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로 셔츠

• 패션 관련 정보

1 정의

가는 이랑직의 튼튼한 면포로 만든 셔츠. 피케(pique) 면을 이용했기에 피케 셔츠로 불리우기도 한다. 흔히 셔츠 옷깃에 앞이 트인 디자인으로 단추가 1~4개가 달린 스포티한 디자인의 반소매 혹은 긴팔 셔츠를 의미한다. 기본적으로는 반팔이며 통풍성이 좋아 여름용 남성복으로 널리 애용되며, 여성들도 골프나 테니스 등의 스포츠 웨어 및 캐주얼웨어로 많이 입는다. 간혹 기능을 위해 긴팔인 폴로 셔츠도 있다.

2 역사

19세기 인도에 진주해 있던 영국군이, 인도인들끼리 마상 구기 시합을 즐기는 모습을 보고 "우리도 해보자!" 하고 영국식 폴로 경기를 만들어냈다. 이들의 당시 상의는 두꺼운 면으로 만든 긴팔 셔츠로 강렬한 햇살과 더위 때문에 큼지막한 칼라가 달려 있었다. 그런데 말 위에서 정신없이 폴로를 하면 바람 때문에 칼라가 자꾸 얼굴에 부딛히는 것이 아닌가. 때문에 폴로를 할 때는 칼라를 고정할 수 있는 단추를 달아 이를 막았다.

이들 영국인들이 본국에 돌아와서 폴로 경기를 선보였을 때, 영국 날씨는 인도처럼 덥지는 않았지만 폴로용 셔츠는 이미 경기 유니폼화되었기 때문에 영국 폴로선수들은 이를 그대로 입었다. 하지만 이 운동복을 처음으로 상품화한 것은 영국인이 아니라 미국 회사인 브룩스 브러더스인데, 19세기 말에 창업주의 손자인 존 E. 브룩스가 영국에서 폴로 경기를 구경하다가 칼라에 버튼이 달린 면 셔츠의 실용성을 알아채고는 할아버지에게 이 셔츠의 상품화를 제안한 것.

하지만 이 "폴로용 셔츠"를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폴로 셔츠에 보다 가까운 형태로 재탄생시킨 것은 브룩스 브러더스도 아니고 폴로 선수도 아닌 프랑스의 테니스 스타 르네 라코스테였다. 그는 폴로용 셔츠를 테니스 경기용 셔츠로 사용하기 위해 몇가지 개조를 가했는데, 첫째로 "피케(pique) 코튼"이라는 기계 직조된 면으로 재질을 바꿈으로써 셔츠가 보다 시원하고 대량 생산이 가능하도록 하였으며, 경기 중에 셔츠가 바지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도록 셔츠 아랫단의 뒷쪽이 앞쪽보다 긴 "테니스 컷"을 디자인하였고, 그때까지는 긴팔이었던 폴로용 셔츠를 반팔로 만들었다. 또한 카라를 접었다 폈다 하며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목 뒷부분을 보호할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였다. 라코스테는 자신의 상징인 악어(라코스테의 별명이 "크로코다일"이었다) 그림을 새긴 이 셔츠를 입고 1926년 US 오픈에서 당당히 우승함으로써 미국과 유럽에 이 특이한 셔츠의 존재를 널리 알렸다.

르네 라코스테와 수잔 렝글렌의 혼성 복식 경기 모습.

1933년에 라코스테가 자신의 패션 브랜드인 라코스테를 론칭하였을 때 당연히 이 셔츠는 라코스테의 주요 제품 중 하나였는데, 이만큼 개조를 했으면 당연히 "테니스 셔츠"라고 불러야 할 것임에도 라코스테는 "원래 폴로용 셔츠에서 유래한 옷이므로 폴로 셔츠"라고 이름을 붙였다.

라코스테 폴로 셔츠 초창기 모델.

이후 한동안 폴로 셔츠는 고급 남성복으로 백화점이나 전문 남성복 매장에서만 판매하였으며, 지금처럼 누구나 즐겨 입는 옷은 아니었다. 또한 미국 대통령인 아이젠하워가 골프복으로 라코스테 폴로 셔츠를 입은 모습이 사진에 종종 실리면서, 미국의 골퍼들은 모두 라코스테 폴로 셔츠를 유니폼처럼 입기 시작했다.

유달리 라코스테 폴로를 자주 입었던 아이젠하워(오른쪽). 왼쪽 사람의 펭귄 그림 셔츠는 우리나라에서 "먼싱웨어"라 널리 알려진 "펭귄" 셔츠이다. 그런데 왼쪽 사람인 프로골퍼 아놀드 파머 역시 나중에 자신의 패션 브랜드인 "아놀드 파머"를 론칭했으니 이 사진에 나온 빅 브랜드는 총합 셋?

프랑스 브랜드인 라코스테가 본가인 영국을 제치고 폴로 셔츠를 독점하는 것이 눈꼴시었는지(...), 영국 테니스 스타인 프레드 페리 역시 1952년에 윔블던에서 자기 브랜드의 폴로 셔츠를 선보이며 프레드 페리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론칭하였다. 페리의 폴로 셔츠가 바로 오늘날의 폴로 셔츠로서, 가슴에 자수로 새겨진 로고(이전의 라코스테 폴로 셔츠는 따로 제작된 로고가 가슴에 부착되어 있었다)가 특징이었고 무엇보다 가격이 쌌다. 여태까지는 유한계급의 스포츠웨어로만 애용되던 폴로 셔츠를, 서민과 청소년도 즐겨 입는 평상복으로 탈바꿈시킨 것은 프레드페리인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폴로 셔츠"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올리는 "폴로 랄프 로렌"은 오히려 가장 늦게 등장한 신참이다. 1972년에 미국 뉴욕에서 론칭된 "폴로" 브랜드(오늘날에는 "랄프 로렌"이라고 불리지만 론칭 당시 브랜드 네임은 "폴로"였다)는, 고급스런 이미지를 위해 상류층의 스포츠였던 폴로 경기를 아예 브랜드 네임으로 이용하는 대담함을 보였다. 왜 이게 대담함인가 하면 이 셔츠를 "폴로 셔츠"로 이름붙인 것은 당시 스포츠 패션웨어계의 거물로 자리잡고 있던 프랑스 라코스테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라코스테는 소송을 걸었고, 폴로와 라코스테는 1980~1990년대 내내 길고 지루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그러나 결과는 폴로(랄프 로렌)의 승리였으며, 이로 인해 "폴로"나 "폴로 셔츠"는 특정 브랜드의 제품명이 아니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일반명사가 된 것이다(아이러니컬하게도 이로 인해 "폴로"는 차별화를 위해 "랄프 로렌"으로 브랜드 메인네임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지금이야 랄프 로렌이 나름 고가 브랜드로 인식되지만, "폴로" 브랜드 셔츠는 당시 라코스테와는 비교가 되지 않게 저렴한 대중 브랜드였으며, 당시 미국 청소년들은 대부분 폴로 브랜드의 폴로 셔츠를 평상복으로 즐겨 입었다. 이들이 자라 대학에 가서도 폴로 셔츠를 계속 즐겨 입었기에 폴로 셔츠는 미국 대학, 특히 아이비 리그의 남학생들의 유니폼 비슷하게 자리잡았으며, 폴로와 라코스테의 재판 결과를 본 미국 기업들도 "폴로 셔츠 아무나 만들어도 되는겨? 그럼 우리도 우리 회사 로고 새겨서 유니폼으로 써도 아무런 문제 없네?" 하고 사원들의 유니폼으로 자사 로고가 새겨진 폴로 셔츠를 사용하기 시작, 오늘날 많은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폴로 셔츠를 입고 있다.

3 실용성과 격식

폴로 셔츠의 경우 그 처음 의도와 같이 스포츠를 위해 만들어져 실용성이 굉장히 좋다. 폴로를 비롯해 테니스, 골프 등의 다양한 스포츠 선수들이 애용하고 있다.

일반적인 셔츠보다는 편하며, 칼라가 달린 경우는 티셔츠보다는 조금 더 단정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유니폼으로도 많이 이용되고 있다. 또한 오염에 강하고 내구성도 좋아 한 번 구매하면 색이 많이 바래거나 하지 않는 이상 꾸준히 오랜 시간 입기 좋은 아이템이다. 실제로 열악한 해외 현장에서 근무하는 이들이 유니폼처럼 입는 셔츠이며, PMC나 사복경호원같은 경우 튀지 않으면서도 활동성과 내구성이 우수한 복장으로 애용된다. 이렇다 보니 태양광 차단이나 땀의 급속건조 등 기능을 부여한 섬유로 만들어진 폴로셔츠도 많은데, 그런 처리까지 하지 않아도 피케 천 자체가 충분히 시원하고 발한성도 좋다.

007도 즐겨 입는 폴로 셔츠.

남녀 노소 모두 입을 수 있으며, 데님, 슬랙스, 정장 바지 등 하의의 형태와 재질을 가리지 않고 매치되는 극강의 범용성을 가진 셔츠다. 청바지 위에 셔츠단을 밖으로 내어 입으면 편안한 캐주얼 룩이 연출되며 카키바지나 정장바지 위에 셔츠단을 바지 안으로 넣고 입으면 세미-비즈니스 캐주얼 정도의 격식이 갖춰진다.

단, 아무리 단정히 차려입어도 폴로 셔츠는 세미-비즈니스 캐주얼 수준의 격식밖에 없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비즈니스 캐주얼 착용바람"이라고 초대장에 적혀있을 경우 폴로 셔츠는 다시한번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당신이 그 자리에서 가장 상급자라면 난닝구 입고가도 되고 폴로 셔츠면 충분하지만, 그게 아닐 경우 "저 친구 대단한걸?" 하는 말을 (여러가지 의미로) 듣게 될지도 모른다.
게다가 "자켓 필수"라고 지정된 경우, 폴로 셔츠는 피하고 옥스포드 셔츠나 드레스 셔츠를 입도록 하자. 아니면 차라리 배째라 하고 크루넥 티셔츠 위에 캐주얼한 느낌의 자켓을 입던지. 폴로 셔츠 위에 블레이저나 스포츠 자켓 등을 입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폴로 셔츠는 칼라(목 깃) 자체가 자켓과 함께 입도록 되어 있질 않다.

아주 간혹 폴로 셔츠 위에 넥타이를 매는 경우가 있는데, 정석은 아니니 가급적 피하도록 하자.

또한 폴로 셔츠 아래에는 언더셔츠를 입지 않는다. 애당초 홑겹으로 입게 되어 있는 옷인데다, 언더셔츠를 입으면 피케 천이 땀을 빨아들여 모세관 현상으로 증발시켜 버리는 것을 방해한다. 유두가 보이는건 테이프를 붙이던가 해서 해결하자.

원래는 피케 면으로 만드는 것이 정석이지만 고급형은 실크로 만들어진 경우도 있고, 업무용인 경우 레이온이나 폴리에스터 같은 합섬으로 만드는 경우도 많다. 단 PMC처럼 위험직 종사자의 경우 반드시 면으로 된 폴로 셔츠를 입는데, 사제폭발물 등으로 공격당할 경우 합섬은 불타면서 몸에 달라붙기 때문이다.

올바른 치수의 폴로 셔츠를 입는 것은 간단한데도, 치수가 안 맞는 폴로 셔츠를 입은 사람을 의외로 흔히 볼 수 있다.

• 길이: 셔츠의 뒷쪽 아랫단이 엉덩이의 중간보다 내려와서는 안된다. 셔츠가 너무 길면 바지 밖으로 입을 경우 정말 우스꽝스러울 뿐더러, 바지 안에 셔츠단을 넣어 입을 경우 바지 안에 기저귀를 찬 것처럼 펑퍼짐한 모습이 된다.
• 소매: 소매가 너무 헐렁해서도 안되고 너무 꽉 끼어도 안된다. 팔과 소매 사이에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있는 크기가 최적이다. 물론 팔이 너무 가늘거나 너무 우람해서 그것이 불가능한 사람도 있겠지만.
• 전체적인 핏: 몸매가 드러날 정도로 폴로 셔츠가 딱 맞는 것은 좋지 않다. 헐렁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맞는 핏이 가장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