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노르웨이의 작가 요 네스뵈의 대표작으로, 오슬로 경찰청의 해리 홀레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시리즈이다.
해리 홀레 시리즈는 노르웨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으며 유럽에서도 널리 알려졌고 더불어 한국에서까지 그의 소설이 번역되는 등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다만 한국에서는 순서대로 출판되지 않고 출판사 입맛대로 출판되고있다. 각각의 책들이 백과사전 급으로 매우 두껍다.
2 시리즈 목록
<원제> (노르웨이 출판 연도) - <한국 출판명>
- <The Bat> (1997) - <박쥐>
- <Cockroaches> (1998) - <바퀴벌레>
- <The Redbreast> (2000) - <레드브레스트>
- <Nemesis> (2002) - <네메시스>
- <The Devil's Star> (2003) - <데빌즈 스타>
- <The Redeemer> (2005)
- <The Snowman> (2007) - <스노우맨>
- <The Leopard> (2009) - <레오파드>
- <Phantom> (2011)
- <Police> (2013)
3 상세
보통 팬들이나 평론가들이나 가장 걸작으로 치는 것은 《스노우맨》. 작가 본인이 가장 잘 썼다고 생각하는 작품은 《레드브레스트》. 사실 《레드브레스트》가 네스뵈의 개인사가 가장 많이 반영된 작품이기 때문에 애정이 갈 수 밖에 없을 듯하다. 《레드브레스트》는 나치 점령 당시 나치에 협조한 노르웨이인들과 독립 투쟁을 했던 노르웨이 인들 사이의 역사 청산이 이야기의 큰 줄기 중 하나인데, 요 네스뵈의 아버지는 나치에 협조한 노르웨이인이었고 어머니는 레지스탕스였다. 둘이 어떻게 만난 거지 《레드브레스트》의 소재 자체가 원래는 요 네스뵈의 아버지가 쓸 이야기였으나 그 전에 사망한 탓에 아들이 이어받은 것.
전업 작가로 시작한 사람은 아니다보니 시리즈 전체적으로 보면 작품마다 퀄리티 기복이 있다. 특히 시리즈 첫 작품인 《박쥐》와 시리즈 두 번째 작품 《바퀴벌레》는 당시 요 네스뵈의 필력이 무르익지 않았기 때문에 뻔하디 뻔한 미국 하드보일드 형사물, 페이지 터너와 다를 바가 없어 적잖이 실망하게 된다. 다만 팬들이 가장 이질적으로 꼽는, 필력이 가장 무르익지 않았던 작품으로 꼽는, 지나치게 영미권 하드보일드 형사물의 판박이라고 꼽는, 그래서 싫어하는 사람도 가장 많은 시리즈 첫 작품 《박쥐》는 자신의 작품을 탈고한 후 단 한 번도 읽지 않는 네스뵈가 유일하게 반복해서 계속 읽는 작품이라고 한다. 《박쥐》가 가진 '날것의 느낌이 자신을 계속 환기시킨다' 라고.셀프 이불킥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작가의 필력이 점점 좋아지는 《레드브레스트》부터 《스노우맨》까지가 시리즈의 절정으로 꼽힌다. 특히 오슬로 삼부작부터는 노르웨이 사회의 문제를 심도깊게 조명하면서 페이지 터너의 가벼움과 더불어 사회 고발적인 무거운 면모를 겸비하면서 작품성의 깊이가 더해졌다는 평을 받는다. 작가의 통찰력이 심상찮은 수준임을 알게 해주는 단적인 예가 노르웨이 연쇄 테러. 이 사건 자체를 예견한 것은 아니지만 사건의 기폭제이기도 한 극우사상의 불씨가 오래전부터 잉태되었으며 극히 위험하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예견했다.[1]
4 주인공
대개의 경우 190센티미터가 넘는 키에 민첩하고 깡마른 몸, 박박 깎은 머리와 딸기코라는 표현으로 서술되는 닳아빠진 남성.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저거 주정뱅이/부랑자/거수자 아님??" 이라는 의문부터 품게 만들만큼 황폐한 분위기를 풍기고 다니지만 이와 별개로 "잘생기지는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매력이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물론 해리와 썸을 타는 여자들에게서.(...)
미국 FBI에서 연쇄살인범 체포 훈련을 받았고 실제로 체포한 경력도 있는 노르웨이 유일의 형사이다. 수사에 있어서는 천재적인 재능과 방법론을 갖추고 있어 여러 어려운 사건들을 독무대로 뛰다시피 해결했으며 오슬로 최고의 형사로서 스타 경찰 취급을 받고 방송을 타기도 했다. 사이클과 근육단련운동을 하며 순도 100퍼센트의 근육통을 즐기는 고독한 남자이기도 하다. 인생의 목표는 ‘악함’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것. 그리고 ‘사랑’이 어떤 것인지도 알게 되는 것. 중2병? 전술했듯 영 시원찮은 외모면서도 주로 여자들한테 인기가 많고, 록음악을 좋아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권위주의 따위는 가볍게 무시해버리는 반항적 언행에 일 중독기질까지 있어 모든 에피소드에서 상관들의 골칫거리가 된다. 알코올 중독은 덤. "근무중만 아니라면 떡이 되든 개가 되든 상관안함" 이라는 고용규정과 직속상관의 필사적인 실드 덕분에 가까스로 자리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나오는 책마다 "너 자꾸 이러면 확 짤라버린다/너 잘렸는데 여기서 뭐하니" 이라는 내용이 등장할 정도로 망가지는 수준이 심각하다. 나중엔 아예 힙 플라스크를 지참하고 근무시간까지 술을 마셔댈 정도.
사실 이러한 해리 홀레라는 캐릭터 자체에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만약 배경이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였다면, 그리고 주인공이 미국인이었다면 아무것도 새로울 게 없는 캐릭터가 바로 해리 홀레다. 사교성이 전무하고 형사라는 직업에 중독되어서 그 이외에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은 인물들의 삶은 필립 말로에서 해리 보슈 시리즈, 장르를 바꿔보면 그레고리 하우스까지 이제는 너무나 흔한 캐릭터가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해리 홀레와 상기한 캐릭터들을 비교하는 차별성은 홀레가 자신의 터전 오슬로와 노르웨이를 대하는 사회적인 시각으로부터 드러난다. 해외를 배경으로 하는 《바퀴벌레》까지는 말 그대로 페이지 터너에 불과한 시리즈이자 캐릭터였지만 노르웨이, 개중에서도 오슬로를 본격적으로 조명하는 《레드브레스트》부터는 이런 측면이 특히 두드러진다. 홀레의 시선과 행동을 통해 노르웨이 사회가 내포한 여러 문제들을 예리하게 짚어내며, 동시에 그러한 현실에 직면하면서 서서히 마모되어가는 인간으로서의 해리 홀레를 냉철하게 조명한다. 수줍게나마 헌팅도 걸어보고 알코올 중독에 맞서 싸우려던 의지를 지녔던 삼십대 초반의 유능한 형사로부터 시작해 범죄자에게 연인을 잃고, 여동생처럼 생각하던 후배와 아끼던 동료를 잃고, 믿었던 동료에게 배신당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거나 떠나보내고, 갈수록 심해지는 알코올 중독에 오십대를 바라보는 나이에 성격도 까칠해지고, 이러한 해리를 둘러싼 무대 역시 숨막히도록 고요한 하얀 사막과 같은 분위기를 띄게 된다. 어떤 시련에서든 종국적으로는 승리를 거두지만 그 대가로 소중한 무언가를 매번 잃어버리며, 때문에 승리에 대한 기쁨도 성취감도 없이 충동과 책임감으로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다음 시련으로 발을 들이밀고 마는 캐릭터가 해리 홀레인 것이다.[2] 이에 대한 사회적인 평가도 오슬로 경찰청의 스타에서 시작해 천덕꾸러기->트러블메이커->인간쓰레기로 점차 추락해 뒤로 갈수록 일부 동료를 제외한 동업자들에게까지 대놓고 눈총받는 경지에 이른다.[3]
네스뵈 작가는 '해리 홀레를 너무 괴롭히는 것 아니냐'는 농담섞인 질문에 '나도 미안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나씩 잃어가고 마모되어가는 게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라고 대답한 바 있다...아무래도 영고라인 확정.- ↑ 《레드브레스트》 집필시기는 노르웨이 연쇄 테러로부터 자그마치 10년 전이다.
- ↑ 특히 라켈과의 관계와 실연은 이후 계속해서 홀레를 따라다니며 그를 괴롭히는 원인이 된다. 《레드브레스트》에서 시작된 인연이 네메시스에서 한고비를 넘겨 안정되는가 싶더니 《데빌스 스타》에서 홀레 자신의 집착과 추락으로 인해 완전히 박살나고 만다. 이후 재결합할 정도까진 아니어도 나름 관계가 회복되려던 찰나 스노우맨 사건에 휘말리면서 아예 라켈 모자가 해외로 떠나버리는 결말을 맞는다. 그냥도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거니와 스노우맨에게 라켈이 지목당한 이유 중 하나가 해리 홀레와의 연관점이었기 때문.(...)
- ↑ 오슬로 삼부작의 흑막인 톰 볼레로를 죽인 후부터는 정황이야 어쨌든 동료 경찰을 죽였다는 낙인이 찍혀 더 이상 회생이 불가능한 수준까지 평판이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