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논쟁.
1 하산이란?
하산이란 말 그대로 산 아래로 내려간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일본 경제에서 하산의 의미는 성장주의를 그만두자라는것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2 하산 논쟁의 시작
하산 논쟁의 시작은 이츠키 히로유키가 불붙였다. 그의 저서인 "하산의 사상"에서 이츠키는 이미 일본은 메이지 유신이래로 근대화와 산업화를 거치면서 엄청나게 성장해있다라면서 일본에게 더 올라갈 산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이제 안전하게 내려갈것을 고민하는게 일본의 화두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이제 성장중심에서 다른쪽으로 방향을 돌리자는 주장이다.
이런 이츠키의 주장이 담긴 "하산의 사상"은 20만부가 순식간에 팔려나갔고 일본 온오프라인상에서 격렬한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일본 경제학계에서도 성장중심주의의 방향을 돌리자는 주장이 이츠키의 책이 출간되기 전부터 나오기도 했다. 이미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을 넘어서서 잃어버린 20년이 돼 가는 마당에 경제성장에 매달리면 신흥 경제성장 국가들과의 수출 경쟁이 불가피하고 엔고로 인해 수출 경쟁력이 신흥 경제성장 국가들에 비해서 위력을 가지지 못한다면 방향을 돌리는게 낫지 않느냐는 것이다.
3 하산 논쟁의 면모
이런 하산 논쟁은 여러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고도 경제성장기를 거치며 엄청난 저축을 쌓아놓고 사는 기성세대와는 달리 프리터 생활을 전전하는 일본 젊은이들이 보기에 하산 논쟁은 귀신 씨나라까먹는 소리라는 반응도 있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젊은이들은 하산은 커녕 아직 등산로도 못찾았다"라는 비아냥이 나오며 저축 쌓아두고 사는 늙은것들의 배부른 소리라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경제학계에서도 논쟁중인데 일본의 무역수지가 적자인 반면 해외투자로 인한 소득이 무역수지를 능가한 만큼 금융 위주로 경제를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하산론 쪽에 손을 드는 경제학자가 있는가하면, 성장을 포기하면 현재의 경제수준을 유지하는게 불가능할것이라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일본 정계에서는 하산 논쟁이 원전 재가동 논쟁과 결합되어 나타났다. 에다노 유키오 경제산업상은 성장보다는 내수산업 육성을 중시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비치는 반면 마에하라 세이지 전 외상은 한국에도 밀리는 일본 기업들을 정부차원에서 대폭 지원하고 산업 활력 차원에서 원전 재가동을 추진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4 일본 경제는 과연?
사실 하산 논쟁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렇게 새로운 주장은 아니라고 볼수있다. 이미 70년대에도 다나카 가쿠에이와 후쿠다 다케오가 비슷한 논쟁을 벌인바 있다. 다나카 가쿠에이가 성장론을 내세우며 과도한 토목경기를 불러일으킨 반면 후쿠다 다케오는 수출중심 경제의 위기가 올것이라면서 내수산업 진작을 주장했던적이 있다.
한편으로 영국병의 역사를 살펴봐도 하산 논쟁의 흐름을 볼수 있다. 실제로 하산론을 지지하는 경제학자들은 일본이 제조업 중심의 수출경제에서 금융,서비스 위주의 투자경제로 전향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하는데 이는 영국 노동당의 제3의 길 정책과도 유사하다.
5 한국은?
한국에서는 아직 성장론이 훨씬 우세한 상황이지만 이명박 정부하에서 분배와 복지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물론 한국에서도 성장중심주의를 바꾸자는 목소리가 일부 있으나 대체적으로는 미친소리로 치부되는걸로 보면 하산 논쟁과 비슷한 논쟁이 일어날 날은 한국으로선 아직은 먼 이야기인걸로 보인다.
- 관련항목: 일본/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