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명칭이 현대중공업 부서별 축구대회인 이 리그는 흔히들 현대스리가라고 부른다. 회사 준공(1974년) 4년 뒤인 1978년 처음 시작해 2016년 현제 38회째를 맞은 현대스리가는 193개 팀이 참가하는 엄청난 규모다. 감독과 예비 선수를 포함해 선수단만 4000여 명이다. 웬만한 유럽 리그 규모도 현대스리가 앞에서는 꼬마 수준이다.
더 대단한 건 프로축구에도 없었던 승강제가 있다는 사실이다. 팀이 워낙 많다보니 전 시즌 성적을 토대로 3개 리그로 그룹을 나눈다. 한 리그에만 70개 팀이 모여 1, 2부 리그 팀 중 자체 리그에서 예선을 통과하는 팀들은 다음 시즌 상위 리그에 진출하고 성적이 좋지 않은 팀들은 하위 리그로 강등되는 시스템이다. 격년제에 토너먼트로 열리는 경기여서 한 번 지면 2년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올 시즌에도 무려 총 200여 차례의 경기가 열렸다.
아무리 조기축구라고 해도 갖출 건 다 갖췄다. 심지어 승리 수당도 있다. 부별로 1위부터 4위까지 80만∼30만 원씩 상금이 주어지는 가운데 경기에서 이길 때마다 승리수당 30만 원이 별도로 지급된다. 경기를 치르는 곳도 동네 운동장이 아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스페인과 터키 대표팀 훈련캠프로 이용됐던 울산 서부축구장(동구 서부동)과 강동축구장(북구 당사동)이 그들의 그라운드다. 최고의 잔디 구장에서 최고의 경기를 펼친다. 거의 월드컵 수준이다. 한마디로 세계 최대 직장인 축구대회.
심판도 아무나 할 수 없다. 무려 국제심판 자격증이 있는 '현대중공업의 콜리나' 조선계약운영부 김상우 과장을 비롯해 축구 심판 자격증을 보유한 직원 10여 명이 엄격한 판정을 내린다. 축구선수 출신 직원도 100여 명에 이르러 웬만한 조기축구 팀은 상대도 안 될 실력을 갖췄다. 1년에 4만 명이 응원을 위해 경기장을 찾을 정도다. 이 정도면 조기축구 수준이 아니다. 탄탄한 저변과 엄청난 열기, 뛰어난 실력 모두 상상을 초월한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이들이 비시즌기간 동안 전력 강화를 위해 전지훈련도 떠난다는 점이다. 부서MT를 빙자한 전지훈련을 통해 상위 리그 승격을 노리는 팀들도 다반사다. 축구선수 경력이 있는 사원을 영입하기 위한 스카우트 전쟁도 치열하다. 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도 생전에 대회 결과를 챙겼을 정도로 관심이 뜨겁고 중요한 경기는 사내방송을 통해 중계되기도 한다. 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1978년 열린 1회 대회에서 직접 등번호 1번을 달고 뛴 '레전드'다. 경기 후에는 팀 동료(?)들과 막걸리 파티를 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