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의미
나름「의존명사」「1」((명사, 어미 ‘-기’, ‘-을’ 뒤에 ‘이다’와 함께 쓰여))그 됨됨이나 하기에 달림을 나타내는 말.
¶ 책도 책 나름이지 그 따위 책이 무슨 도움이 되겠니?/합격하고 못 하고는 네가 열심히 하기 나름이다./귀염을 받고 못 받고는 제 할 나름이다.
「2」각자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방식. 또는 그 자체.
¶ 나는 내 나름대로 일을 하겠다./사람은 누구나 자기 나름의 세상을 살기 마련이다./태임이는 태임이 나름으로 아들뿐 아니라 딸이 주소를 알려 준 까닭까지를 알아들은 양 힘없이 고개를 떨어뜨렸다.≪박완서, 미망≫
(출처: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자주 틀리는 한국어의 하나로 뜻 자체는 누구나 알 만한 것이므로 의미를 착각하여 잘못 쓰는 사람은 없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1] 문제는 이 단어를 문법적으로 다소 문제가 있는 상태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는 것. 가장 많이 틀리는 것은 위 해설에서의 「2」 용법이지만 「1」 용법 역시 옳게 쓰는 사람이 드물다.
요즘은 맞춤법에 철저해야 할 뉴스에서까지 나름을 잘 못 사용한다
2 문법적 오용
사전의 해설에도 나와 있듯이, '나름'의 품사는 '매우, 정말'과 같은 부사가 아니라 의존명사이다.[2] 이 '의존명사'라는 품사의 성격을 알아야 해당 단어를 올바르게 쓸 수 있다.
'의존명사'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앞의 다른 문법적 요소에 의존해야 한다. 즉 선행사가 필요하다.
또한 '의존명사'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 그 뒤에는 '대로, 의, 으로' 등과 같은 같은 처격·소유격·향격 조사 등을 붙여서 써야 한다.[3]
"그는 매우 열심히 노력했지" (O) "그는 정말 열심히 노력했지" (O) "그는 나름 열심히 노력했지" (X) → "그는 그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지" (O) |
'그'라는 선행사가 있어야 '의존명사'의 '의존'적 성격을 지킬 수 있으며,
'대로'라는 조사가 있어야 '의존명사'의 '명사'적 성격을 지킬 수 있게 된다.
요약하면 '나름'의 앞뒤에는 선행사와 조사가 있어야 한다.
체언을 수식할 때에도 물론 조사를 뒤에 붙여줘야 한다.
"나에게도 나름 방법이 있지" (X) → "나에게도 내 나름의 방법이 있지" (O) |
2.1 오용의 원인?
사실 조사를 붙여야 한다는 점은 그나마 상대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선행사가 필요하다는 점은 아직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즉 '나름'이 아닌 '나름대로'라고 써야 한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그 나름대로, 회사 나름대로' 등과 같이 선행사까지 붙여야 한다.
이 말을 부사처럼 활용하는 잘못된 용법은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널리 퍼지게 된 듯하다. 실제로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부사처럼 활용하는 일은 거의 없었으며, 2010년대에 이르러서도 상대적으로 인터넷 문화와 친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은 대부분 조사를 붙인다. 궁금하다면 주변의 40세 이상 되시는 분들을 잘 관찰해 보자. 아닌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대다수는 그냥 '나름'보다는 '나름대로'라는 말을 쓴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로 방송에서도 자막에서 '나름'이라는 표현을 정말 자주 볼 수 있으며 예시로 무한도전의 '나름 가수다' 등이 있다. 물론 이 경우에는 '나는 가수다'와 글자 수를 맞추어 대구(對句)를 이루기 위한 문학에서의 시적 허용과 같은 취지의 용법으로 볼 수 있는지라 딱히 문제삼을 게 없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다른 방영분에서도 그냥 자막에서 선행사는 당연히 빼 버리는 것은 물론, 조사까지 떼서 '나름'만 쓰는 일이 종종 있다는 게 문제다.
위 각주에서도 언급했지만, 부사인 '정말'을, '정말로'라는 '명사+조사' 조합 부사어의 준말이라고 이해하는 데에서 유추 현상이 일어나서, '나름' 역시 '(의존)명사+조사'인 '나름대로'의 준말이니 부사라고 여기게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나름'은 엄연한 의존명사이며, 따라서 뒤에 조사를 쓰는 것은 물론 앞에 선행사까지 써 주는 게 옳다.
어쩌면 '대로 or 의' 까지 다 쓰는 건 무지 귀찮아서 이렇게 줄여쓰게 된 걸지도 모른다.
2.2 조사는 생략할 수 있다?
물론 구어에서는 말의 의미를 전달하는 데 지장이 없다면 체언 뒤의 조사가 생략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나 사과 먹었어"라는 문장은 "나는 사과를 먹었어"라는 문장에서 '는, 를'이라는 조사가 몽땅 생략된 것이나, 의미 전달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일상 회화에서 써먹어도 누구에게 틀렸다고 지적받을 일은 없다. 그러나 '대로'는 생략이 관례화된 조사가 아니다.
"너는 너대로 찾아 봐라"라는 문장을 "너는 너 찾아 봐라"하면 말이 되겠는가? "너 너대로 찾아 봐라"와 같은 올바른 생략과 비교하면 감이 올 것이다. "나 돈 돈대로 쓰고..." 와 같은 경우, "나(는) 돈(을) 돈대로 쓰고..."와 같이 조사 2개가 생략되었지만, '대로'만큼은 생략되지 못했다. '대로'의 생략은 아직 언중에게 받아들여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빼도 되는 조사가 있고 아직 빼면 안 되는 조사가 있다.
즉 '나름' 단독으로만 쓰는 것은 '음식을 내 마음대로 만들어 보겠다'를 '음식을 내 마음 만들어 보겠다(?)'로 쓰는 것과 동일한 오류이다.[4] "사과 맛있게 먹었다"는 "사과를 맛있게 먹었다"로 해석되지만, "나름 맛있게 먹었다"를 "나름(이라는 무언가를) 맛있게 먹었다"로 해석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즉 '대로'를 빼 버리고 그 자리에 '은/는, 이/가, 을/를'과 같이 생략이 일반화된 조사를 넣으면 의미가 통하지 않는다.
물론 '나름'에 붙는 조사가 무조건 생략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아내는 남편 하기 나름." 과 같은 문장에서와 같이 생략 가능한 경우가 있긴 하다. 이 때 생략된 조사는 '이다'라는 서술격 조사인바, 이는 생략 허용이 관례화된 경우다. "군인도 군인 나름."도 마찬가지.
일단 국립국어원에서는 조사를 붙여 쓰는 것이 원칙이라 하고, "대로"를 붙이는 것이 일반적이라 한다. ##
3 의미적 오용
문법적인 사항도 문제라면 문제지만,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본래의 뜻을 넘어 지나치게 남발되는 듯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 결국 인터넷이 문제다 일례로 "나도 나름(대로) 고등학생이다"와 같은 말을 들 수 있는데, 고등학생이면 고등학생이고 고등학생이 아니면 아닌 거지 대체 나름대로 고등학생인 것은 또 무엇인가.
"그는 그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지"라는 예문의 경우 노력의 당사자에 따라, 또 그것을 보고 평하는 사람에 따라 열심히 했다 생각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각자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게 가능하지만, 고등학생인지의 여부는 "고등학교에 재학하는 자"[5]라는 객관적 기준에 의해 확실히 정해지는 것이고 주관적 깜냥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 아니므로 '자기 나름의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 따라서 위와 같은 경우, 문맥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이래봬도' 혹은 '어엿한' 등으로 바꾸는 것이 좋을 것이다. 문제가 있는 예문을 하나 더 들자면
"넌 (너) 나름(대로) 내 여자친구잖아" - 여자친구의 범위를 내 방식대로 깜냥껏 정하겠다? |
- ↑ 다만 의미의 잘못된 확장 현상이 관찰된다. 본 항목 3절 참고.
- ↑ 단, '정말'의 경우 명사이기도 하며, 이 명사 '정말'에 조사 '로'를 붙여 '정말로'라는 형태를 만든 후 이를 부사적 용법으로 쓰는 경우도 많다. 부사 '정말'이 이 '정말로'의 줄임말이라고 이해한다면, '(의존)명사+조사'의 세트로서 부사로 기능하게 된 '나름대로'를 줄여 부사적인 '나름'으로 쓰는 것은 일종의 유추일 것이다(물론 그렇다고 해도 선행사가 빠졌다는 오류는 변치 않는다.).
- ↑ 이처럼 체언에 조사를 붙이는 것을 구 문법 용어로 '곡용'이라고 한다.
- ↑ 물론 '마음'은 일반명사고 '나름'은 의존명사이므로 용법에 다소 차이는 있다. 이 항목 전반에 설명되어 있는바, 의존명사에는 선행사를 써야 한다.
- ↑ 이는 그 고등학교가 그를 재학하는 자로 인정하느냐 안하느냐라는 부분이 공식적으로 증명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