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 골렘

권경목 작가의 2005~2006년 작. 1~9권 완결. 출판사는 환상 미디어.

1 줄거리

아이덴 왕국, 왕도 에딘의 개망나니로 유명한 귀족 자제 킬라는 영상을 기록하는 이미지 크리스탈의 도촬 미디어물에 푹 빠져있다. 수도 제일 미녀인 나밀 공작의 영애 나르시아의 도촬 영상을 얻기 위해 도둑 길드에 3천 골드가 넘는 거금을 들여 도촬을 의뢰한다.
도둑 길드로부터 이미지 크리스탈을 받아온 킬라는 영상을 확인했다가 이게 도촬 영상이 아니라 어이없게도 2000년 전 멸망한 마도 시대의 검술, 마법, 전술, 골렘 건조 공학, 기타 등등의 수준 높은 영상강의 미디어임을 알게 된다. 현 시대에는 하나만 풀려나가도 피바람을 부를 귀물이다. 한편으로는 제대로 수습한다면 엄청난 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 귀물이기도 하다.
이걸 낼름 먹기로 결심한 킬라는 망나니로 소문난 자신의 이미지와 귀족 자제라는 입장을 이용해 도둑 길드를 족치고, 크리스탈의 출처를 캔다. 사실 도둑 길드조차도 감히 수도 굴지의 대귀족에 침투할 능력이 못되는지라 도굴꾼으로 유명한 외부인에게 하청을 줬었고, 호언장담했던 이 놈들은 어디 유적에서 도굴해온 이미지 크리스탈을 내밀곤 날라버리려고 했던 것을 길드가 눈치채서 잡아놨었다. 후환을 없앤 킬라는 이미지 크리스탈 강의를 보며 수련을 하는 동시에, 내용 일부를 팔아 돈을 벌기로 한다.

그 중 가장 돈될만한 것은, 이 세계 군사력을 상징하는 '나이트 골렘'의 설계도. 나이트 골렘은 신장 6.5미터 내외의 인간형 탑승 병기로, 원래 대형 몬스터를 진압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나 전쟁조차 나이트 골렘 간의 결전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기사의 꿈이 나이트 골렘의 소유자가 되는 것이고, 국가조차도 나이트 골렘의 보유수로 그 세력이 가늠된다. 그 나이트 골렘을 만드는 곳은 여러 마탑들. 각 마탑마다 나이트 골렘에 약간씩 단점이 존재하고, 킬라는 그런 마탑에 단점을 개선 가능한 설계도를 팔아먹어 거금을 벌어간다.

그러면서 왕국과 제국의 흥망성쇠에 깊게 관여한 마탑, 골렘, 그리고 마도시대의 정치적 군사적 갈등에 점점 발을 들여놓게 된 킬라는, 익명의 귀족 행세도 하고 용병단 행세도 하면서 시대를 주도하는 키 퍼슨이 되어가는데...

2 인물

킬라 오너: 오너 백작가의 탕아로 유명하던 소년. 마도시대 유물을 얻으면서 각국을 헤집고 돌아다니고, 나이트 골렘 오너로서 활약도 하고 전쟁에 큰 손으로 개입하기도 하는 등 활약을 펼친다. 그 과정에서 본의아니게 개망나니에서 영웅이 되어가며 자기성찰, 자아성장을 이루어간다.

케샬: 킬라의 가정교사 겸 수신호위인 용병. 킬라의 온갖 난봉질 뒤치닥꺼리를 해야 해서 킬라를 면전에서 씹으면서도 귀족 아카데미의 고급 검술을 훔쳐배울 생각으로 붙어 있지만, 킬라의 성장에 놀라서 계속 곁에 남고 점점 정을 붙여간다. 원래 유명한 블랙 베어 용병단의 단장 아들이었으나, 아버지가 용병계의 암투에 빠져 복수를 위해 힘을 기르려고 고급 검술을 탐내고 있었다.

아서 오너 백작: 킬라의 아버지. 척박한 흑색 산맥 인접 영지에서 광산 운영으로 수익을 버는 지방 귀족. 킬라의 어머니의 재산만 노리고 결혼했다가 영지 경영에만 신경 쓰면서 뒷방 신세를 지게 한다. 심지어 골렘을 소유한 첩을 받아들여서 첩질까지 하자, 킬라의 모친은 배신감과 외로움에 앓다가 죽는다. 당연히 킬라는 아버지를 증오하며 일부러 백작가 이름에 똥칠하려고 개망나니 행세를 하고 다닌다. 전형적인 워커홀릭으로, 일에 빠져 아내를 돌보지 못했고 아들이 엇나가도 자기 잘못이 있는지라 외면하는 고개 숙인 아버지.
오너 백작가는 험준한 지역에 자리잡은지라 나이트 골렘의 보유수가 영지 사업의 사활이 걸리는데, 국가와 마탑 간에만 거래가 이루어지며 국가가 분배권을 통제하는지라 지방귀족인 오너 백작가로서는 제대로 입수하지 못하고 있다.

버트랑 남작: 오너 백작의 오른팔. 나이트 골렘 오너이자, 광산의 총지배인 격. 원래 킬라를 아들처럼 아꼈으나, 딸인 케더린을 킬라가 겁탈하려 한 사건 이후로 원수처럼 대한다. 하지만 사실 킬라와 케더린은 옛날부터 짝짜꿍이 맞은 서로 즐기는 사이였고, 겁탈 사건도 킬라가 케더린에게 싫증을 내자 다투는 과정이 들키는 바람에 킬라가 덮어쓴 것이었다.

에딘 7공자: 킬라가 포함한 귀족 자제와 상인 자제로 이루어진, 에딘의 망나니들 집단. 워낙 사고를 많이 치고 다녀서 부모님들이 더이상 못참겠다고 성기사 체험 캠프에 100일 훈련을 보내겠다는 것을 시작으로 가문의 뒷수습도 끊기게 되자, 더이상 망나니짓 하고 다닐 상황이 아닌지라 해산하게 된다. 큰 비중은 없지만, 훗날 일부는 상계나 용병계에 자리잡고 세력가의 정보수집원이 되는 등 재회하기도 한다.

외조부: 킬라의 모계 집안. 상인 집안으로, 킬라가 거금을 뿌리던 수표책도 외조부가 준 것이다. 손주가 귀여워 오냐오냐 하는 할아버지로, 킬라도 외조부에게는 충분히 배려한다. 킬라가 나이트 골렘을 입수할 정도의 세력을 기르면서 킬라를 통해 나이트 골렘 판매를 시작하게 되며 손자 믿고 키우길 잘 했다고 뿌듯해한다.

3 평가

국내 골렘물의 유행을 이끈 초기 작품 중 하나. 소드 익스퍼트, 소드 마스터 나오고 마법 나오는 전형적인 양판소 포맷이지만, 나이트 골렘에 중심한 전투, 전술 묘사는 스토리를 저해하지 않는 기본기 이상은 한다. 솔저 골렘(양산기), 나이트 골렘(상위기)이라는 양식을 만들었기에 이런 용어가 나오면 필시 나이트 골렘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러면서도 작품 내적 포커스는 망나니였던 소년이 영웅으로 거듭나가는 자아형성 과정 등 영웅담적 요소를 핵심으로 삼았기에, 스토리로서도 상당히 몰입감 있고 재미있다. 극초반의 개망나니 이미지만 조금 견디면 재미를 보장한다. 왕국과 제국을 넘나드는 활약을 하는 활극물로서도 괜찮다.

다만 출판사가 퇴고도 제대로 안 하는지 문법이나 띄어쓰기, 단어가 엄청나게 틀린 곳이 많았다. 작가 원고부터 심하긴 했지만 편집 과정에서 다 잡아야 하는 건데 출간본에서도 영 아니었다. 내용을 보는 데는 지장이 없지만, 상당히 거슬리는 요소.