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느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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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난다.

1 개요

강신재한국 현대 단편소설라노벨로 1960년 작품이다.

부모의 재혼으로 의붓오빠 이현규를 만나게 된 윤숙희가 그에 대한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고 그것이 사랑임을 깨닫게 되면서 겪는 갈등과 해소를 여주인공 숙희의 시점에서 그렸다. "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난다"는 첫 문장은 날개의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나 광장의 "바다는 크레파스보다 진한, 푸르고 육중한 비늘을 무겁게 뒤채면서, 숨을 쉰다"만큼이나 유명하다.

모에의 관점으로 보자면 지금 봐도 이게 진짜 50년 전 작품이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로 수많은 모에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한국 라이트노벨의 효시

주인공, 화자, 히로인인 윤숙희를 보면, 재혼으로 인한 피가 섞이지 않은 여동생이라는 속성에 상류층 아가씨이며, 명문 여학교의 메이 퀸으로 뽑힐 정도의 미모를 지녔다. 게다가 빈유속성까지 장관의 아들이라는 의대생 지수에게 러브레터를 받고 데이트하지만 데이트 내내 현규가 마음에 걸려 거절하며, 오빠 현규에게 하는 행동을 보면 대책없는 브라더 콤플렉스. 오빠 심부름을 할 때면 음료수를 엎지르는 등 숨겨져 있던 도짓코 속성까지 드러나며, 왜 자꾸 내 방에 들어오냐고 싫다 싫다 하면서도 정작 오빠가 오지 않으면 서운해하는 츤데레 역시 겸비했다. 작품 후반에 가서는 대학 교수라는 양아버지의 직업 덕분에 해외파견으로 현규와 둘만 남아 집에 없는 부모라는 설정까지 추가된다. 거기에 작품 마지막에는 현규의 질투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일부러 자기가 받은 러브레터를 잘 보이는 곳에 놓아두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 작품이 발표된 것은 아직 한국전쟁의 자취가 남아있던 1960년이다.

의붓오빠 이현규는 서울 서울대 문리과대학 물리학과에 다니는 대학생으로, 호리호리한 체격에 와이셔츠가 잘 어울리고 남자다운 얼굴의 미남이다. 어려서부터 신동, 천재 소리를 들었으며 정구 실력 역시 세미프로 수준. 숙희와 처음 만났을 때는 그저 어린 아이를 대하듯 했지만 점차 그녀와 가까워지면서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법과 윤리에 어긋나며[1] 가족을 배반하는 짓임을 알기에 자신의 마음을 숨겼다. 하지만 숙희가 지수에게 받은 러브레터를 보고 질투심이 일어나 그녀에게 화를 내고, 집을 뛰쳐나간 그녀를 쫓아가 마침내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이 작품의 가장 유명한 장면은 현규가 숙희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자 숙희가 너무나 기쁜 나머지 느티나무를 껴안은 채 울면서도 활짝 웃는 마지막 결말 장면이다. 그에게는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난다라는 첫 문장도 유명하며 동인계에서 곧잘 패러디되어 쓰인다.

지금 읽어도 거의 위화감이 없는 세련된 문장으로 숙희와 현규의 순수한 사랑을 그렸으며, 어두운 한국 현대사와 이데올로기 문제에 치중한 한국 문학계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그러나 한국문단 고질병당시의 시대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이런 비판을 받아들여 작가는 다음 작품으로 당시 여성의 입장에서 한국전쟁의 참혹함을 드러낸 소설 <임진강의 민들레>를 집필했다.[2]

여담으로, 등장인물들이 엄청난 금수저들이다. 오늘날의 독자들에게는 잘 실감이 나지 않을 수 있으나 1960년 당시 기준으로 집에 냉장고가 있고 거기서 코카콜라, 치즈, 크래커 따위를 꺼내 먹는 것은 큰 부잣집에서나 가능한 사치였다. 지수는 장관의 아들이란 설정도 있지만 자가용으로 지프차를 굴린다. 60년대의 사람들이 오늘날과 큰 차이 없는 일상생활을 영위한다는 자체가 엄청난 특권계층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러가지로 시대를 앞서간 선구자적인 작품이다. 여기서 전문을 읽어볼 수 있다.

2 편지를 거기 둔 건 나 읽으라는 친절인가?

이 소설 최고의 명대사.# 동인계에서 '한 것은 나 하라는 친절인가'라는 형식의 구문으로 응용되어 쓰이고 있다. 특히 EBS 라디오 드라마에서 오빠역을 김승준이 맡았는데 절륜한 연기를 선보여 많은 여성덕들을 설레게 만들었다 카더라. 이곳에서 들을 수 있다. 바쁘다면 10:00부터 듣자.
아래는 본문을 살짝 잘라낸 것.

"어딜 갔다 왔어?"
낮은 목소리에 힘을 주고 말한다.
"..."
"편지를 거기 둔 건 나 읽으라는 친절인가?"
그는 한발 한발 다가와서, 내 얼굴이 그 가슴에 닿을 만큼 가까이 섰다.
"..."
"어디 갔다 왔어?"
(중략)
별안간 그의 팔이 쳐 들리더니 내 뺨에서 찰깍 소리가 났다.

3 미디어 믹스

  • 80년대 KBS TV 문학관을 통해서 방영된바 있으며 윤숙희는 김혜수,이현규는 이효정이었다. 청순가련 김혜수의 데뷔작.
  • EBS 라디오 문학관으로 라디오드라마화되기도 했다. 주요 성우진은 다음과 같다.
  1. 지금은 아니지만 이때는 혼인효력이 없었다.
  2. 서울대병원 학살사건을 다룬 유일한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