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C

팰로앨토 연구소(Palo Alto Research Center)의 로마자 앞글자를 딴 말. 복사기로 유명한 제록스(XEROX)의 연구소로서, 미국 캘리포니아팔로 알토에 위치하고 있다. 보통은 제록스 파크라고 한다. AT&T의 연구소인 Bell LAB과 더불어 가장 널리 알려졌던 민간회사 소속 연구소이기도 하다 [1].

제록스의 연구소로서 1970년 설립되었다. 설립자는 자기공명 [2] 분야의 권위자인 조지 패익 박사. 2002년 제록스의 자회사로 독립하였다.

일개 복사기 회사의 연구소 주제에 무슨 약자까지 달고 있느냐... 싶겠지만, 이 연구소는 두 가지 측면에서 매우 유명하다. 그동안의 발명품 목록이 정말로 후덜덜한 수준이라는 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업적으로는 철저하게 실패했다는 점에서. 하지만 그렇게 상업적으로 철저하게 실패했음에도 몇십년동안 이런 연구개발환경을 유지했다는건 높이 살 만한 일이다.

먼저 발명품 리스트를 보자.

- VLSI [3]
-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 XEROX ALTO
- 레이저 프린터
- 마우스
- 이더넷 [4]
- GUI [5]
- WYSIWYG [6]
- 객체지향 프로그래밍 [7]
- 유비쿼터스 컴퓨팅
- Electronic Paper Display + Flexible Display [8]

즉, 현재 사용되고 있는 컴퓨터 및 네트워크 전반에 대한 가장 중요한 원천기술을 개발한 곳이 바로 제록스 팍인 것이다. 이런 특이한 결과는 제록스 팍의 문화에 기인하는데, 모회사인 제록스의 수익성보다는 각 연구원/연구진이 "연구하고 싶은 주제"를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풍토였기 때문. 말 그대로 연구원에게는 "꿈의 직장"이었던 셈이다. 참고로 엔지니어 계통에서 가장 인기있는 직장인 구글에서도 "회사 사정과 무관하게 연구하고 싶은 주제"로 쓸 수 있는 자원은 대략 20~30% 수준이다. 참고로 PARC에 있었던 사람들 중 컴퓨터 관련 분야의 사람들만 따져도 대략 이런 수준이다.

- 객체지향 프로그래밍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앨런 케이
- 이더넷을 만든 밥 멧캘프 (Bob Metcalfe)
- 인터넷의 전신인 ARPANet을 성공적으로 지휘한 밥 테일러(Bob Taylor)
- 포스트스크립트를 만든 어도비의 창업자 존 워넉(John Warnock)
- 그리고 후에 MS의 응용 소프트웨어 분야 (엑셀, 워드)를 지휘했던 찰스 시머니

한 마디로, 세계 최강의 컴퓨터 과학자들이 우글댔던 것. IT업계의 스컹크 웍스

그러나 이런 문화는 한편으로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는데, 상술한 여러 괴물같은 발명품들의 특허를 공공의 이익이나 상보적 발전을 위해 풀어놓거나 하는 등의 느슨한 관리로 모기업 입장에서는 "회사 수익에 도움도 안되면서 돈만 먹는 하마"가 되어버렸으며, 결국 2002년에 분사되었다. 스티브 잡스는 이에 대해 XEROX는 그들이 무얼 개발했는지도 모르는 수준이었다고 혹평하면서, 자신들의 성과에 대한 관리만 제대로 되었다면 Microsoft와 IBM을 합한 것의 열 배가 넘는 그야말로 공룡 회사가 될 수 있었을 거라고 평가하기도 했다.그래서 XEROX의 기술을 훔쳐서 관리했나보다.

현재는 바이오, 다양한 기술 분야의 검증, 유비쿼터스, 청정 기술 등을 수행하면서 드디어 돈 되는 사업도 추진하기 시작했다. 기사
  1. 다만 Bell LAB이란 명칭은 현재 쓰이지 않으며, Lucent Technology로 개명하여 분사되었다
  2. 병원에서 흔히 촬영하는 MRI가 바로 자기공명의 대표적 상품이다. Magnetic Resonance
  3. 반도체의 역사를 짤막하게라도 요약할 때 반드시 나오는 단어. 집적회로인 IC를 매우 큰 규모 (Very Large Scale)로 형성시킨 것. 다만 워낙 오래된 물건이다 보니, 지금 수준에서는 하품나오는 KB 단위의 용량이다
  4. 즉, 현재 사용 중인 LAN!!
  5. Graphic User Interface. 이는 PARC에서 개발한 개인용 컴퓨터였던 ALTO에 최초로 구현되었는데, 후에 스티브 잡스가 이걸 보고 배껴와 매킨토시에서 구현된다. 물론, 잡스는 이를 위해 여러 명의 PARC 연구원들을 애플로 빼왔다. 그리고 GUI는 자기거라고 마소에 소송걸었다가 제록스한테 다시 소송걸렸다.
  6. What You See Is What You Get. 워드프로세서 등에서 "화면에 보이는 대로 결과물이 출력된다"는 개념. 지금이야 너무 당연한 개념이지만, 컴퓨터 인터페이스의 역사에서 이 개념이 실현된 것은 1980년대 후반 ~ 1990년대 초반에 들어와서야 가능했다. 화면엔 단순 텍스트만 볼수있고 프린터로 출력해야만 확인가능했다
  7. Object Oriented Programming
  8. 요즘 시야각 좋고 햇빛아래서도 볼 수 있고 종이랑 비슷하다고 전자책에서 사용되는 그 E-paper 맞다. 그리고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그거 맞다. 여기서 만든 Gyricon이 e-paper과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의 시초. 하나 상용화는 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