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2함 수병은 귀환하라

1 소개

천안함 피격사건과 관련해 쓰여진 이다. 저자는 김덕규. 사건 발생 4일 후인 2010년 3월 29일에 해군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2 전문

772 함(艦) 나와라

온 국민이 애타게 기다린다.

칠흑(漆黑)의 어두움도
서해(西海)의 그 어떤 급류(急流)도
당신들의 귀환을 막을 수 없다
작전지역(作戰地域)에 남아있는 772함 수병은 즉시 귀환하라.

772 함 나와라
가스터어빈실 서승원 하사 대답하라
디젤엔진실 장진선 하사 응답하라

그대 임무 이미 종료되었으니
이 밤이 다가기 전에 귀대(歸隊)하라.

772함 나와라

유도조정실 안경환 중사 나오라
보수공작실 박경수 중사[1] 대답하라
후타실 이용상 병장 응답하라

거치른 물살 헤치고 바다위로 부상(浮上)하라
온 힘을 다하며 우리 곁으로 돌아오라.

772함 나와라

기관조정실 장철희 이병 대답하라
사병식당 이창기 원사 응답하라

우리가 내려간다
SSU팀이 내려 갈 때 까지 버티고 견디라.

772함 수병은 응답하라
호명하는 수병은 즉시 대답하기 바란다.

남기훈 상사, 신선준 중사, 김종헌 중사, 박보람 하사, 이상민 병장(1988년생), 김선명 상병,
강태민 일병, 심영빈 하사, 조정규 하사, 정태준 이병, 박정훈 상병, 임재엽 하사,
조지훈 일병, 김동진 하사, 정종율 중사, 김태석 중사, 최한권 상사, 박성균 하사,
서대호 하사, 방일민 하사, 박석원 중사, 이상민 병장(1989년생), 차균석 하사, 정범구 상병,
이상준 하사, 강현구 병장, 이상희 병장, 이재민 병장, 안동엽 상병, 나현민 일병,
조진영 하사, 문영욱 하사, 손수민 하사, 김선호 일병, 민평기 중사, 강준 중사,
최정환 중사, 김경수 중사, 문규석 중사.

호명된 수병은 즉시 귀환하라
전선(戰線)의 초계(哨戒)는 이제 전우(戰友)들에게 맡기고
오로지 살아서 귀환하라
이것이 그대들에게 대한민국이 부여한 마지막 명령(命令)이다.

대한민국을 보우(保佑)하시는 하나님이시여,

아직도 작전지역에 남아 있는
우리 772함 수병을 구원(救援)하소서

우리 마흔 여섯 명의 대한(大韓)의 아들들
차가운 해저(海底)에 외롭게 두지 마시고
온 국민이 기다리는 따듯한[2] 집으로 생환(生還)시켜 주소서
부디
그렇게 해 주소서.

3 여파

글이 올라오자마자 엄청난 센세이션이 일어났다.
이 글 때문에 해군 홈페이지가 다운되고, 상당수의 신문 1면에 이 시의 전문이 실렸다. 방송사마다 9시 뉴스에 시 전문에 웅장한 음악과 함께 나오는 것은 물론. 이 글의 여파 때문에 네이버 댓글 같은 곳에도 추모시가 많이 올라왔는데 위의 시 때문에 한번 떠보려고 하는게 아닌가 하는 비판도 있다. 이 중에서 유일하게 "천안함은 침묵으로 대답한다"라는 시만이 한 신문에 답글 식의 시가 올라왔다고 실리기는 했지만, 추모하는 내용이 아니라 정부 까는 내용도 있고 수준도 미달이라 해당 신문에만 실리고 화제가 되지는 않았다. 후일 세월호 참사에서도 사건 직후 경기도지사 김문수와 새누리당내 이명박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이 각각 시를 페이스 북 등에 실렸지만, 사건에 책임을 지고 구조 지휘를 해야 할 사람이 남의 일 얘기하듯 시나 쓴다고 욕만 먹었다.(...)

4 지은이

시가 올라온 초기에는 이러한 어마어마한 필력을 가진 사람이 대체 누구냐고 설왕설래 했고 국내 문학계의 최고봉으로 알려진 모 문인이 가명으로 쓴 것 같다는 말이 나왔었다. 일주일 후에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찾아냈는데, 당시만 해도 문인계와는 전혀 관련 없던 인물인 육군 군의관 출신의 동아대 의대 내분비내과 김덕규 교수로 밝혀졌다. "신문기사에서 승조원들의 이름을 하나씩 읽다보니 가슴속에서 어떤 뜨거운 것이 생겨났다"며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쏟아져 그 뜨거운 감정들을 자판을 통해서 써내려갔다"라고 나중에 심경을 밝혔다. 현재는 문단에 등단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중앙지 1면에 시 전문이 실린 유례없는 사건이였는데, 수백년 후에는 현대사를 대표하는 시로 꼽힐 지도 모른다.

5 사족

수병이라는 단어는 해군 병만을 뜻하므로 사전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 단어는 적절하게 쓰인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것은 칼럼이나 기사가 아닌 시이므로 시적 허용이 성립한다.)
  1. 박경수 중사는 제2연평해전에도 참전한 군인이다. 제2연평해전의 후유증 때문에 가족들이 그의 함선근무를 결사적으로 반대했으나 박경수 중사는 이를 거부하고 다시 함선근무를 선택했는데 그게 하필이면 천안함이였다.
  2. 흔히 '따뜻한'만이 옳은 표현이라 생각하지만 어감의 차이가 있을 뿐 '따듯한'도 표준어로 인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