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한국에 전해지는 전설로 삼국유사에 등재되어 있다.
'김현을 사랑한 호랑이'란 뜻으로 "김현감호(金現感虎)"라고도 한다.
1.1 내용
옛날 통일신라의 도읍인 경주에는 흥륜사라는 큰 절이 있었다. 매 년 음력 2월이 되면 아름다운 연등불을 달았고, 남녀들은 흥륜사 전탑에서 복을 빌며 탑돌이를 했다. 원성왕 때 김현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도 탑돌이를 하며 탑을 돌기 시작했고, 밤이 깊어 사람들이 없어져도 그는 탑돌이를 계속했다. 하늘에서 달빛이 은은하게 비치는 중 김현은 뒤에서 탑을 돌고 있던 처녀와 눈이 마주친다. 놀란 처녀는 고개를 숙이고 김현의 가슴은 두근거렸다. 탑돌이가 끝나고 김현은 처녀의 손을 덥석 잡고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겼노라 말한다. 처녀는 부끄러워 했지만 손을 빼지도 달아나지도 않고 살며시 미소짓는다. 김현은 기쁨에 차 처녀를 끌어안고 처녀도 고운 얼굴을 그의 가슴에 묻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처녀가 이제 가야 한다고 입을 연다. 김현은 그녀를 바래다주겠노라 말하고 처녀는 한사코 사양하지만 그는 억지로 처녀의 뒤를 따랐다. 산기슭에 있는 조그만 초가집에 들자 안에 있던 할머니가 누구냐고 묻자 처녀가 말하자 할머니는 처녀의 오빠들이 나쁜 짓을 할 것을 우려해 김현을 숨기라고 말한다. 처녀가 김현을 숨겨주자 커다란 호랑이 세마리가 집에 들어왔다. 호랑이들은 사람 냄새가 난다며 그를 잡아먹을 것이니 당장 내놓으라고 말한다. 할머니가 호랑이를 꾸짖지만 호랑이는 지지않고 사람을 내놓으라고 윽박지른다. 그러자 하늘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리더니 '함부로 사람을 죽인 죄로 너희들 중 하나를 죽이겠다'는 말소리가 들려온다. 호랑이들은 겁에 질려 덜덜 떨고 있을 때 처녀가 앞으로 오라비들이 못된 짓을 하지 못하게 약속할테니 자신이 대신 벌을 받겠다고 말한다. 호랑이들은 안도하며 도망치고 처녀는 김현에게 자신이 둔갑한 호랑이임을 밝힌다. 그러면서 김현 같은 이를 낭군으로 만나 너무나 행복했다고, 하지만 자신은 이제 벌을 대신 받아 죽어야 한다고 말한다. 처녀는 날이 밝으면 자신이 호랑이가 되어 사람들을 해칠 것이니 그가 호랑이를 잡아 없애서 벼슬을 받으라고 이른다. 김현은 기겁하며 거절하지만 처녀는 자신은 이미 죽기로 한 몸이니 낭군을 위해 죽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좋다고, 만약 자신을 불쌍히 여긴다면 자신을 위해 절을 지어달라 이른다. 다음날 사납고 덩치 큰 호랑이가 사람들을 해치며 돌아다녔고, 아무도 호랑이를 막을 수 없었다. 원성왕이 그 소식을 듣고 호랑이를 잡는 이에게 높은 벼슬을 주겠노라고 곳곳에 방을 건다. 김현이 호랑이를 마주하니 호랑이는 숲으로 도망쳤고 그는 호랑이를 쫓아갔다. 숲속에서 호랑이는 처녀로 변해 김현을 맞이한다. 처녀는 자신의 말대로 해주어서 고맙다고 말하며 자신에게 상처입은 사람들은 흥륜사의 간장을 발라서 나발 소리를 들으면 깨끗이 나을 것이라 이르며 죽더라도 자신을 잊지 말아달라는 말을 남기고 김현이 가지고 있던 칼을 뽑아 자기 목을 찔렀다. 처녀는 쓰러져 호랑이로 변했다. 김현은 호랑이를 감싸안고 슬피 울었다. 김현은 처녀 말대로 사람들을 치료하고 높은 벼슬에 올라 서쪽 시냇가에 호원사라는 절을 지었다. 호랑이의 소원을 담은 절이라는 뜻으로 김현은 틈나는대로 불경을 읽으며 호랑이 처녀의 명복을 빌었다. |
2 해석
한국 설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둔갑하는 호랑이 이야기이지만, 러브 스토리라는 파격적이면서 감성적인 내용이 특징. 탑을 돌다가 두 사람이 만났다는 점, 죽은 호랑이 처녀의 명복을 빌어주기 위해 김현이 절을 지어주었다는 점에서 통일신라 시대의 불교적 색채를 엿볼 수 있고, 새드엔딩으로 끝나는 이야기에서 진심으로 인간이 되고 싶어 탑을 돌며 인간이 되길 빌었고, 인간 남자와 사랑에 빠졌던 호랑이 처녀의 슬픈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