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성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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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어떤 몸에서 어떤 특징을 발현하는데는 예전에는 유전학이 전부인 줄 알았다. 이를 위해 SNP추적 및 여러가지 DNA서열을 비교하여, 빅데이터를 사용하여 어떤 특징이 어떤 유전자 및 SNP에 관련이 있는지를 추적해봤다. 예를 들면 키라던가 비만이라던가 추적해보았으나, 예상외로 유전정보가 충실하게 표현형을 반영하지 않는다는것을 알았다. 따라서 유전학 위에 존재하는 유전학, Epigenetics가 떠오르게 되었다. 흔히 '~외에, 더하여'의 뜻을 가진 접두사 'epi-'가 유전학을 뜻하는 'Genetics'에 붙은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후성발생을 뜻하는 'epigenesis'에서 파생된 단어이다.

Epigenome

염기 서열에 영향을 주진 않지만 히스톤 단백질의 변화 및 DNA 메틸화 등에 의해 후대에 유전될 수도 있는 기록.

복잡하고 긴 유전 정보를 핵이라는 조그만한 공간에 보관하여야 하는 관계로, 평상시에 DNA는 매우 작은 형태로 압축되어 있다. DNA를 코일처럼 감는 기둥 역할[1]을 하는 옥타머[2] 단백질인 히스톤은 번역 후 가공(Post-translational modification)[3]에 의해 DNA와 상대적으로 단단히, 또는 느슨하게 결합할 수 있는데, 이 결합 강도의 차이가 2차적인 정보 저장 기능을 한다. 만약 히스톤이 강한 결합을 이루어 DNA가 응축된 상태로 유지되면 염기서열 자체에 문제가 없더라도 RNA로의 전사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반대의 경우에는 전사에 관여하는 단백질이 풀린 DNA에 쉽게 결합할 수 있어 많은 양의 발현을 기대할 수 있다. 즉 DNA 염기 서열로 이루어져 있는 유전자가 전자회로에서의 특정한 전자 부품이라면 히스톤은 거기에 달라붙어있는 스위치와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DNA 메틸화 또한 후성유전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염기 중 하나인 시토신(C)에 메틸기가 붙어서 5-메틸시토신이 되느냐, 아니면 그냥 시토신을 유지하느냐가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주는데, DNA 상에서 5-메틸시토신이 존재하는 위치에 따라 역할이 천차만별이다. 대표적으로 유전자의 프로모터(Promoter) 부분 시토신에 메틸화가 과다하게 될 경우 유전자 발현이 억제된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에는 발현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

생물의 세포는 각종 발달 관련 인자들과 환경의 영향을 받아 최종적으로는 각기 다른 에피제놈 정보를 가진다.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영화에서 나오는 원본의 기억을 가진 복제인간은 사실상 매우 힘든데, 왜냐하면 어마어마하게 많은 뉴런들의 에피게놈에 저장된 정보들을 도저히 옮겨올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란성 쌍둥이도 태어날때는 대부분의 유전정보가 일치하나 성인이 되면 에피게놈 덕에 거의 일치하는 부분이 사라진다. 원본 DNA는 같으나 에피게놈으로 인하여 발현되고/안되는 부분이 생기면서 달라지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복제하냐고? 걍 분자단위급으로 복붙하면 된다. 5원소처럼

2 후성 유전학

히스톤 기록이나 DNA 메틸화 기록도 후대에 전해지며, 일반적으로는 세포의 자녀세포에게 유전이 된다. 체세포 분열 후 메틸화가 된 부분을 확인한 다음 거기에 메틸기를 똑같이 붙이는 과정이 하나 더 있는 셈. 부모 개체에서 자식 개체로 후성유전이 일어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많은 연구가 필요한데, 이는 생식 세포를 생성하는 장소가 비교적 격리되어 있고, 배아 발달 과정에서 에피게놈 정보가 리셋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다만 후천적으로 습득된 형질이 자식에게 유전되는 것에 대해 여러 연구가 진행되었으며 굶긴 예쁜꼬마선충(C.elegans)의 자손이 대를 이어도 굶었던 선조의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는 실험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포유류등에는 굉장히 유전이 되는가 안되는가 라는게 애매하다는 것이다. 유전이 되기는 되는것 같은데, 확실하게 유전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거나, 무엇이 유전된다거나 하는것이 모르겠다는것이다. 유전이 발생하면 일반적으로 광범위하게 epigenetic 프로파일이 유전된다. 그러면 이 유전자의 공통점이란? 모른다. 초파리나 C. elegans의 경우는 piRNA라는것이 있어서 굉장히 확고하게 메틸레이션을 대를 이어줄 수도 있고, 하는 역할도 확실하지만, 포유류는 그것조차 크게 영향이 없어보이기때문에, 아직 무엇이 메틸레이션 패턴을 대를 이어주는가에 대해선 블랙박스다.

3 DNA 메틸화

인간 체내에서 대부분의 DNA 메틸화는 피리미딘 중 하나인 시토신에서 일어나고, 이를 5-메틸시토신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5-메틸시토신은 시토신 바로 뒤에 구아닌이 오는 곳(CpG)에서 발견된다. 그람음성 세균은 일시적 반메틸화(hemimethylation)를 통해 DNA 복제의 원형이 되는 DNA외가닥과 새로 합성된 DNA가닥을 구분한다. 이를 통해 점돌연변이(point mutation)가 일어났을 때 어느 가닥의 염기서열이 틀렸는지를 판별한다. 또한 자기 DNA의 메틸화를 통해 외부 유입 DNA(박테리오파지 DNA 등 자기 세포에 해를 끼칠 수 있는 DNA가닥)과 자신의 DNA를 구별하는 기작을 가지고 있다.

4 히스톤의 변형

완전히 조립된 히스톤 단백질은 중심부 코어와 긴 꼬리 여러 개로 구성되어 있으며, 꼬리에는 라이신(K) 과 같은 + 전하를 띠는 아미노산이 많아 DNA의 등뼈를 이루는 인산기[4]와 전기적으로 서로 끌어당긴다. 이 부분에 번역 후 가공(Post-translational Modification)이 일어나며 대표적인 것이 메틸화(Methylation)와 아세틸화(Acetylation)이다.

히스톤 꼬리에 위치한 라이신에 아세틸화가 일어나면 원래 있던 + 전하가 제거된다. 즉 전기적 인력이 감소하기 때문에 히스톤의 꼬리가 DNA와 약하게 결합하게 되어 결과적으로는 느슨해진 상태가 되고, 이로 인해 발현양이 증가한다. 히스톤에 존재하는 아세틸기는 히스톤 디아세틸레이즈(HDAC) 효소에 의해 제거될 수 있으며, 그럴 경우 + 전하가 돌아와 DNA와 히스톤 간의 결합이 강해진다. 전기적 성질 이외에도 아세틸기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다른 단백질들에 의해 전사가 조절되는 경우 또한 존재한다.

히스톤 꼬리에서의 라이신 메틸화는 발현 억제 또는 발현 증가에 관여한다. 널리 알려진 히스톤 메틸화는 H3의 4번 라이신 모노메틸화, 4번 라이신 트라이메틸화, 9번 라이신 트라이메틸화, 27번 라이신 트라이메틸화, 36번 라이신 트라이메틸화가 있으며 각각 발견되는 장소가 다르다.

최근들어 많은 히스톤 변형 패턴이 발견되었다. 인산화, 유비퀴틸레이션, 잘림 등등 오만가지 자리에서 오만가지 변형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 많은 히스톤패턴을 보기위해선 그만큼의 항체종류가 필요하기때문에, 대개 H3K9, H3K27, H3K4를 중점적으로 보게된다.

H3K9은 보통 constitutive heterochromatin이라 하여, 모든 세포에 공통적으로 들어가있는 염색체 패키징에 관여하며, 대개 centromeric repeat나 telomere같은, 염색체로서 기본적으로 꺼져있어야 하는 영역에 주로 있다. H3K27은 facultive heterochromatin이라 하여, 세포 종류마다 다른 패키징을 대표하는 히스톤 변형이다.

5 연구 사례

후성유전학 연구 기법을 통하여, 배 발생 과정에 있어서 유전자 발현 조절을 주로 연구한다. 또한, 각 개체에서 발생하는 유전자 발현 조절의 요인으로써 작용하며, 특히 사람에 있어서는 암과 같은 질병에서의 비정상적인 후성유전학적 양상을 확인하는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각 질병 세포에서의 비정상적인 DNA 메틸화 양상은 암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프로모터 영역 및, 포유류 유전체의 30~50% 정도를 차지하는 이동성 유전인자 영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에피게놈도 누적되면 암을 유발할 수 있다. 에피게놈들은 DNA 유전정보의 발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암 유발 유전자가 과발현하거나 암 억제 유전자가 과다억제되는 등의 후성유전 변화가 생기면 DNA손상이 없더라도 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노화 및 암에서 주로 발견되는 패턴은 메틸레이션 패턴이 엉뚱하게 붙어있는것이다. 대부분의 RNA는 원래 프로모터에서부터 발현되어야 정상인데, 비정상 세포에선 프로모터가 아니라, 유전자를 코딩하는 중간부분부터 발현이 시작된다거나 한다. 당연히 앞부분이 잘려먹은 RNA가 제 기능을 할리가 없다.

텔로미어 및 발현이 히스톤 변형 패턴에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최근엔 텔로미어보다도 사기라는 소리를 들을정도로 놀라운 정확도로 메틸레이션 패턴이 노화를 예측한다는 논문도 있다.
  1. 이게 감기면 고교 생1 과정에서 나오는 염색사의 단위체 뉴클레오솜이다.
  2. 8개의 단백질이 합쳐 만들어진 구조. 1은 모노머, 2는 다이머, 3은 트라이머, 4는 테트라머-하는식으로 올라간다.
  3. 메틸화, 아세틸화, 유비퀴틴화 등
  4. - 전하를 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