있고(다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상대와 바인드 하면서 운터하우를 넣는 식으로 상대가 미처 못보는 간격을 이용하여 하체 공격을 하는 등의 기술도 있다. 단지 독일 검술은 기본 검리에서 높은 공격이 전술적으로 우세하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10. Absetzen
압셋젠은 상대와 칼이 바인드할때, 플랫으로 밀어내거나 살짝 감아서 비키는 동시에 찌르기로 들어가는 것이다. 찌르기 동작이 일직선이 아니라 살짝 감던가 비켜나는 곡선적 동작이 포함되어, 상대 칼을 비켜나게 만들어서, 방어와 찌르기 반격이 혼합되는 양식이다.

11. Durchwechseln
두히벡센도 바인드에서 써먹는 기술로, 상대에게 베고 찔러넣었을때 상대가 막고 바인드하는 경우, 그것에 저항하지 않고 칼이 미끄러져내려가게 두었다가 상대 칼 밑으로 통과해서 다른 방향으로 들어가서 찌르기를 다시 하는 기술이다.

12. Zucken
츠켄은 기본적으로 연타 기술이다. 상대방을 한쪽에서 쳤을때 상대가 잘 막으면, 신속하게 그 반동으로 내 칼을 올려 상대 칼이 막은 위치를 벗어난 다음 반대편으로 친다. 그것도 막으면 다시 반대편으로 돌아가서 치거나 다른 기술을 이용해서 타고 넘어가거나 빗겨내면서 치는 기술이다.

13. Durchlaufen
두히라우펜은 달려들어 통과하다 정도의 뜻으로, 상대가 강한 힘으로 맞부딪히는 경우 칼을 치켜올려 힘을 분산시키고 상대의 균형을 무너트리는 동시에 접근해서 상대에게 레슬링을 건다. 그래서 두히라우펜은 대개 칼을 든 상태에서의 링엔(Ringen am Schwert)와 함께 쓰이는 경우가 많다.

14. Abschneiden
상대와 바인드 한다든지 해서 내 칼이 상대의 몸 가까운 부분, 대개 팔에 얕게 접촉하는 경우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대로 밀거나 당기면서 썰어주는 기술은 압슈나이든이라고 부른다.

15. Hende Drucken
헨드 드루큰은 전투 중 가장 앞쪽에 노출되어있는 위치인 상대의 손이나 팔목 아래쪽부터 칼을 갖대대고 감아 올려서 위로 올린 다음 베면서 밀어내는, 상대의 손에 대한 견제적인 의미가 강한 공격이다. 성공하면 상대의 손을 베어서 전투력을 감쇄시키고, 베지 못하더라도 강한 견제가 들어가게 된다.

16. Hengen
행엔은 행잉, 매달린이라는 뜻으로 칼을 들어올린 자세를 말하는데 고정된 가드라기보단 방어이자 중간 과정인 동작이다. 상단 행잉은 옥스를 떠올리면 되는데, 거기서 좀 더 칼을 내밀어서 상대의 칼을 막거나 걷어올리는 과정이 행잉이다. 하단 행잉은 플루크에서 칼을 내밀어서 상대 칼과 부딪힌 상태를 연상하면 된다. 행잉을 할때는 칼끝이 상대를 향하고, 전방으로 내밀고 있기 때문에 방어 동작으로 쓰임과 동시에 견제의 의미가 있다.

17. Winden
빈덴은 칼을 감거나 돌려주는 동작으로 위치를 이동시켜서 칼끝을 상대의 열린 공간으로 옮기는 감는 동작이다. 다시말해 상대의 약점, 열린 공간을 찾아가는 동작이다. 스트롱을 회전/감아서 상대 칼의 위크에 대고 레버리지를 얻는 식으로 바인드 상태에서 할 수도 있고, 상대 칼과 접촉 없이 돌려서 빈틈을 찾아가는 수도 있다.

2.5 영상 예제


존하우에 이은 연계기의 시범. 기술 걸기 전까지는 페인트나 견제가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듯이, 힘과 속도를 컨트롤한 프리플레이 형식의 시연이다. 기술이 들어온 후에 방어와 반격을 안하고 맞아주는 것은 예시를 들기 위해서이다. 시범을 보여주기 위해 걸면 가만히 맞아주고 반격을 안하는 것은 일본 검술에서도, 중국 무술에서도 흔히 하는 것이다.


초반의 수직 베기를 상단 수평베기로 반격하는 것이 즈베히하우의 예시. 한번을 막아내면 즉시 반대편으로 다시 들어간다. 그리고 그것을 카운터치는 법까지 포함. 28초부터 압셋젠. 1분 17초부터 오버하우에 대한 나흐라이센의 시범.
  1. 스승 중 독일인도 있는데, 리히테나워 혹은 그 계보의 사람이 아닐까, 즉 피오레가 독일계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도 있다.
  2. 아마도 데스트레싸 꼬문의 기술을 대량으로 채용했을 것으로 추측되는
  3. 일본도는 퍼멀이 없어 구조적으로 CoB가 서양검보다 멀리 있기 쉬운 스타일이지만, 사실은 그립이 길어서 별 문제 안된다. 트루 투핸더도 극단적으로 길지만 그립도 아주 길게 만들어서 레버리지를 얻는다. 반대로 아밍 소드 같은 한손검은 레버리지를 얻기 힘들지만 퍼멀 덕분에 밸런스가 좋게 느껴진다.
  4. 다만 그림은 좀 과장이 있다. 너무 팔을 뒤로 당기지는 말고. 퍼멀이 허리 가까이에 위치하는 정도로만.
  5. 영어로는 마스터 컷Master C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